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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임종 맞은 할머니 "독거노인의 고독사 드문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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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이웃도 모르는 사이에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존엄한 임종은 없었다. 한 순간에 고독한 죽음을 맞이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는 이곳에선 1년새 2명의 노인이 고독사로 삶을 마감했다.

 

 

지난 25일 해당 아파트 10층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난 70대 할머니 A씨는 새로 담근 동치미를 전달하러 갔다가 숨이 끊겨 있는 동갑내기 할머니 B씨를 발견했다. 수사로 인해 직접 들어가볼 수는 없었으나 해당 층에 당도하자 처음 맡아보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아파트에서 14년간 살았다는 A씨는 친구 B씨와 종종 음식을 나눠먹었다. 그에 따르면 B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5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다른 아들, 딸들은 다 성공해서 서울에서 산다던데 명절에 한 번도 오는 꼴을 못 봤어. 정신 이상한 장남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안 보이더라고. 취직해서 따로 살게 됐다는데 저번에 둘째인지 셋째인지 딸내미가 와서 데리고 가는 걸 4층 할머니가 봤대. 정신병원에 데리고 갔나봐.

 

지적장애인 아들과 같이 살던 B씨는 반 년 전부터 홀로 살게 됐다. 지난해 여름 A씨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거동이 불편해지자 B씨는 이런 A씨를 만나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디가 아픈가보다 했지. 아니면 자식들 보러 갔을 수도 있고. 나도 무릎만 성하면 고추 말린거라도 직접 갖다주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할아버지(A씨의 남편)한테 문고리에라도 걸어두고 오랬지. 불도 켜져 있었다고 하고 우리 딸이 암 판정을 받아서 그거 걱정하느라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A씨는 17일 입원한 딸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을 때만 해도 인기척이 있어 안심을 했다. 그러나 22일 B씨의 집에 찾아갔을 땐 인기척도 없고 또 이상한 냄새가 났다.

 

느낌이 안 좋아서 신고를 하고 경찰이 문을 땄는데 글쎄 거기 주방에 누워 있더라고... 이 양반도 안 아픈 구석이 없었지만 노인들이 다 그렇지 뭐.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아직 경찰도 모른다니까...

 

경찰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B씨의 자식들이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씨는 자식들의 소득 수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을 받지 못 했다. 국민연금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실 작년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독거노인의 고독사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이처럼 비참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작년에도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80대 C씨는 유족들의 시신 인수 거부로 지자체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공영 장례를 치렀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혹은 연고자가 있으나 주검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때를 말한다. 고독사 노인들은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닿는다고 해도 그들이 장례를 치르길 거부할 때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된 전체 1만2079명 중 약 45%(5480명)는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인원수 또한 지난 2017년 835명, 2018년 1067명, 2019년 1204명, 2020년 1385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8월까지 무려 989명이 사망했다. 

 

경기도 소재 모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원 사각지대부터 살펴보고 점차 그 모니터링 폭을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대학 상담심리학과 관계자는 "경제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대"라며 "정부가 우선적인 적극성을 보여야 공동체의 또 다른 인원들이 움직일 수 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게 된 배경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급증이다. 고독사는 곧 사회로부터의 방치나 다름없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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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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