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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번개소리’를 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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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떨어지는 벼락에 맞아 사람이 죽었다. 낙뢰가 한 번 내리치면 순간적으로 10억 볼트 이상의 전압이 발생하고, 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른다. 상식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도심에선 건물의 피뢰침을 통해 흡수되어 지면으로 흘려보낼 수 있고, 산 속에선 키가 큰 나무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넓은 바닷가의 경우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

 

 

10일 17시반 즈음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수욕장에서 서핑을 하기 위해 방문했던 36세 남성 조모씨가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낙뢰에 맞아 사망했다. 조씨 외에도 남성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는데 다들 모래사장 위에 있었다. 서핑을 위해 바다로 입수하기 직전이거나, 이미 서핑을 마치고 나와 쉬고 있던 중에 변을 당했다. 우산 쓰고 해변을 걷고 있던 최씨도 낙뢰를 맞아 다쳤다.

 

드넓은 바닷가에는 내리치는 번개를 받아줄 높은 지형지물이 없었고 결국 사람들에게 향하고 말았는데, 시커먼 구름이 해당 지역에만 떠있으면서 급하게 거센 비가 쏟아질 때는 서둘러 해변을 벗어나야 한다. 물기가 있는 모래사장을 이탈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다. 애초에 꼼꼼히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살다 보면 그런 위기의 조건들을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서핑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전력 질주해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구체적으로 낙뢰 대비법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①하늘에서 번뜩이는 낙뢰를 목격하고 30초도 안 되어 천둥소리가 들렸다면 신속히 대피하기

②안전한 장소로 피신한 뒤에 지속적으로 천둥소리가 들리다가 마지막 천둥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안 들리는 것 같다면 약 30분 정도 대기했다가 이동하기

③피신할 때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우산과 같은 긴 막대형 물체를 버리는 등 최대한 몸에서 멀리하기

④신체에도 전기가 통할 수 있기 때문에 대피 도중에는 다른 사람들과 3미터 이상 떨어져서 이동하기

⑤어디로 대피하느냐가 중요한데 너무 당황하지 말고 근처에 있는 자동차나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기

 

 

워낙 쾅 소리가 컸다. 인근 펜션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사고 직후 피해자들을 목격한 다른 관광객들은 긴급 신고 후 바로 달려가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낙뢰를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심정지 상태의 조씨를 신속히 가장 가까운 속초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내 강릉에 있는 큰 병원으로 다시 옮겨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며 혼신의 응급치료를 받도록 했으나 돌이킬 수 없었다. 조씨는 호흡과 맥박을 한 차례 회복했으나 11일 새벽 4시경 최종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조씨는 서핑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혈혈단신 양양을 방문했던 것이었는데 다른 부상자들과는 일행이 아니었다. 부상자들은 가슴 통증과 하지 감각에 마비가 오는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사실 이날은 강원도 지역 곳곳에서 기괴한 기상 현상이 즐비했다. 우박도 떨어졌다. 강원도 외 다른 지역들에서도 약 2000회의 낙뢰가 일어났다. 낙뢰는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낙뢰 현상이 훨씬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날씨 앱을 깔아서 기상 체크를 수시로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고 등산, 스포츠, 여행 등 빅 이벤트를 갈 계획이라면 디테일하게 날씨를 체크하자. 특히 이제부턴 산과 바다로 갈 때 겪을 수 있는 조난의 유형에 ‘낙뢰 변수’도 추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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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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