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작년 총선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내 3당이었다. 20대 국회 4개 교섭단체 체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를 만들어냈던 제3지대의 중심 정당.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원외정당이 됐다. 구 국민의당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민생당으로 발전해온 민생당의 이야기다.
지금도 민생당이 존재해? 다들 이렇게 묻지만 사실 민생당은 정의당 다음으로 지방의원(광역의원 6석+기초의원 19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원외 진보정당들이 단 한 번도 당선자를 내본 적이 없는 반면 민생당은 '선출직 당선'과 '교섭단체'의 경험이 있다.
그런 민생당이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 오는 28일 새로운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출된다. 투표는 24~25일(온라인), 26~27일(ARS)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언론 지면의 정치 섹션은 거대 양당의 대권 경선 소식으로 가득하다. 민생당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당이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고 44만명의 당원들이 구심점을 형성한다면 3지대 권역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작년 4.15 총선 직후부터 올해 4.7 보궐선거까지 민생당은 이수봉 체제(전 비상대책위원장)였다. 1년간 당의 ‘혁신’과 ‘연내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약속했던 이수봉 전 비대위원장은 불명예 퇴진했고 법적 공방까지 일으켰다. ‘이수봉파’와 ‘반이수봉파’로 나뉘어 1년 내내 싸웠다.
지난 19일 14시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민생당 전당대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창록 후보는 “이수봉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수봉을 몰아낸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민생당에 필요하다. 이수봉의 과오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는 7명이다.
이미 대선 정국이다.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연대 전략(원내외 소수정당들의 대선 연대 전략이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이 중요하다. 우선 모든 후보는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큰틀에서 공감했다. 다만 ‘연대’와 ‘자강’의 선후관계에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유일한 여성 서진희 후보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비롯 민생당 전직 국회의원(박주선·최경환·유성엽·박주현·조배숙·정동영)을 중심으로 대선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제3지대 정당과 시민사회를 연계해 “공정사회연합체”를 결성하겠다고 부연했다.
서 후보는 “국민의 뜻과 당원의 뜻을 받드는 대선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며 “외부 전문가와 우리당 브레인들로 구성하여 정권 창출의 산실로 만들어 반드시 집권여당이 되겠다. 우리 민생당 당원은 저력이 크다. 44만의 당원 중 반은 수도권에 있고 반은 호남에 있다. 우리 당원들이 집권여당을 만들어주실 것이다.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예찬 후보는 “민생당에 대선 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큰 판을 만들겠다.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 여러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선을 즉시 준비하겠다”며 “제3지대를 크게 키울 수 있도록 시대전환, 김동연 예비후보, 기본소득당, 국민의당, 무소속 국회의원들과의 통합을 첫 번째 과제로 하고 바로 경선 체제로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내훈 후보는 “민주당의 대안으로 국민의힘이 될 수 없다”면서도 “우선 정권교체를 하고 그 다음에 민생당 집권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단일 후보로 정권교체를 구상하는 것 같은데 이내훈 후보는 “여전히 3지대는 유효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이내훈 후보는 자강론에 대해 “정당은 시민사회단체와 다르다. 정치적 선거 출마를 통해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저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과 지선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당원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저희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극심한 내분으로 입은 상처에 대해)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선거 준비를 통해 자강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리는데 이내훈 후보는 당장 “3지대에 있는 여러 정당들과 힘을 합치려는 노력들을 해볼 것이고 기호 순서가 뒷번호인데 조금이라도 앞으로 당기려는 노력(국회의원 영입)을 해볼 것”이라며 “위성정당처럼 초법적인 형태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우리 스스로 힘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서 대선과 지선에서 임해야 하고 그게 우리 당의 치유로 이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자강론을 내세우는 후보들은 어차피 지금의 민생당으로는 연대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는 현실 진단이 엿보인다.
이승한 후보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사실 정치의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국민도 저희 당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정당이 정권을 이양하거나 교체하지 못 하면 의미가 없다. 언론에서 단 한줄도 써주지 않는 우리당의 현실을 볼 때 어느 당에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먼저 자강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정체성이 같은 의원들을 모셔서 원내정당을 만들고 모든 힘을 쏟아서 전국 지지율 3% 정도의 정당을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호남에서 10~20% 지지율을 갖고 타당의 후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물론 자체 후보 중요하다. 여러 정당들과 손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가 몸집을 키우고 부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 후보는 “어느 후보께서 당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분들. 이제는 당의 일선으로 물러난 분들까지 대선 후보로 모셔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묻고 싶다. 우리 민생당이 그렇게 허약한가?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내가 보기에 여기 있는 6명도 대선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좀 가져야 한다. 우리 민생당은 장점이 많다. 민생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후보 반드시 내야 한다”고 설파했다.
다만 “(자당 후보를 내기 위해 노력을 해본 뒤에) 국민들이 아직 부족해서 더 성찰하라고 말씀하면 여기 있는 후보들과 당원들의 뜻을 모아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 더군다나 대선 이후에는 곧바로 (출마자들이 너무 많아 정당 연대가 쉽지 않은) 지방선거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순 후보도 “당장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아무리 급해도 실 바늘을 하늘에 꿰맬 순 없다”면서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이창록 후보 역시 “대선을 앞두고 당내 조기 안정화와 원내 정당화를 이뤄야 한다. 디지털 소통 플랫폼을 통해서 수평적이고 상향적인 의사전달 구조를 만들어 전국 당원들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야 된다”면서 “당에 대한 신뢰를 쌓고 전국 정당 조직화를 통해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조직 정비를 먼저 해놓고 그 다음에 “구태 양당이 실망시킨 어느 쪽에도 맘을 주지 못 한 많은 국민들 여론조사 10%에 육박한다. 그 민심에 응답하기 위해 3지대 종갓집 민생당”이 나서야 한다는 게 이창록 후보의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이창록 후보는 “외부 3지대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같은 분들과 함께 경선판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