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영하의 날씨에 돌이 갓 지난 아기를 차량에 방치했다. 경찰은 아무리봐도 의심스러워서 아버지를 긴급체포했다. 정말 아들을 죽이려고 했던 걸까?
40대 남성 A씨는 지난 1월20일 19시10분 즈음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오피스텔 지상 1층 주차장에 본인의 아반떼 차량을 주차해놓고 자리를 비웠는데 뒷좌석에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그대로 방치했다. 당시 바깥 기온은 영하 5도에 달했고 차량 시동이 꺼져있었던 만큼 살얼음의 냉기가 차 안에도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해서 신고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 및 소방 구조대원들이 차량의 문을 강제로 열어 아기를 구조했다. 아기를 달래며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는데 그때 A씨가 40분이 지난 19시50분쯤 돌아왔다.
A씨는 수원서부경찰서 1차 조사에서 “편의점에 다녀왔다”고 진술했다. 일단 경찰(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고의든 과실이든 24개월 미만의 영아를 자동차 안에 그대로 두고 내리는 사건은 은근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단 A씨의 말대로 정말 그럴 의도가 없다는 걸 믿어보고 실수로 아기를 차량에 두고 갔다고 가정을 해보자.
아주 유명한 사례가 있다. 2017년 10월 한국인 판사 아내와 변호사 남편이 미국 괌으로 여행을 갔는데 6세 아들과 1세 딸을 차량에 두고 잠깐 쇼핑을 갔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되어 머그샷까지 찍게 된 사건이 있었다. 결국 부부는 약식 재판에서 벌금 1000달러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괌 현지 법률에는 ‘아이를 감독없이 차에 방치’(Leaving Children Unattended or Unsupervised in a Motor Vehicle)라는 죄명이 있는데 6세 미만의 아이를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차에 방치하면 무조건 벌금 500달러 이하를 내야 한다. 부부는 “안이하게 생각하고 움직인 점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없이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식적으로 봐도 아이를 차량 안에 혼자 남겨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경우에 따라 범죄로 인정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행위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모를까 그 이하 유아라면 절대 혼자 두면 안 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체온 변화가 매우 빨리 진행된다. 그래서 잠들어 있는 영아(생후 24개월 미만)나 유아(만 6세 이하)를 차량 안에 홀로 두고 내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일단 △아이 스스로 경적을 울리도록 평소에 교육시키기 △차량에 탑승한 아이가 외부에서 잘 보이도록 유아용 시트 설치 △차량 내부에 동작감지 센서 장착 등 3가지를 기억해서 실천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유형의 과실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두 사례가 더 있다.
먼저 60대 외할버지 B씨는 2018년 7월 경남 의령에서 생후 27개월 외손주를 차량 안에 4시간 동안 방치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B씨는 외손주를 어린이집에 내려주는 걸 깜빡 잊고 직장으로 출근했는데 오전에 예정된 중요한 회의 준비에 정신이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 외손주는 가장 더운 한여름 차 안에서 9시반부터 13시반까지 뒷좌석 벨트에 묶인 채 열사병으로 숨졌다. 발견 당시 외손주는 비스듬히 쓰러져 있는 상태로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경찰(의령 경찰서)은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B씨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형법 267조 일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두 번째 사건은 마찬가지로 2018년 7월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례인데 4세 여아가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 차량(스타렉스)에서 7시간 넘게 방치되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운전기사는 차에 타고 있던 9명의 어린이들 중 총 8명만 내리는 걸 확인하고 해당 여아가 그대로 차에 있는 걸 확인하지 않고 시동을 껐다. 경찰(동두천경찰서)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발부받았고,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교사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해서 조사를 이어갔는데 전부 유죄 판결(형법 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서 어린이 운송용 승합차에 어린이들의 하차 여부를 체크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만들었다. 운전기사가 시동을 끄기 전 차량 맽 끝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는 장치인데 이 과정에서 차량 내부 전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의 말을 믿지 않고 유기 또는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법률부터 살펴보자. 만약 과실에 따른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한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면 형법 251조에 따라 영아살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된다. 일반적으로 영아살해죄는 미혼모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홀로 아기를 키울 수 없어서 살해의 고의를 갖고 실행에 이르게 되면 적용되는 죄목으로서 일반 살인죄에 비해 감경되는 죄명(징역 10년 이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영아의 기준은 분만 직후 또는 생후 2개월에 한정된다. 그래서 생후 13개월 아기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2개월 이상의 아기를 같은 방식으로 고의로 죽게 만들었다면 일반 살인죄가 적용되어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그리고 형법 272조 영아유기죄(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300만원 이하)에서의 영아는 영아살해죄와는 달리 일반적인 유아에 해당하는 연령이 됐더라도 적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버리되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바라는 유기행위와, 사실상 죽었으면 하는 고의를 갖고 방치하는 살해행위간의 구별이 쉽지 않은데 수사기관이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사건에 따라, 법조인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데 통상 선선한 바깥 날씨에 아기를 보자기에 싸서 공원에 놔뒀다면 영아유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씨가 누군가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자신의 차량에 어린 아들을 방치한 점, 상식적으로 유기의 목적이 있었다면 자기 차에 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란 점 등이 중요할 것 같다. 따라서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형법 266조 과실치상(벌금 500만원 이하나 구류 또는 과료), 입증되면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 아동복지법상 영아유기 및 방임(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 혐의도 추가될 것이다.
아동복지법 17조 6호에 따르면 아동에 대한 유기 및 방임행위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①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는 행위
②의식주를 포함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③신체적·정신적인 학대
즉 아기에게 분유를 주지 않고 방치하거나, 상식 이하의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아기를 키우는 행위 등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런 짓을 저질러서 아기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끝나지만, 죽었다면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조 1항과 2항에 따라 아동학대살해(일명 ‘정인이법’ 징역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사형) 또는 아동학대치사(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역시 사례가 있다. 2022년 3월 울산에서 20대 친모 C씨와 계부 D씨는 27개월 된 딸이 뇌출혈과 영양실조로 사망할 때까지 제대로 먹이지 않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입건되어 재판을 받았고 1심 결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5개월 된 아들 역시 건강이 매우 악화될 때까지 방치했는데 아들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인계됐다. C씨와 D씨는 2021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친구들과 놀거나 PC방에 가기 위해 외출과 외박을 밥먹듯이 하며 딸과 아들을 방치했다. 25시간 동안 먹을 것을 주지 않기도 했으며 무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구직의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며 매달 나오는 아동수당을 받아 자신들의 식비와 유흥비로 탕진했다. 심지어 그 돈으로 애완견 사료를 사기도 했다. 사망 직전에는 딸이 개 사료와 배변을 먹고 쓰러지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마지막 발버둥을 쳤으나 이들은 그러든지 말든지 방치로 일관했다. 도와달라는 딸의 신호를 무시하고 폭력까지 휘두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울산지법은 최초로 정인이법을 적용해서 30년간 감옥에 갇히도록 했다. ※5월19일 대법원이 이들에 대해 징역 30년을 최종 선고했다.
올해 2월4일 인천에서는 20대 여성 E씨가 24개월 미만의 아들을 3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만들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E씨는 1월30일 14시부터 2월2일 새벽 2시까지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했는데 새벽 4시가 돼서야 귀가한 E씨는 숨을 쉬지 않는 아들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경찰(인천미추홀경찰서)은 여러 정황을 살펴본 뒤 E씨를 긴급체포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시신 부검 결과 장시간 먹을 것을 제공하지 않아 사망했다는 소견을 확보했다. E씨는 2021년 여름부터 남편과 별거해 살면서 월 2~40만원 가량 양육비를 받았지만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날에도 E씨는 지인이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외출했으며 일 끝나고 술을 마시게 돼서 제때 귀가하지 못 했다는 입장이다. 숨진 아들의 몸에 학대에 따른 외상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적용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직접 양육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보육시설에 맡기는 등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C씨와 D씨, E씨는 그러지 않았다.
다시 아기를 유기하는 문제로 돌아와보자. 이는 아주 심각한데 매년 200여명에 이르는 아기들이 한국에서 유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어린 부모가 경제적 여건이 미비해서 아기를 버리고 도망치곤 하는데 이를테면 20세 여성 F씨가 2021년 9월 화장실에서 낳은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원룸촌 인근에 버린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신생아는 주민에게 발견되어 죽지 않고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아기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F씨는 영아유기죄로 재판에 넘겨져 1심 결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F씨와 달리 20대 초반의 친모 G씨는 지난 1월20일 전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갖게 된 생후 1개월 미만의 신생아(탯줄도 떼지 않았음)를 강원도 고성의 한 둘레길에 유기했는데 경찰이 영아유기를 넘어 영아살해 미수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남아는 지나가는 관광객의 신고로 대나무숲에서 발견됐으며 배냇저고리와 비닐봉지에 감싸져 있었다. 아기는 저체온증 상태로 매우 위독했으나 구조대원들의 응급 처치로 생존할 수 있었다. 경찰은 다음날 경기 안산시의 한 주택에서 G씨를 검거했는데, G씨는 처음부터 현 남친과 강릉으로 놀러가 인근 병원에서 출산한 뒤에 아기를 유기 또는 살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신생아를 밖에 버린다는 것 자체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G씨는 “전남친의 아기인데 처음부터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엔 경찰이 영아살해 미수가 아닌 일반 살인미수를 적용하려고 했었다. G씨의 아들이 영아살해죄의 영아 기준에는 해당하지만 “양육할 수 없는 참작할만한 동기”를 발견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헤어진 전남친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론 참작할만한 동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참작할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해 영아살해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일각에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존속살해죄로 더 엄하게 처벌하면서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범죄에 대해서만 감경 요소를 담아 죄목을 따로 설치해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영아살해·유기죄를 폐지해서 일반 살인·유기죄로 똑같이 처벌하자는 취지의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불완전한 리틀맘과 리틀파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피임법과 성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전무하다. 그리고 아이를 낳게 된 이후로도 낙인효과에 시달리지 않고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턱없이 미비하다.
노혜련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과)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영아유기가 극적으로 줄어들거나 하진 않는다. 영아유기 피의자 대부분이 10~20대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출산할 때 뭘 어떻게 할지 의논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 너무 무서워 충동적으로 버렸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손을 뻗을 수 있는 그런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해야 할 때다.
물론 실질적인 성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리틀 부모들이 차별없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과, 아동 범죄 관련 처벌 수위를 좀 더 엄격하게 높이는 것은 배치되는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후자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전자에 집중되어야 할 에너지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영호 변호사(법무법인 모악)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영아살해의 배경은 적절하게 갖춰지지 않은 출산 환경이다. 영아는 물론 산모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지는 이러한 위험한 행위는 출산 교육, 성교육 등 적절한 출산 환경이 조성된다면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 형량을 높이기보다 불우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에 놓인 산모가 없는지 살피고, 출산 후 양육이 어렵다면 낙태나 영아살해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생명을 지킬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 신경써야 하는데 일단 기존에 있는 법률이라도 확실히 적용해서 아기를 버리고 학대하고 죽이는 부모들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해져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아기를 유기하거나 살해한 부모들의 십중팔구는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 영아살해죄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부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머무르고 있다. 어린 부모의 딱한 사정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원치 않게 태어나서 빛도 보지 못 하고 죽게 된 아기들일텐데 최소한 당국이 정해놓은 여러 제도나 보육시설 등을 알아보거나, ‘베이비박스’에라도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이들에게 너무나 관대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관련해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놓여지면 자동벨이 울리고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상담사가 해당 부모와의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주사랑공동체는 이렇게 만나게 된 위기의 부모들에게 최대한 양육을 권고하고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연결해주고 있다. 주사랑공동체 양승원 사무국장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지원만 받으면 아기를 부모가 키울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