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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미국의 총기 문제? “한인 교포 가족도 총에 맞아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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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미국에서 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는데 한인 교포 가족 3명도 일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일 새벽 5시반 즈음(현지 시간 6일 15시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앨런의 한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에서, 은색 승용차를 타고 내린 한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범인은 33세 백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인데 네오나치주의자로 알려졌다. 가르시아는 경찰에 사살됐는데, 가르시아를 빼면 사망자는 8명이다.

 

쇼핑몰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는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인 교포 가족은 4명이었는데 6세 첫째 아들 윌리엄만 살아남았고 38세 남편 조규성씨, 36세 아내 강신영씨, 3세 둘째 아들 제임스는 가르시아의 총알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조씨 가족은 지인 모임에서 받은 윌리엄의 생일 선물 옷이 맞지 않아 사이즈 교환을 하기 위해 쇼핑몰에 방문했었다. 조씨는 변호사였고, 강씨는 치과의사였는데 평소에 누구보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댈러스 지역 한인 사회에서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라 조씨 부부의 한 지인은 미국의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모금 페이지를 만들었다. 홀로 남게 된 윌리엄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가르시아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단독 범행을 저지른 가르시아는 평소에도 RWDS(Right Wing Death Squad, 극우암살단)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인종차별의 정서가 강했던 인물이었는데 보안업체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총기를 능숙하게 다룰줄 알았다. 가르시아가 사용한 총기는 AR-15 반자동소총이다. 미국 내에서는 비교적 구하기도 쉽고 연사력과 파괴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총기 난사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총이다.

 

미국의 총기 규제 관련 법률은 주마다 너무나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나마 미국 전역에서 적용될 총기 규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미총기협회(NRA)의 엄청난 로비활동과 공화당의 호응으로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하염없이 상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안건으로 논의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을 정도로 강경하다. 사실 민주당도 두 팔 걷어붙이며 사활을 거는 분위기는 아니다.

 

 

매년 4만5000여명(하루 평균 133명)이 총기 사고로 죽고 있지만 미국 수정헌법 2조(“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를 지닌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미국인의 무기 소지권은 헌법적 권리로 옹호되고 있다. 안보 딜레마 이론이나 다름 없는데 총기 사건의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수록 그런 소수의 미치광이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자위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행한다. 200여년 전의 서부 개척의 역사와 50개 주의 독립성으로 인해 총기 소유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아직도 먹히고 있다.

 

총기를 보유한 대다수 미국인은 선량한 시민이며, 총기가 문제가 아니라 나쁜 사람이, 폭력적인 문화가 문제다. 미국인의 총기 소지권을 위한 전사가 되겠다. 총기 사건은 정신 건강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그런데 지금 상원에 계류된 법안은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골자는 △총기 취득 희망자의 신원 조회 강화 △자동소총 등 대량살상무기 제한 △수백 발 장전이 가능한 탄창 제한 등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주는 총기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작년 5월에도 텍사스주 유발디에 있는 롭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19명 포함 21명이 총기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18세 샐버도어 라모스가 일으킨 끔찍한 범죄였는데 그는 권총, AR-15 반자동 소총, 고용량 탄창 등으로 무장한채 초등학교를 급습했다. 라모스는 자신의 할머니에게도 총을 쐈다.

 

(셀 수 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총기 사건들에) 정말 염증을 느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친구가 죽는 장면을 목격한 것인가. 마치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평생 이 기억을 지니고 살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하는가. 공화당은 총기 규제에 협조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

 

 

그동안 미국에서 수많은 총기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소유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런 규제를 관철시키겠다고 공약까지 내건 정치세력이 집권했지만 매번 NRA와 공화당의 입김에 굴복했다. 한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가방을 완전히 투명색으로 바꾼 적도 있었다. 가방에 총기를 갖고 다니지 말라는 의미인데 몇몇 한국 네티즌들은 “그냥 총기 규제를 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라리 책가방에 넣을 수 있는 휴대용 방탄복이 개발될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강력한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언과는 달리,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맘만 먹으면 손쉽게 살상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상식 있는 미국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그래서 더 개인의 자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만 지배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에는 현재 대략 4억정의 총기(전세계 총기의 40%)가 민간에 풀려 있고 매년 230만정의 총이 팔리고 있다. 상당수 미국인들의 집 안 서랍(전체 가구의 40%)에는 총기가 있다. 이미 확산될 만큼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총기를 다시 회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규제를 바로 강화하기도 머쓱해지는 측면이 있다. 지금 풀려 있는 것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규 총기 판매만 금지하거나 강력하게 제한적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암거래 시장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면적이 넓은 미국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위급 상황 발생시 경찰이 출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강도가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본인을 지킬 도구가 필요하고, 시골 주택에서 야생동물이 출몰해도 개인이 자기 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고하다. 

 

무엇보다 총기를 소유했지만 범죄에 악용할 의도가 전혀 없는 평범한 미국인들만 더더욱 규제 시스템으로 들어오게 될 뿐, 대량 살상을 맘먹은 살인마들에게는 아무 제재도 이뤄지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그들은 어떻게든 살상 용도의 총기를 확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차피 노답이니 그냥 “총은 총으로 막아야 한다”는 황당한 명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사실 NRA는 생각 만큼 그리 돈이 많지 않다고 한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로비단체들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직원 월급이 밀린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NRA는 수많은 총기론자 회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 공화당도 정당인데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대다수 유권자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러나 NRA가 회원들을 동원해서 공화당 정치인의 지역구로 가서 낙선운동이라도 펼친다면? 공화당으로선 간단치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NRA 회원들은 실제로 총기 규제 반대 집회, 선거 사무소 폭탄 전화, 편지 전송, 집단 이메일, 리포트 카드 작성 등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실력을 행사한 바 있다.

 

당연히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게 맞지만 이런 복잡한 난제들을 어떻게 뚫어내야 할지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치밀한 정치 전략이 절실하다. 이미 미국에는 각종 총기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연대체를 결성했다. 민주당이 이들과 함께 NRA와 공화당의 성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끝으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이 미국의 총기 문제를 권리의 충돌로 해석한 대목을 인용하고자 한다. 

 

(아무리 미국의 역사적 배경이) 그렇더라도 건국 이래 200년이 넘도록 총기 규제가 난망한 건 정상이 아니다. 자위를 구실로 총기를 보유할 권리와 선의의 제3자가 뜬금없이 총을 맞지 않을 권리 중 어느 쪽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할까. 교훈을 얻기까지는 또 얼마의 희생이 계속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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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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