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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 된지 3개월만에 ‘음주뺑소니범’이 들이받아 중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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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또 중대한 음주운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음주뺑소니범이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20대 여성을 들이받고 그대로 도망갔다. 분명 음주운전 사망 뉴스들을 접했을텐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안 걸리면 그만이자 혹시 무슨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마인드가 또 다시 한 사람의 삶을 짓밟았다. 이렇게까지 경각심이 없다.

 

 

20대 남성 A씨는 17일 아침 7시반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술 취한 채 자신의 SM7 차량을 몰고 가다, 초록불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27세 여성 B씨를 들이받았다. 가장자리 4차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리던 A씨는, 충격 후에도 150미터 가량 같은 속도를 유지하더니 사람을 친 걸 인지했는지 비상등을 켠 채 살짝 속도를 줄였다. 그러나 이내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우회전해서 도주했다. CCTV 영상을 보면 뺑소니를 자각했으나 알고도 도망가는 A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B씨는 10미터 가량 날아가 도로에 떨어졌다. 충격과 동시에 ‘쾅’ 소리를 들은 맞은편 택시기사를 비롯 주변 시민들이 빠르게 달려와 신고하고 수습을 시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울산남부경찰서)은 2시간이 지난 9시반쯤 사고 지점에서 5km 떨어진 울산 중구에 있는 A씨의 부모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31%로 면허취소 수치 0.1%를 훌쩍 넘겼을 정도였는데 새벽 내내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퍼마셨다고 한다. 대략 소주 1병반에서 2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술자리에 있던 친구들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성립되는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종합보험에도 들지 않은 차량을 몰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3월에 중고차를 샀는데 임시로 한 달짜리 보험에만 가입했다가 기간이 경과한 뒤에도 정기 보험을 들지 않고 무보험 상태를 방치한 것이다. A씨는 감옥에 갇히면 그만이지만, B씨의 가족들은 막대한 병원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아무튼 A씨는 음주운전, 뺑소니, 무보험 운행을 저지른 것인데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최초 진술에서 음주운전만 인정하고 사람을 들이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계속된 추궁에 A씨는 사고냈다는 걸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스스로 인정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경찰이 추가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사고가 일어나고 3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현장으로 갔다. 사고 지점 건너편 좌회전 차로에서 대기하며 경찰관들이 수습하는 모습을 1분간 지켜봤다. 뺑소니의 흔적을 어떻게 은폐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 것으로 짐작되는데 A씨는 끝내 자수하지 않고 다시 도주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B씨는 울산대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사실상 뇌사 상태라서 언제든지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B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취업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사회초년생으로 부모님을 쌀뜰히 챙기는 그런 딸이었다고 한다. B씨의 부친은 “어린이집 교사를 하다 보니 애들한테도 잘하고 잔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제가 올해 정년퇴직을 했는데 (축하) 플래카드 같은 것도 만들어줬다”고 말했고, B씨의 오빠는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절대 겪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원합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영장을 바로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 범죄들 중 가장 중대한 혐의가 뺑소니인데 특가법상 도주치상의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이다. A씨의 음주 상태를 봤을 때 윤창호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까지 적용될 수 있다. 위험운전치상의 법정형이 징역 1년~15년이기 때문에 도주치상이 더 무거운 죄목인데 이럴 경우 실체적 경합범으로서 중한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다. 유기 징역의 상한선은 30년이다. 그래서 A씨는 법적으로만 보면 법원에서 징역 1년 이상 45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도주치상 혐의는 워낙 복합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돼 있는 만큼 여러 상황에 따라 다 달라서 평균 형량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컨대 음주운전을 한 상태로 도주치상을 두 건 범한 뺑소니범이 경찰관까지 들이받고(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계속 도망가다가 붙잡혔는데 이런 자에게 징역 3년 밖에 선고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무려 4건의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어떤 뺑소니범은 도주치상과 사고후미조치 혐의까지 적용됐으나 잘못을 반성하고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 보상을 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A씨에 대한 강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피해자측의 바람과는 달리 황당한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피해자측이 절대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매서운 국민 여론과 수많은 언론 보도가 더해지면 법원도 눈치를 보고 엄중하게 판결할 가능성이 있지만 교통 범죄에 대한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이 이렇듯 처참한 수준이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과거 윤창호법 제정운동을 주도했던 故 윤창호씨의 친구 손희원씨는 “사실 법조인들이 음주운전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가 음주운전 경력이 많기도 하고 실제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창호씨의 또 다른 친구 윤지환씨는 “(창호씨의 부친이 언론의 기획 취재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안 바뀌니까 그런 것 같다. 당한 사람만 속앓이하고 삭히고 삭히고 하다가 결국에는 다 포기하시고”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피해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가장 큰 주체가 바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다. 음주운전 문제를 논할 때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만 대책을 세우면 실효적이지 않다고 말하기 이전에 실제 법률에 맞게 법원이 제대로 선고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 같다.

 

한편,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달 내놓은 ‘음주운전 살인운전’ 8부작 기획 보도 유튜브 영상에 한 네티즌이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았다.

 

법을 만들면 뭐 합니까. 제대로 된 처벌이 없고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한데. 제발 음주운전 처벌 좀 강하게 해주세요. 피해자만 속앓이 합니다.

 

### 5월11일 아침 7시43분쯤 끝내 B씨가 사고 이후 24일만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현재 A씨는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이며 이례적으로 울산지검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도주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범죄 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유족구조금 등 지원을 의뢰했으며, 심리치료 등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씨의 유족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을 올리고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가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지금처럼 계속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된다면 피해자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제도와 법이 개선되고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운전할 것입니다. 이 청원으로 인해 많은 분이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다 같이 힘을 모아 법과 처벌 수위를 강화해 나간다면,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피해자 가족들은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강력히 처벌하여 음주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청원에 동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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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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