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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속 비치는 브래지어 쳐다봤는데 ‘성희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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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브래지어가 비치는 하얀 와이셔츠 착장의 여성 손님을 빤히 쳐다봤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고 자신도 모르게 순간 넋을 놓고 보게 됐다. 14일 커뮤니티 고민 글을 소개하는 수많은 언론들의 보도가 타전됐는데, 이에 따르면 젊은 여성 손님 B씨가 음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하고 카드 결제를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갔다가 업주로부터 노골적인 시선을 받았다.

 

음식점 업주 A씨가 직접 고민 글을 작성했는데 “결제하려고 카드를 받았는데 안에 속옷이 훤히 비치는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3초 정도 쳐다봤는데 어디를 보는 거냐면서 성희롱으로 경찰에 신고하셨다”고 설명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부연 설명은 없고 이게 끝이다. 소위 “시선 강간”으로 불리는 ‘시선 폭력’을 해서 신고까지 당했다는 건데 일단 신체접촉, 카메라 촬영, 문자 작성 등이 없이 말로만 범해진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간통죄와 유사하게 민사상 책임만 있을 뿐 형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그 대신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고용평등법에 성희롱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내 성희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사내 징계라는 불이익에 처해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사업주가 성희롱을 저질렀다면 고용평등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게 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A씨처럼 손님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쳐다본 행위만으로는 경찰 신고를 당할 수가 없고, 그냥 입건 불가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지금쯤 A씨는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형사처벌 당할 위험이 없다는 점을 알았을 것 같다. 다만 해당 업체가 특정되면 매출상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있다. 결국 B씨가 A씨의 음식점을 특정할만한 정보를 게시해서 공론화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A씨 입장에서 그냥 해프닝으로 넘기면 될 것 같다.

 

A씨의 에피소드와는 무관하게 성희롱이나 시선 폭력에 대한 담론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실제로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로도 소위 바바리맨(공연음란죄) 등 성범죄 피해에 빈번하게 노출돼 있는 만큼, 시선 폭력을 안 당해본 경우가 거의 없다. 구체적으로 “그런 시선을 받는 것에 따른 불쾌함이 무뎌질 정도로 자주 겪었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남성들은 그저 “시선만으로 폭력이 된다는 게 놀랍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은하선씨는 “(그냥 쳐다보는 것과 노골적인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구분 못 할 정도로) 여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런 불쾌한 시선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여자에겐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노출이 좀 있는 옷을 입었다고 했을 때 남성들의 시선이 100% 차단되는 것을 바라고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누가 봐도 노골적이고 고의적인 사례가 있는데 △목이 돌아가거나 △시선이 한 곳에 5초 이상 머무르거나 △여성의 몸매 전체를 훑기 위해 고개를 위아래로 왔다갔다 한다거나 △입이 벌어지고 음흉한 표정을 짓거나 등등 부인할 수 없는 시선 폭력의 유형들이 있다. 그냥 봤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B씨도 시스루에 따른 브래지어 노출 효과를 예상하고 밖으로 나온 만큼 물리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끄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A씨가 넋놓고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대놓고 꽤 오래 쳐다봤기 때문에 불쾌했던 것이다. B씨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모르게 힐끔힐끔 봤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현재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는 “여성마다 다르지만 실제로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쁘게 옷을 입는다”면서도 “근데 노출이 있는 옷을 입었을 때 누구나 불특정다수가 뚫어지게 봐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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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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