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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윤종규 회장 3연임? “전두환 때도 경제지표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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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상대적으로 은행권 빅4(국민·하나·우리·신한) 중에서 KB국민은행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은 편이었다. 작년부터 올해 내내 DLF, 라임 등 금융투자 피해를 야기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홍역을 앓고 있지만 KB금융지주(KB)만 연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윤종규 KB 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KB는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현대증권(KB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대형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그래서 KB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윤 회장의 3연임을 확정했다. 세 번 연임에 네 번째 회장직(2년 임기) 수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지주 그룹의 회장직 3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2001~2010),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2005~2012),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2012~) 등 세 번 밖에 없었다. KB 역사에서는 윤 회장이 최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B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경제 지표가 좋았던 정부가 전두환 정부다. 3저 호황에 따라 모든 지표가 좋았고 실업률도 제일 낮았다. 돈만 잘 버는 것이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고의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흥국생명 사원 출신이다. 그런 그는 그동안 론스타, DLF, 라임, 팝펀딩,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대형 금융 피해가 터질 때마다 소비자의 편에 서서 시민운동을 주도해왔다. 김 대표는 이날 류호정 정의당 의원 및 참여연대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 대표는 알고 지내는 취재기자로부터 회추위가 왜 윤 회장을 선호하고 있는지 듣게 됐다면서 △경영 성과 △채용비리 문제로 기소되지 않음 등 2가지 이유를 거론했다.

실제 선우석호 회추위원장(전 한국금융학회장)은 윤 회장에 대해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회추위의) 그 말은 어떤 나쁜 짓을 해도 돈만 잘 벌면 된다?”라면서 “지난 6년간 윤 회장의 경영 성적은 M&A 밖에 없다. 윤 회장이 인수했던 KB손보,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등이었다. 결국 인수합병을 제외한 경영 평가는 국민은행의 성적으로 예대 마진 확대 등 예금의 성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회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4대 금융지주회사의 경영 성과를 봤을 때 비슷하다. 경영 평가를 이유로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윤 회장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 치열한 대마를 인수합병시킨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인수합병도 경영 성과일 수 있지만 채용비리 의혹은 중대한 문제다.

김 대표는 “기소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윤 회장의 종손녀(친누나의 손녀)는 마지막 평가에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서 4등으로 합격했다”며 “청탁자의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검찰이 기소를 못 했고 당시 인사권은 부행장(이오성)에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처럼 기소가 되지 않은 것이지 죄가 없어서 기소가 안 되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검찰은 주요 은행들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윤 회장은 2015년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던 때 종손녀를 부정 채용하는 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종손녀는 서류 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을 했고 1차 면접에서는 300명 중 273등을 했다. 합격될 수가 없었다. 물론 윤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사부서 채용팀장과 부장 등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은행 법인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 채용비리 건수는 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당시 최고결정권자인 윤 회장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재판 과정에서 인사부 직원이 종손녀를 합격시키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가 인사부에 전달되긴 했으나 그게 곧 윤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 입증할 수 없다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2018년 11월30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고 메모를 줬다는 윤 회장은 실제로는 채용 과정 모두를 보고받고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결국 윤 회장의 청탁 메모의 실체는 본인이 주장한 합격 여부 통지 요청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청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 추미애 장관의 아들 문제로 정국이 뜨겁다. 휴가가 적법한지, 청탁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야당은) 장관 자격이 없다고 내려오라고 한다”며 “윤 회장의 채용비리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 단순히 인사 청탁도 휴가 청탁도 아니다. 설령 (채용비리 지시를) 안 했더라도 밑에서 알아서 윤 회장의 종손이라 합격시켜줬다는 것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청년들이 울부짖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은 “윤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했던 시절 종손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의 부실 꼬리자르기 수사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관련해서 류 의원은 “(채용비리특별법을 발의해서) 채용비리 행위를 하거나 행위를 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정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류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채용비리특별법의 골자는 아래와 같다.

①채용비리 요구자와 행위자가 상호 약속을 했을 때 둘 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함

②채용비리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고용노동부는 인적사항 및 범죄 사실 등을 공개

③인사권자가 채용 과정에서 채용비리 사실을 확인했을 경우 해당 구직자의 채용 취소 가능

④채용비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서류심사-필기시험-면접시험-최종면접 등 피해를 받은 해당 단계는 합격했다고 간주하고 그 다음 단계 응시 기회 부여

⑤피해자의 구체적 특정은 불가능하지만 피해자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해당 피해자 집단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

⑥채용비리에 대한 정의와 종류를 명시(채용 과정에서 성별·지역·학교·친족·지인·재산 등 구직자의 직무 수행능력과 관계없는 사항을 고려하여 채용하거나 채용하지 않는 행위)

윤 회장의 장기 집권 자체가 KB에 리스크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3연임을 했을 경우 나오는 부작용이 있다. 장기 집권이다. KB도 경영권 분란 사태가 있었다. 전산 사태다. 그로 인해 회장단이 불명예스럽게 퇴장했고 그 결과 윤 회장이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며 “장기 집권의 폐해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자기도 황제 경영을 하고 아닌 걸 아니라고 말 못 하게 하는 폐해가 있다. 우리는 신한 라응찬, 하나 김승유, 하나 김정태 3연임을 통해 경험했다”고 환기했다.

2014년 5월 발생한 전산 사태는 KB의 전산 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전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이 권력 투쟁을 벌인 것이 핵심이다. 임 전 회장은 기존의 IBM 메인 프레임을 유닉스로 교체하는 것에 찬성했지만 이 전 행장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김 대표는 “BNK는 3연임 금지 조항을 만들었다. (KB는) 3연임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 3연임 불가 내규를 만들어서 공공성이 무너지는 이 길을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들러리 세력을 세우고 요식행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회추위는 이날 4명의 회장 후보들(윤 회장/허인 은행장/이동철 KB카드 대표/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지만 너무나 싱겁게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이제 11월20일 예정된 KB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3연임이 완료된다. 그러면 윤 회장은 2023년 11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윤 회장이 외환은행 은행원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친 뒤 2002년 김정태 전 통합 국민은행장의 스카웃으로 KB에 발을 들인지 18년 만에 그야말로 초유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윤 회장은 KB 내에서 주로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김 대표는 “(회추위에) 의견서를 내면서 간곡히 호소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임시 주총 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대표는 “KB금융은 국민의 것이다. 윤 회장의 것이 아니다. 길게 해봤자 3년이다. 이 3년을 위해 KB금융의 10년을 망가뜨리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KB금융은 리딩 뱅크가 됐다. 이걸 유지하기 위해 독재와 장기 집권이 아니라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공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여러 제안을 했고 직원들의 정서는 대부분 반대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추위가 만약 윤 회장을 경영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3연임을 시켜준다면 저희는 돈만 잘 버면 되는 상인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사채업자도 돈은 제일 잘 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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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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