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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비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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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애를 낳지 않아서 국가적으로 위기라고들 하지만 그 누구도 사태의 본질에 입각한 확실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연일 ‘합계출산율 0.78명’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소멸되는 것 아니냐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지 않은 이상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이 50년 이후의 나라 걱정을 자신의 삶보다 우선적으로 여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애를 낳았을 때 누가 대신 키워주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갈아넣어서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의 출산 장려책은 “돈 좀 더 줄테니까 알아서 잘 키워봐”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 한다”로 상징되는 산아제한정책이 있을 만큼 애를 많이 낳았다. 그때는 나라를 위해 많이 낳았던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낳는 것이 국룰이었다. 20~30대가 되면 당연하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애를 몇 명 이상 낳는 것이 사회 통념이었고 개개인이 그런 압박에서 자유롭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애초에 결혼해서 애를 낳는 것이 ‘사람 구실’을 다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비혼이나 비출산은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바뀐지 오래됐다.

 

 

수학 강사 정승제씨는 ‘내 집 마련’이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애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 조건들이 안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한 게 본질이라는 취지다. 수학 강의를 하다가 저출생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관련 메시지를 길게 풀어냈는데 정씨는 “옛날에는 많이 낳고 많이 죽었었다. 그때는 그렇게 출산율이 높았는데 그 당시에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잖아?”라며 “출산율을 (내 집 마련의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출산율과 부동산이나 경제 문제는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사교육비 때문에 애를 안 낳나? 사교육비 때문에 안 낳을 정도는 아니다. 가치관이 바뀐 거다. 옛날에는 무조건 결혼해야 하고, 무조건 애 낳고, 육아를 해야 하는 가치관이었다면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선택으로 바뀐 것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관이다.

 

물론 한국적인 교육열로 인해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문제가 간단치는 않고 그런 풍조가 출생율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것은 아닐 거다. 허나 과거에도 자녀 교육열이 높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옛날에도 그런 가치관은 있었어. 나는 못 배웠지만 아이는 최고로 키워야겠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교육열. 그런 가치관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근데 옛날에는 전쟁통에도 애를 많이 낳았다. 그러니까 난 애를 반드시 낳아야 되는 거는 아니다로 바뀐 게 아닐까?

 

정씨는 1976년생인 본인이 지금까지 굳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 통념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결혼을 안 하잖아. 지금의 내가 30년 전이었다면 결혼을 했을 것이다. 가치관이 바뀐 거다. 어떤 가치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그것보다는 내 인생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가치관으로 인해 출산율이 저하된 거지. 옛날에는 애를 낳고 애들을 위해서 희생하며 사는 게 하나의 가치관이었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라 나의 인생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래서 나도 지금 결혼 안 하거든. 그래서 출산율은 나한테 물어봐야 한다. 내가 결혼 안 한 이유가 그게 바로 출산율 문제다.

 

출생율 대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꼭 젊은세대만이 아니라 40~50대에서도 자신의 커리어와 행복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돈 좀 더 줄테니 애를 낳으라는 식의 대책으로는 전혀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출산율이 낮은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임대주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애 낳으면 얼마 준다? 그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야 돈 줄게 낳아! 뭐 이럴 것 같은가 국민들이? 기분 나쁘지 않은가. 가치관이 바뀌었으니 거기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니까 애가 태어나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애를 낳을 것이다.

 

진짜로 애가 태어났을 때 나의 삶이 더 행복해진다는 확신이 있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는 나의 행복을 위해 애를 많이 낳은 게 아니었고 그냥 당연하게 굳어진 사고방식에 따라 낳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행복에만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문제는 애를 낳아 키우는 것이 나의 행복 증진과 일치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지 어렵다는 점이다. 시대 풍조와 무관하게 애를 낳는 것이 나의 행복이나 이상향에 부합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개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을 운영하고 있는 래퍼 출신 양해민씨는 3년 전 ‘제발 애 낳지 마세요’라는 영상을 올려 이목을 끌었는데 임신과 출산이 개인의 삶에, 특히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 손실을 불러오는지 일일이 풀어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개인의 행복을 갉아먹는 것이 바로 임신과 출산이기 때문에 애 낳지 말라는 거다.

 

아이가 충분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잘 크려면 부모의 행복이 적당히 갈아넣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젊은 여성들은 아기도 낳고 싶고 커리어도 쌓고 싶고 그러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근데 우리나라는 솔직히 멀었다. 그런 거 안 된다.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 육아휴직 다녀오면 책상이 없어지고 부서가 바뀐다. 애 낳는 순간부터 중요한 업무에서 이름이 빠지고 승진도 밀린다. 결국 잘리거나 등떠밀려 나오게 되면 전공이나 희망직업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파트 상가 카페 알바로 일하게 된다. 대학 졸업까지 했는데 다시 대학생 때와 똑같이 파트 타이머가 되는 것이다.

 

경력 단절의 차원만이 아니다. 애를 낳고 책임지는 행위 자체가 너무 고되다.

 

모유 수유를 하면 엄마가 건강해진다? 개소리다. 혈관 기능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애 키우면서 관절염, 근육통, 우울증 등 온갖 골병 다 드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고 그 전에 일단 사람 몸에서 사람 하나를 꺼내는 건 건강과 생명에 종합적으로 치명타다. 번식은 기본적으로 모체의 건강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리고 육아와 가사일은 신체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육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빡센 노동이다. 밖에서 돈 버는 게 쉽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진짜 할 수만 있다면 (부부가) 한 달만 육아와 경제활동을 바꿔서 해봐라. 육아는 차원이 다르다.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생명체는 내가 1초라도 한 눈을 팔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근데 그걸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아기랑 하루종일 집에 둘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뭐 애가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면 감동적일 것이다. 다 좋다. 그러나 그 전에 사람이 미친다. 완전 돌아버린다. 하루종일 시간 맞춰서 밥 먹고 모유 짜고 있으면 내가 인간인가 젖소인가 싶어진다. 어린 친구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애가 태어나면 자동으로 없던 모성애와 부성애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아이 인생과 본인 인생 세트로 망치지 말고 제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야말로 자기 희생이 필수적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유예해야 하고 참아야 한다. 자기결정권이 극히 제한되는 삶을 감내해야 한다.

 

 

애를 다섯이나 낳아서 키우고 있는 개그맨 정성호씨는 “애를 많이 낳는 것, 애를 낳는 것은 돈이 있어서 낳는 게 아니”라며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고 돈을 많이 벌어서 애를 많이 낳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돈보다 더 소중한 게 희생”이라고 말했다.

 

그 희생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돈이 많은 재벌도 애를 안고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희생인데 그 희생이 점점 줄고 있다. 내가 과연 누구에게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을까가 더 중요하다. (세대마다 희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른데) 예전에는 어떻게든 매를 들고 공부를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서 성공을 시키는 게 부모의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예 애를 낳지 않는다. 그 얘기는 나 때문에 아이가 힘들고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당신을 위해서 희생할 마음이 없으니 나는 당신을 못 낳겠다는 뜻이다. 그 희생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자신이 살던 패턴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희생정신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과거와 달리 많이) 바뀌었다.

 

북유럽에서 애를 낳아도 부모는 희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희생의 크기를 줄여달라는 게 정씨의 메시지다. 희생해야 될 것들이 너무 크고 많아서 도무지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희생해야 하고 애를 안아야 하기 때문에 희생은 돈과 차원이 다르다. 아빠와 엄마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임신 중임에도) 회사에서는 출근하라고 하고, 6개월 육아 휴직하면 뒷말 나오는데 누가 애를 갖겠는가?

 

수학 강사 정씨가 돈 줄게 낳아라는 정책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성호씨도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뭐 둘째를 낳으면 아파트를 줘? 오케이! 오늘밤 아파트 받으러 가자! 이게 뭔가!”라고 동조했다. 돈 줄게 낳아라는 것도 지나치게 조건에 따른 차등화가 심하다. 정성호씨는 “(나처럼 다자녀 가구 말고도) 애를 하나 낳는 사람에게도 지원이 잘 돼야 한다”면서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다자녀로 나누고 다섯이 있든 하나가 있든 둘이 있든 애를 키우려면 그 애를 위해서 써야 하는데 이거는 조건이 너무 많다. 아이 숫자에 따라 다 다르고 버는 수입에 따라 달라.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세금 혜택이 되는데 어떤 사람은 직업에 따라서 안 돼. 그러니까 애를 낳는 게 더 힘들어진다. 하루 빨리 하나를 낳아도 그 애를 위해서 케어를 할 수 있게 나라에서 다자녀와 똑같이 혜택을 주는 게 옳다. 아이가 있습니까? 바로 (충분히) 지원해드리겠다. 이런 게 옳은 거다.

 

사실 젊은세대 입장에서 임신과 출산은커녕 결혼과 연애를 하는 것조차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분을 들게 만드는 시대가 오늘날의 한국이다. 남보다 비교 우위에 서려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탈락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극심하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도를 닦는 기인이 아닌 이상 한국 사회에서 이런 구조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이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 자신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무슨 연애와 결혼인가? 무슨 임신과 출산인가?

 

 

방송인 이금희씨는 숙명여대 겸임 교수로 근무하면서 15년간 1500여명의 학생들과 1대 1 티타임을 가졌는데 아래와 같은 지점을 이야기했다.

 

정말 놀랍게도 내가 2005년부터 티타임을 했는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연애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모두가 직업, 취업, 진로. 어느정도냐면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만난 학생이 있었는데 입학하고 한 달 됐다. 4월초에 만났는데 나한테 이렇게 질문한다.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야 취업에 도움이 될까?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1학기 한 달된 학생이 벌써 취업 걱정을 하면서 4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문턱증후군을 앓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대학의 문턱만 넘으면 돼. 대학 때는 취업의 문턱만 넘으면 돼. 근데 요즘 그걸로 되는가? 아니다. 문턱을 넘어서 아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그런 사람에게 다시 일어나서 다시 취업을 준비해야지!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게 요즘 사회다. 그걸 어른의 시각으로 보거나 어른세대의 경험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씨의 말을 듣던 진행자 유재석씨는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 게 사람마다 한계가 있는데 연애라든가 기타 다른 것에 쓸 에너지나 여력이 없다는 말”이라며 호응했다. 정말 연애하고 결혼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단적으로 “망쳤다”가 아닌 “망했다”로 표현하는 청년들의 언어습관만 봐도 그렇다. 이씨는 “(요즘 중간고사 한 번 잘못 본 것에 대해 망쳤다가 아닌 망했다고 표현하는데) 망친 건, 예전에 전영록 선배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망친 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되는데 요즘 망쳤어라고 말하지 않고 망했어라고 한다”며 “망한 건 사업이 망하다.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사실 중간고사 한 번 잘못 본 건 인생에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니고 기말고사에서 보완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근데 심정적으로 벌써 시험 한 번 잘못 본 게 망했다. 내 인생 망했다로 직결이 된다. 어른들이 그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도 “요즘 MZ들의 연애를 분석할 때 가볍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면서 “가볍다기 보다는 보다 현실을 더욱더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런 관점이 조금 더 맞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연애라는 환경 자체가 돈도, 시간도, 체력도 많이 써야 하는데 취업도 어렵고 집값도 많이 오르고 사랑의 청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다. 그래서 약간 좀 패스해도 되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적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선순위에서 연애를) 피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 내 삶에 들여보내야 하나? 왜 이게 어떤 가치가 있지? 가성비가 굉장히 떨어지는 게 연애라는 행위다. 감정도 쓰고, 체력도 쓰고 막 여러가지 마음고생도 하고. 이런 거에 비해서 이게 나한테 무엇을 주는가? 워라밸에 굉장히 반하는 게 연애라는 행위다. 그러니까 딱 선택해서 하기가 매력적인 대상으로서 연애행위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생존 경쟁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연애와 결혼 자체가 철저히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대 풍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연애를 굉장히 강요하는 사회였다. 몇 살이 되면 당연히 연애를 해야 하고, 왜 너 연애 안 하니? 무례한 질문을 서슴없이 했었고 당연히 결혼해야 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고 연애는 또 개인의 선택이기도 한데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고. 연애는 개인의 선택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좋은 부분도 있다.

 

정성호씨가 애를 하나만 낳는 가정에도 다자녀 가정과 차별없이 충분히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모든 청년들에게 조건부 지원책을 들이밀지 말고 그냥 그 자체로 충분히 지원해줘야 한다. 양씨는 “나라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일꾼 생산이지 여러분들 개개인의 행복과 안녕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정말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이 대대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국가의 이익으로만 개인들을 대하는 그야말로 고여있는 사고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서 오히려 “인구 500만인 덴마크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산다. (정치인들은) 뭘 원하는 건가”라며 “국가 단위로 산정해 놓은 GDP 규모가 더 큰 게 좋은 건가? 그게 아니다. 인구수에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면 그게 좋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각자 개인이 자기 삶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저출산 현상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대처해야 되는 것은 이미 태어나서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낳고 싶은 사람은 낳고 그게 싫은 사람은 안 낳고 하는 것이다.

 

애를 낳게 하기 위한 유도책에 올인할 게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한국인들의 행복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촘촘하게 정책 설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젠 아무리 국가 공동체의 존립이 위태롭다면서 겁박을 한다고 해도, 아무리 부모가 내 자녀의 결혼과 출산을 보챈다고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당장 나의 행복과 생존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모두 ‘징징거림’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양씨는 설득당하지 말라고 설파했다.

 

(임신과 출산을 하려면) 적당한 어리석음이 필요한데 애를 낳고 잘 키우기엔 젊은세대는 너무 똑똑하다. 기성세대는 그걸 이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젊은세대처럼 똑똑하지 못 했기 때문에 배아파서 하는 말이다. 부모세대는 젊은세대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 했고 다양한 정보들을 얻지 못 했으며 시대와 국가에 속았기 때문에 결혼해서 여러분을 낳아서 개인을 희생하며 살았다. 그 희생이 있어서 여러분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 희생을 이어받기에는 여러분들이 너무 많이 배웠다. 사회와 가문의 번영 이전에 개인의 행복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진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근데 설득당하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나 사람들의 말에. 그중 가장 큰 원흉은 부모다. 남들 다 하는데 결혼을 왜 안 하느냐. 손주는 언제 안겨줄 거냐. 그런 말에 휩쓸리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도 했는데 뭐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스물스물 드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세대와 여러분은 다르다. 부모가 어떻게 애를 둘씩이나 낳아서 저렇게 살 수 있었냐면 뭘 몰라서 그랬다. 내 인생 끝장나고 이렇게 개고생하는 건지 몰랐다.

 

결론적으로 양씨는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의 결정이 뭔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애를 낳는다는 게 인생에서 어떤 일인지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라”면서 끝을 맺었다. 애를 낳으려고 하는 여성들에게 좀 더 고민해보고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득하는 취지다. 하지만 반대로 받아들인다면 애를 낳기로 결심하더라도, 단순한 로망이나 동경(나의 가족을 꾸린다는 긍정적인 상상)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깊게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고생길이 뻔해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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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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