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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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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15일 14시반 광주 호남대에서 노홍철씨가 청년 창업가들과 진행한 <창업 토크쇼>의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 시리즈 1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방송인 노홍철씨는 원래부터 창업가였다. 본인 표현으로는 장사를 하다가 방송계에 진출하게 됐다. 물론 창업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스무살 때) 앞가림도 못 하는 정말 철없고 스펙도 없는 한심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길이 없더라. (홍익대 세종캠퍼스를 졸업해서 어떻게든 취업하려고 했지만) 원서를 낼 수 없었고 회사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억울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놀았으니까. 그래서 생각한 게 여러분들처럼 이렇게 관심이 있어서 창업을 한 게 아니라 할 게 없어서 했다.

 

 

노씨는 지난 15일 14시반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호남대 야외 중앙주차장에서 개최된 <창업 토크쇼>에 연사로 초대됐다.

 

창업 자체가 코너로 몰린 처지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였다. 노씨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창업을 하려고 했더니 돈이 없었다”며 “돈을 마련하고 싶은데 (명문대가 아니라) 과외도 할 수 없고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노씨는 친형 노성철씨로부터 “노는 것 만큼은 진정성있게 놀줄 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만큼 잘 놀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남들 공부하고 취업 준비 할 때 놀기만 했기 때문에 그런 놀기와 관련된 창업 분야를 개척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노씨는 딱 8000원을 들여 명함을 팠다. 명함에는 이름, 연락처와 함께 “플레이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새겨넣었다. 그 명함 수 백장을 전부 뿌렸지만 단 한 통의 연락도 받지 못 했다.

 

그런데 의외로 일은 예상치 못 한 곳에서 풀렸다.

 

다행히도 내가 다니는 조치원에서 멀지 않은 대전 카이스트에 저희 형이 다니고 있었다. 저희 형은 나에 대한 신뢰가 있다. 노는 건 진짜 얘가 짱이다 얘는 진짜 엄마가 때려도 놀고 아빠가 때려도 놀고 성적이 정말 바닥을 쳐도 놀고 언제든 그 노는 거에 있어서는 얘는 정말 내가 봤다 증명이 된 놈이다. 그래서 형이, 다니던 연구실에서 MT를 가는데 그 프로그램을 나한테 의뢰를 했다. 그래서 처음에 15만원인가? 굉장히 큰 돈이었다.

 

처음으로 의뢰를 받은 셈인데, 문제는 대학원생과 교수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씨는 “그냥 아는 게 없으니까 몸 밖에 없으니까 계속 걸었다. 문방구도 가보고 백화점도 가보고 놀이동산도 가보고 돈 안 드는 데만 계속 다녔다”고 전했다.

 

사람이 다 똑같더라. 나라고 특별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문방구에 갔더니 정말 먼지가 잔뜩 쌓여서 요즘 안 갖고 노는 그런 장난감들을 1000원, 2000원에 팔고 있었다. 어차피 버릴 바에 그냥 헐값으로라도 사보자. 그때 내가 봤던 게 개구리 낚시라고 자석이 입에 붙어서 개구리가 입을 벌리고 있어서 자석 낚싯대를 들이대면 물어서 낚는 건데 사실 박사, 교수들이 이걸 갖고 놀겠는가?

 

 

그러나 갖고 놀도록 만들 수도 있다.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노씨는 “연애할 때 말 예쁘게 하는 사람 너무 좋지 않은가. 그 인간관계는 말인 것 같다”며 “그냥 문방구에서 먼지 쌓인 1000원짜리 장난감 갖고 노세요. 이러면 욕을 먹을 수 있겠지만 말을 예쁘게 한 번 해봤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교수 이건 누가 나눴나요? 공부할 때야 중요하겠지만 우린 노는 거 아닌가요? 모두가 평등하게 하나 돼서 정말 그 모든 계급과 위계 다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준비를 했다. 개구리 낚시. MT 가면 늘 남는 건 술병, 공허한 마음, 아까운 시간, 후회 뿐이다.

 

사실 노씨는 개구리 낚시와 함께 자동차 경주 장난감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여러분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음주운전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언급해서 자학 개그를 선보였다. 이 말을 깔아놓고 MT 자리에서 술 먹고 해도 되는 합법적인 자동차 장난감 레이스라고 멘트를 쳐서 분위기를 살렸다는 맥락이었다.

 

빈술병으로 레이스 코스를 만들고 이걸로 교수, 학생 할 거 없이 다 경주를 해보고 경품으로 또 내가 다른 싼 장난감들을 줬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짰다.

 

반신반의했던 첫 매출 달성 이후, 플레이 매니저 노홍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카이스트 여러 학과들에 소문이 났고 전국적으로 의뢰가 들어왔다. 그렇게 수 백만원, 수 천만원을 벌었다. 내 힘으로 처음 번 돈. 쉽게 써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몽땅 저축했다. 노씨는 그 당시 “초심”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영역으로써 축제 진행을 위한 컨텐츠를 짜는 데 집중했다.

 

내가 또 생각해 보니까 떠드는 걸 굉장히 많이 해봤더라. 근데 늘 대학에는 매분기마다 축제가 있으니까. 그래서 사회자를 섭외하는 데 굉장히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처음엔 돈을 안 받고 계속 무대에 올라갔다. 아마추어니까. 그리고 어느정도 이제 스킬이 쌓였다 싶으면 한 10만원 정도 받고. 금액을 더 키우고 그렇게 했더니 나중에는 제 직업 중의 하나가 전문 MC가 됐다.

 

노씨는 주로 호남대 출신 청년 창업가들이 앉아 있는 청중을 향해 “내가 (혹시 안 되는 이유가 지방대인) 호남대라서?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런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말을 예쁘게 입히거나, 시선을 달리하면 어마어마한 창업 아이디어나 창업의 근간이 될 수 있다. 호남대 덕분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씨는 이날 1시간 반 동안 머물렀는데 대부분 청중과의 질의응답에 시간을 할애했다.

 

장애인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첫 번째 질문자는 힘든 점들이 많아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된다고 운을 뗐다. 무엇보다 “(노씨가 유튜브 등에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끝까지 가라고 했던 영상들을 많이 보긴 했는데 지금 너무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노씨는 “당연히 나한테 물어보면 내 영상 많이 봤으면 당연히 계속 하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며 “하고 싶은 걸 해야 된다. 왜냐면 나처럼 뭐 없는 사람들은 경쟁력, 집중력, 지구력 어떤 능력이 없으면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하고 싶은 걸 하면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생긴다.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탄탄한 재력이 있거나 하면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그게 없다면 그나마 2순위로 유리한 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진짜 가슴이 뛰고 좋으면 그건 무조건 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념적으로 하고 싶지 않지만 안정적인 다른 일을 하더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노씨는 “내가 장담하는데 다른 건 더 힘들 것”이라며 “뭘 해도 지금 힘든 것보다 200배 힘들다”고 말했다.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는 걸 내가 모든 걸 걸고 맹세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날 해코지해도 좋다. 꼭 날 찾아와달라. 현금으로 보상하겠다. 내가 먼저 한 20년 이렇게 하고 싶은 걸 하며 놀아보니까 지금 너무 힘들겠지만 힘들어도 계속 해보길 바란다. 정말 좋으면 꼭 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거 힘들다고 그냥 힘들어! 이게 아니라 왜 힘든지를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 진짜 신기하게도 과일도 계속 깎아서 속살이 보일 때 이제 단 게 나온다. 못 깎을 땐 한 번에 안 깎인다. 계속 깎고 다 깎으면 달콤한 과즙이 터진다.

 

 

또 다른 질문자는 빈티지 샵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계속해서 준비만 오래 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노씨는 과거 의류 사업, 행사 진행자, 지금 하고 있는 ‘홍철 책빵’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전부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부족한대로 시작해서 하나씩 채워갔다는 취지였다.

 

내 SNS 한 번 들어가서 확 스크롤 내려서 옛날 사진들을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다 미약하게 시작했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마이크 잡고 있는 이것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어차피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을 건데 준비를 하고 하느냐? 준비가 안 됐는데 바로 하느냐? 아니면 계속 고민하다가 차일 피일 시간만 미뤄지느냐? 무조건 바로 시작하는 게, 나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 대부분 그렇게 시작한 경우가 잘 되더라. 아름답고 순수한 이 모습을 갖고 있을 때 한 번 시작을 해보길 바란다. 부탁이다. 꼭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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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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