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41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남동생과 그의 여친이 둘 다 재혼인데 여친에게 애가 있다? 하 이거 어려운 문제네. 요즘 세상에 둘 다 재혼인 건 문제가 아니지만 애가 있다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 솔직히 나는 당신을 비롯한 가족들 입장이 이해가 가. 내 자식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남의 자식 키우는 거 그거 정말 어려운 거거든. 요즘은 안 그러는데 옛날 어른들이 그랬지. 홀아비나 과부한테 딸린 자식은 혹이라고. 자식 달고 새장가 가거나 새로 시집가는 건 혹덩이 달고 들어가는 거라고. 나는 그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그 말이 나온 이유는 이해하는 쪽이야. 하 누군가가 삶에 들어온다는 거 자체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야.
재혼 가정에서 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생기는지 알아? 그 주된 원인은 하나야. 서로 이제껏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서로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게 되었고. 그것이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서 어쩌면 평생에 걸쳐 이뤄지게 되었기 때문이지. 자식의 입장에서도 새엄마나 새아빠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들어온 낯선 아줌마, 아저씨고, 새엄마나 새아빠 입장에서도 새자식은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들어온 낯선 꼬맹이에 불과한데 앞으로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막막하겠냐고. 언제 봤다고 부모고 자식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거지. 그렇게 서로 싸우고 으르렁거리다 결국 이혼하거나 아니면 너만 아니었으면 내 삶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자기 삶을 투사해가며 부모라는 권력관계의 우위에 있는 것을 내세워 아이를 원망하게 되는 거지 뭐.
당신은 지금 그걸 우려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니야? 남동생이 여친의 아이와 갈등없이 잘 지낼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여친의 아이가 남동생을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으니 화도 나고 답답하겠지. 동생이 마음고생하는 것도 싫고. 하지만 대가리 다 큰 성인인 동생이 말린다고 말려질 것도 아니니 그저 한숨만 쉬다가 글을 올린 거겠지. 그래. 당신 정말 좋은 형 맞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내가 주는 사케나 한 잔 마시고 내 말 똑바로 잘 들어.
우선 이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생이 여친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야. 여친과 결혼하면 여친의 아이와도 가족이 되는 격이니까 여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해.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여친의 아이가 동생을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야. 아무리 잘 돌봐도 아이가 아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동생도 폭발할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여친이 인스타에 당신 동생을 아이의 친부처럼 보이게 하는 게시물을 올린 걸 부모님께도 말하는 게 좋아. 그리고 온가족이 모여서 동생을 앉혀놓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봐. 지금 동생이 여친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 건지, 돌보고 있지 않다면 여친의 아이를 돌볼 생각이 있는지, 그럴 생각이 있다면 여친의 아이를 어디까지 돌볼 수 있고, 얼마나 잘 돌볼 수 있는지 그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만약 그 질문에 모두 답을 한다면 그 다음에는 행동으로 증명하게 하는 게 좋아. 원래 사람이라는 게 말로는 못 할 게 없는 생물체거든. 그러니까 여친 아이를 데려와서 혼자 키워보게 하라는 얘기야. 이때 중요한 게 있어. 아무리 동생이 고생하고, 애가 말을 안 들어도 절대 아무도 도와주면 안 돼. 하나부터 열까지 동생이 다 챙기고 감당하게 하고, 그런 다음에 동생과 아이의 반응을 살펴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잘 해나간다면 그때는 셋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걸 허락해도 좋을지 몰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대 허락하면 안 돼. 그건 동생도, 여친도, 아이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렇다면 그 잔 비우는 즉시 부모님께 이야기부터 해. 그리고 내가 말한 대로 해봐. 알겠지? 사케값은 따로 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받을 날이 있을 테니 그리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