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안무가 배윤정씨는 <오은영 리포트>에 출연해서 "결혼 생활이 재미없고, 죽고 싶었다. 내가 힘들고 필요로 할 때 남편은 없었다"며 산후우울증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산모들은 누구나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산후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다. 모든 산모들이 겪는 것이니 힘든 시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가길 기다리면 되는 걸까.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 이후 많이 변화한다. 체중이 늘어나는 만큼 배와 가슴의 피부가 쳐지고 급격히 커진 배에는 튼살이 생긴다. 그리고 임신 기간 동안 생겨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태아의 성장을 돕지만 산모에게는 우울감, 수면장애, 불안감을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임신 후유증으로 변해버린 심신이, 출산 이후 시간이 좀 지났을 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신생아는 3시간에 한 번 수유를 해야 한다. 힘든 출산을 겪고도 충분히 회복할 겨를 없이 잠과 휴식을 포기하고 하루종일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출산 후 산후 우울감을 호소한다.
살이 찌고 늘어진 피부를 보면 스스로가 창피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게 느껴진다. 달라진 수면 패턴으로 밤잠을 설치거나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지고 앞으로 직장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만 같다. 오히려 뒤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고 사회적 고립감이 극심해진다. 이유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보통 산후 우울감은 2주 가량 지속될 수 있는데 만약 그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과도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해까지 하게 된다면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가족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 남편은 퇴근 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아내가 공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야 하며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 등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아내가 산후조리 이후 금방 복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으로 자라게 된 이후에서야 맞벌이를 말할 게 아니라, 남편도 주양육자가 될 수 있고, 무조건적으로 아내가 직업적 커리어를 중단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줘야 한다. 사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나의 마음상태에 대한 심리검사와 상담 치료,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가 병행되면 산후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산후우울증을 방치하게 되면 수 년 동안 시달리게 되고 만성 우울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본인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부정적 정서 양상을 보이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게 되며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 해 학업 수행능력 저하,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출산하는 여성들 모두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이라는 식의 안일한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산후우울증 없는 산후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출산은 새로운 생명과 만나는 가장 경이롭고 축복받아야 하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다. 하지만 아기를 봐도 모성애가 생기지 않고 엄마로서 해야할 모든 일들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책할 필요가 없다. 처음 겪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아기를 기쁘게 맞이할 마음의 여유를 빼앗아버렸을 뿐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과 기간도 다 다르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알리도록 하자. 정신과 진료가 부담스럽다면 각 지역에 있는 난임우울센터를 통해 산후우울증 무료 상담 및 프로그램 신청이 가능하니 꼭 이용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