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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만취운전으로 할머니 목숨 앗아간 범죄자 “또 윤창호법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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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음주운전으로 77세 할머니 B씨의 목숨을 앗아간 40대 여성 A씨는 아침에 사고를 냈다. 그래서 “숙취운전”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 혈중알콜농도로 봤을 때는 숙취운전으로 보기 어렵다. 광주북부경찰서 수사관들은 A씨에 대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험운전치사)을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 6월29일 오전 9시43분 A씨는 술에 취한 채로 광주 북구 오치동에서 르노 SM6 차량을 몰다가 B씨를 들이받았다. B씨는 해당 장소에서 30년 가량 채소 장사를 해왔는데 그날 A씨의 만행으로 숨을 거뒀다. 해당 차량은 인도로 돌진했고 파라솔과 좌판을 들이받고 B씨와 가로수까지 충격한 뒤에야 멈춰섰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엉치뼈와 머리를 크게 다쳐 그대로 눈을 감았다. 뉴시스, MBC, 세계일보 등 여타 매체들은 B씨의 애석한 사연을 조명했다.

 

B씨의 남편은 “(사고 당일 노점상 세팅을 해주고 아내가) 가서 쉬라고 그래서 집에 들어가 있는데 큰일이 났다...”고 말했다.

 

B씨의 자녀는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 한 게 아쉽기만 하다. 늘 자식들 걱정에 뒷바라지만 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하니 서글프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모든 유족들은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품게 된다. 부질없는 후회와 자책감에 시달린다. 故 윤창호씨는 2018년 9월25일 새벽 2시25분쯤 부산 해운대구 미포 오거리에서 음주운전 범죄자 박모씨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데, 윤씨의 친구 김민진씨는 그때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때 만약 내가 전화를 걸었으면 어쩌면 단 1분이라도 늦게 나오거나 혹은 일찍 나와서 사고를 안 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후회는 비단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가족과 친구들이 각자의 그런 후회를 하고 있다. 그때 내가 이랬더라면... 술 마시고 운전한 비상식적 행위를 한 그 사람 한 명으로 인해서 저희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했지만 그 후회와 죄책감의 몫은 저희에게 돌아오게 됐다.

 

 

A씨는 윤창호법을 피해갔는데 이 대목을 다루기 전에 우선 사고 장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광주 북구 문흥동·오치동·용봉동 등에 살고 있는 광주시민들은 소위 “오치 한전(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이라고 부르는데 그 인근에는 4차선 왕복 도로가 있다. A씨는 도로교통공단(광주전남지부) 및 전남대 후문 방향으로 주행하고 있었고 안쪽 1차로에서 바깥 2차로를 넘어 순식간에 인도로 광폭 질주를 하고야 말았다. 좌측으로 휘어지는 곡선 구간이기 때문에 핸들을 살짝 좌측으로 돌리면서 주행해야 하는데 술에 취한 A씨는 그럴 능력도 없는 상태였다.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94%였는데 면허 취소 수준(0.08%)이다.

 

윤창호법 체제 이전에는 0.1% 이상을 “만취 상태”라고 표현했는데 이제는 0.08% 이상만 돼도 만취로 간주된다. 보통 70kg 성인 남성 기준으로 봤을 때 소주 1잔당 1시간의 분해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새벽 2시에 소주 1병(소주잔 8잔)을 연거푸 마셨다면 최소 8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이후가 돼야 술이 깬다. 즉 아무리 40대 여성이라고 해도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그 정도로 취했다면 전날 밤 소주 3병 이상 폭음을 했다거나, 새벽 5~6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자리를 옮기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윤창호법이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었을 때는 윤창호법 또는 교특법상 치사 둘 중 하나가 적용되는데 전자는 징역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후자는 일괄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의율된다. 전자가 압도적으로 강력한 처벌이다. 그런데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5조의 11 1항 법조문에 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단서가 명시돼 있다. 여기에 해당돼야 윤창호법으로 처벌될 수 있는데 술 마셔서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제대로 걷지 못 하거나, 눈이 풀렸거나, 술냄새가 진동하거나, 혀가 꼬여 발음이 이상하거나, 말을 횡설수설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이런 정도는 되어야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 최초 출동한 수사관의 수사일지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각급 경찰 경비교통과에서는 음주운전 사망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피해자측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하여 윤창호법을 적용하고 싶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교특법으로 선회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더라도 운전자가 술이 세서 비교적 덜 취한 것으로 판명되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게 되는 현행 법체계가 문제다. 그래서 음주운전 피해 유족들과 평범한미디어는 하태경 의원실(국민의힘)과 함께 윤창호법 보완 입법 운동에 나섰고 그 결과 ‘술에 취한 상황’과 ‘마약 등으로 인한 상황’ 2가지로 분리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든 가해자가 혈중알콜농도 0.03%(면허 정지)로 판명나면 윤창호법이 자동 의율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여타 선진국에서 A급 살인미수로 여겨지는 음주운전 범죄가 대한민국에서는 단순 과실범으로 취급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대법원 데이터에 따르면 한 해 윤창호법으로 재판을 받는 4000여명 중 350여명에게만 실형이 선고되고 있다.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중대한 결과를 일으켰음에도 고작 8%만 감옥에 가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집행유예와 벌금 선고율은 92%에 이른다.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햄버거집 사건故 쩡이린씨 사례 등 언론 조명이 상당히 이뤄진 소수의 사건들에서만 가해자가 징역 8년으로 처벌되고 있는데 사람이 죽더라도 징역 8년이 최대치다.

 

 

가벼운 처벌과 함께, 단속에 걸리지 않고 사고만 나지 않으면 장땡이라는 인식이 음주운전의 반복을 부추긴다.

 

허억 교수(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는 2015년 12월15일 방영된 MBC <PD수첩>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차라리 단속에 걸리면 내가 앞으로 몇 개월간 운전도 못 하고 음주운전하니까 단속에 걸리는구나 생각하는데. 단속에 안 걸리니까 이런 식으로 나는 운이 좋아서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운이 나빠서 안 걸리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계속 안 걸리면 결국 사고날 때까지 한다. 오히려 단속에 걸리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이다.

 

송수연 차장(도로교통공단 미래교육처)은 2020년 9월17일 방송된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서 결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음주운전의 특성’에 주목하며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음주운전이란 게 사실 문제는 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 결정을 할 때는 어려울 수 있다. 단속되면? 사고나면? 이런 두려움을 갖는데 실제 그게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어떤 순간에는 위험과 마주하지 않는다. 그니까 혼자는 위험할 수 있지만 사고의 상대가 있거나 단속이 있거나 바로 행위 자체가 그런 걸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내가 해봤는데 별로 문제가 없더라는 것들이 다음 결정을 빠르게 쉽게 반복적으로 하다가 단속되고 사고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이전에 우리가 하지 말아야 된다고 하는 원인들을 빨리 만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면 음주운전을 하면 많이 단속이 된다거나 사고를 일부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쨌든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이라든지 본인들이 두려워할 것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 부족하다. (실제로 음주운전을 했는데 안 걸리는 것이 특이한 상황이어야 하는데 단속에 걸리면) 나는 재수가 없고 운이 좀 안 좋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B씨는 남편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30년 넘게 팔아오면서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생전에 B씨와 인연이 있는 주변 상인 수십여명은 “사고를 낸 운전자를 엄히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B씨의 자녀도 “가족을 잃은 슬픔 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이런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원망도 크다. 반드시 엄벌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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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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