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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금지’ 말고 육식 자체를 줄이자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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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과 먹을 권리의 충돌
관련 식당 생존권 문제 달려 있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해마다 복날이 되면 케케묵은 논쟁이 항상 나온다. 바로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다. 고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접근성이 낮아진 요즘도 개고기 수요는 아직까지 존재한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점 앞에서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약 200여명의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개고기를 꺼내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실랑이가 있었다.

 

그러나 회원들의 거센 항의에 경찰은 한발 물러섰다. 회원들은 준비한 개고기를 먹으며 장구와 꽹과리를 치는 퍼포먼스를 했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고기를 권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도로 건너편에서는 동물권 단체들의 개고기 반대 시위가 있었다. 사실 이 두 단체의 동시 집회는 올해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매년 여름마다 있었다. 사실상 연례 행사다.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개 식용 반대 시위에 참여한 동물자유연대는 “설문조사를 봐도 시민들 대부분은 개 식용 종식을 바라고 있다”고 설파했다.

 

사실 이 주장도 가려서 봐야 되는 것이 일반 시민 입장에서 개 식용을 딱히 반대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뭘 먹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시민들도 개 식용을 반대해서 먹지 않는 게 아니라 대체재가 많고 개고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먹지 않는다. 쉽게 이야기하면 식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다른 고기도 많은데?”가 정확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이 뭘 먹든 말든 관심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서 힙한 트렌드가 되면 나도 먹어볼까? 뭐 딱 이 정도다. 속으로는 반대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것도 있다.

 

육식의 종류는 개고기 뿐만 아니라 소, 닭, 돼지 등 무궁무진하다. 평범한미디어에서도 예전에 언급했다시피 개 식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다른 동물은 다 되는데 왜 개만 안되는가?”라는 자가당착의 논리에 부딪히게 된다. 차라리 “모든 동물을 먹지 말자”는 극단적 비건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위원장은 “차라리 종차별주의를 주장하는 피터 싱어처럼 모든 동물을 먹지 말자고 하면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개’ 도축과 식용만 하지 말자는 건 논리라는 게 아예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개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단체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동물단체가 진심으로 동물권을 주장하고 동물보호를 하려면 천연기념물이라든지, 보호종의 멸종위기를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거는 돈이 안 된다. 국민 관심이 적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까, 감성 마케팅하기엔 딱 좋은 대상이다. 소나 돼지, 닭, 이런 것들은 동물이 아닌가? 닭도 정말 귀엽다 왜 닭 먹지 말잔 말은 안 하는가? 이거는 후원금 때문에 건들 수가 없는 것이다. ‘치느님’이니, ‘치맥’이니, ‘1일1닭’이니, 하며 보편적으로 많이 즐기기 때문에 반감만 사고 후원금이 끊길 수 있으니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연기념물과 보호종은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잘 하고 있다. 논리적 비약에 가깝고 모든 동물단체가 후원금이나 도덕적 우월감만 노리고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개고기 식당의 생존권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개고기 수요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그냥 놔두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존재한다. 사양 산업이니까. 서울시 조례안에 따르면 “보신탕 식당들의 업종 전환을 도와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식당 주인들은 회의적이다. 자영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업종 전환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사실상 기존 가게를 폐업하고 다른 업종으로 다시 문을 열어야 하는 수준인데 어느 자영업자가 순순히 따르겠는가?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에너지, 시간, 비용 등 전부 책임져줄 수 있는가? 무엇보다 내가 해왔던 것을 외부적인 힘에 의해 못 하게 되면 오기가 생긴다. 개고기 식당 업주들도 사양 산업으로 가고 있는 흐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정도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육견협회와 보신탕 식당 관계자들의 바람과 달리 지자체와 중앙정부에서는 점진적으로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추세로 가고 있긴 하다. 지난 5월 말 김지향 서울시의원은 원산지, 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개, 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사 보류 상태에 있지만 얼제든지 통과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11일 동물보호단체와의 회동에서 ’개 식용 종식‘을 언급했는데 여기에 대해 대한육견협회가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점이다. 공무원 사칭? 대통령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왜 하냐는 건데 일종의 ’월권‘ 행위로 본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달리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정치적 발언을 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이들의 고발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국회에서도 꾸준히 개고기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대세가 있으니 절충되어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실 모호한 법률 문제가 있다. 개는 일단 축산법상 엄연한 가축이다. 문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이다. 여기에선 개가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법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관련 법 개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래서 개 도살, 가공, 유통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도축 과정이 야만적으로 진행된다. 개를 넘어 모든 동물은 법률과 규정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도축되어야 하는데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인해 야만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게다가 개고기는 식약처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아 개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들은 모두 식품위생법에 걸린다고 한다. 정말 모순적인 것이 개고기는 불법이지만 고기를 확보하기 위한 개 농장은 합법이다. 개를 먹는 행위 자체도 현재로선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불법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원하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지만 개고기에 대한 문제는 이처럼 제1의 애완동물로서 사람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복잡한 맥락이 있다. 

 

일단 사안을 분리해서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1차적으로 야만적인 도살과 사육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그런데 ’비인간적으로 도축되기 때문에 개고기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야만적으로 도축되는 돼지와 소가 있다고 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전면 금지할 수는 없듯이 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단 잔인한 도축, 유통 과정부터 제대로 바로 잡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차라리 동물단체들이 다른 논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건강 문제와 더불어 기후위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돼지와 소를 기르기 위해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나라를 가리지 않고 선진국 시민들은 평균 이상으로 비만이 많고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세끼 일주일 밥상에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육식을 못 먹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그래서 개고기에만 타겟을 두지 말고 육식의 양 자체를 줄이자는 식으로 접근해보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DX처럼 식당으로 들어가서 “육식은 폭력입니다”라고 어그로를 끌 것이 아니라 정의당처럼 복날에 “초록해요”라고 대안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왜 개고기만 반대하냐는 육견협회의 큰소리에 할 말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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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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