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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주 비엔날레 갔는데 무기한 대기? "관람객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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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코로나로 방역수칙 100명 입장 제한
예매 시스템 관리 엉망에 관람객들 대혼란
사전예매 해도 무용지물, 현장예매는 무기한 대기
"관람객 홀대,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 다운 면모를"

[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한 번 나가려면 신경 쓸 게 많은 요즘이지만, 모처럼 볼거리가 생겨 외출을 계획했다.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로 알려진 광주비엔날레가 바로 집 근처에서 열려 며칠 전부터 방문 계획을 세워두었다.

 

 

찾아보니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입장 인원수가 제한되고 있었다. 그럼 사전예매가 낫겠다 싶었는데, 네이버 예매사이트를 통해서는 카드할인(20%)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기가 복잡하기도 했고 할인도 받을 겸 현장예매(발권)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지난 토요일(10일),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면서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았다. 멀리에서 봐도 입구까지 이어진 긴 줄이 눈에 확 들어왔다. 현장예매(일반관람)와 사전예매로 나뉜 두 갈래 줄이 막상막하로 길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이렇게 줄을 서서 입장을 했던 적이 있었나. 매번 방문객 수가 줄어 걱정이던데, 웬일로 흥행 성적인가 싶어 조금은 의아했다.

 

사실은 방역수칙으로 입장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그 수에 안에 들지 못한 방문객들이 대기하는 줄이었다. 일순간의 착각이었던 게 내심 아쉽긴 했다. 

 

방역수칙 100명 입장 제한으로 길었던 대기 줄

기자가 되고 총 4회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취재해 오면서 항상 비엔날레와 시민들 사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확인해야 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2년 마다 대형 기획전을 선보여도 정작 광주시민들에게 외면 받는 이벤트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흥행까진 아니어도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꽤 많은 방문객들이 찾은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나도 그 긴 줄 속 한 명이 되어 현장예매 대열에 섰다.

 

 

그런데, 시시각각 늘어나는 인파 사이에서 점차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차라리 사전예매로 바꾸자” “아니야, 사전예매도 줄이 안 줄어드는데?”

 

입장 제한 인원 100명 중 방문객이 빠지는 수대로 입장이 허용됐는데, 그 속도가 너무 더뎠다. 그 와중에 주최 측은 사전예매 쪽 줄만 입장을 허용했다. 사전예매 방문객이 다 입장한 뒤에 현장예매 입장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사전예매만 들여보내면 현장예매는?

그러니 현장예매 줄에 서 있던 방문객들은 무기한 대기를 감행하며, 이제라도 모바일로 사전예매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대기자들은 차선책으로 다음 시간대에 맞춰 사전예매를 하고 줄을 바꿨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예매 쪽에서도 발생했다. 온라인을 통해 회차 당 한 시간 단위로 예매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입장 제한 때문에 막상 그 시간을 한참 넘기고도 입장을 할 수 없었다. 입장제한은 100명인데, 사전예매는 회차당 300명까지 열어놓아 생긴 불상사였다.

 

현장에 도착한대로 줄을 서게 돼 훨씬 늦은 회차에 예매한 방문객이 먼저 입장을 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입장할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현장예매 줄, 회차별 구분 없이 뒤죽박죽 돼 예매의 의미가 사라진 사전예매 줄 모두 기다림, 부당함에 불만에 쌓여갔다. 몇몇 이들은 계획했던 일정을 맞추기 힘들게 돼 아예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현장예매 줄에 서 있던 A씨가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며 주최 측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예매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바보인가요? 애초에 현장예매를 받질 말아야지. 그리고 현장애매권을 일부 남겨두고 예매를 진행해야 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이 방식대로라면 여기 선 사람들은 아예 못 들어가는 건데 주최 측은 왜 아무 대책이 없나요?”

 

사전예매 해도 무용지물, 선착순인가?

그러자 사전예매 대기자 B씨도 주최 측을 향해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현장예매 줄에서 장시간 기다리다 사전예매 하고 여기로 넘어왔어요. 그런데 여기 온지 두 시간째, 여전히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큰마음 먹고 온 건데 폐관 시간이 곧 다가오는데도 대책이 없네요.”

 

이어진 원성 속에서도 주최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에게 왜 이렇게 아수라장이 됐는지 물으니 “코로나19로 이 정도로 방문객들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 말이야 말로 당황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는 방문객 수가 줄어 걱정이었는데, 이번엔 예상보다 너무 많이 와서 문제라니.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안일하고 태만한 행정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뒤늦게라도 현장에서 문제 인식을 했다면, 회차별 예약자를 구분해 형평성을 확보하고, 일정 비율로 현장예매권 발행을 허용해 차별에 대한 부당함을 없애야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입장 인원제한으로 인해 대기가 길어지면, 다른 날짜 선예매 등 일정부분 보상을 통해 재방문을 권유할 수도 있었다.

 

관람객 홀대,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 다운 면모를

이렇게 한다고 금쪽같은 주말 전시장 문 앞에서 대기에만 대부분의 시간을 써버린 방문객들에게 온전한 보상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주최 측이 최대한 대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방문객들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들끓는 민심 속에서 자초지종을 따지기 위해 팜플렛 속 광주비엔날레 대표 번호를 전화를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휴무일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광주시 산하 출연기관이어서 주말에 쉬는 건가? 2년에 한 번, 이번엔 코로나로 연기를 거듭해 3년여 만에 열린 행사 기간, 그 한 달 간 주말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그럼 이날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꼭 전화하겠다”며 항의했던 방문객들은 모두 응답 없는 전화만 붙들었겠구나. 

 

전시는 무슨 전시, 나는 기다린 지 한 시간 만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윽고 평일 전화 연결이 된 재단 측 관계자는 “안 그래도 관련해 민원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도 “방역이 중요해서 인원 제한을 해야 했다”라는 해명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를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로 소개하는 일이 또 한 번 민망해졌다. 아니, 불가능해졌다. 그 이름에 걸맞는 자격을 갖춘다면, 그땐 선전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먼저 알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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