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은 답변을 하기에 앞서 그쪽에게 질문 하나를 할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 둘은 서로 다른 존재일까, 같은 존재일까?’ 고민이 있어 글을 올렸는데 답변이 아니라 질문이 먼저 날아와서 당황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그쪽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있어 또 앞으로 그쪽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니 평소에 스스로도 이러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도록 해.
물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 않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형태로든 변해있으니까. 그것이 더 좋은 형태이든, 더 나쁜 형태이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지금의 나를 만든 변화는, 변화의 형태는 결국 과거의 나라는 존재가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그러니 지금의 나에서 과거의 나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남자친구가 저랑 만나기 전에 성매매 소개? 그런 일을 해왔던 걸 알게됐는데.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 너무 충격적이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예전 일이라고 생각도 해봤는데 자꾸 생각나고 그거 운영하면 성매매 같은걸 얼마나 많이 했을까. 이런 생각에 정신 나갈 거 같아요. ㅠㅠ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1 / 2022년 10월29일>
남자친구가 과거에 성매매 소개하는 일을 했다고 했지?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과거에 포주였다는 얘기잖아. 지금 포주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거에 포주 일을 했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들었을 거고. 남자친구의 가치관과 여성관 등을 형성했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 중요한 것은 남자친구가 지금은 포주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포주 일을 하며 몇 번이나 성구매를 했을지에 대한 것도 아니야. 그 일을 하며 남자친구의 여성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가 중요한 거지.
알고 있다시피 포주에게 여성은 물건이야. 언제든 돈을 주고 사올 수 있고,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고, 내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줄 장사 밑천이지. 아무리 잘난 여자도, 예쁜 여자도 다 내가 값을 매겨 사고 파는데 평소에 여자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어. 끊임없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어떤 관계로 여성을 만나든 만나는 여성마다 속으로 ‘얘는 얼마짜리, 얘는 얼마짜리’라고 하며 값어치를 돈으로 평가하겠지. 그리고 그 여성과의 관계가 어긋나고 틀어질 때마다, 혹은 자그마한 다툼이라도 있을 때마다 고작 얼마짜리 주제에 내게 대든다고 여길 거야. 내가 팔면 팔려갈 물건 주제에, 내가 사려고 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물건 주제에 자기 의견을 말하고 나와 맞먹으려 드는 게 얼마나 같잖게 보이겠어. 안 그래?
물론, 평소에 그런 티는 절대 내지 않을 거야. 자기 자신도 생각이 있고, 머리가 있는 이상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 그랬다가는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고 상종도 못 할 놈이 된다는 걸 잘 아니까. 하지만 그쪽과 사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남자는 그쪽을 두고 얼마짜리라라고 값을 매기고, 얼마짜리 주제에 나와 맞먹으려 한다고 속으로 비웃고 있을 거야. 여자를 인간이 아니라 물건으로 보는 그 남자에게는 여자친구인 그쪽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닌 물건일 테니까.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래. 포주 일을 한 사람이 여성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볼 리도 없고, 그게 여자친구라고 해서 다를 리도 없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드는 비용,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는 비용도 모두 자신과 섹스를 해줄 여자에 대한 마이킹(선불금)이나 화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계속 만나고 싶어? 나라면 그런 남자 따위 만나고 싶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했고, 답은 나왔어. 그 남자와 헤어져. 당신을 물건이 아니라 인간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 당신에게 드는 비용과 시간을 마이킹이나 화대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 헤어지고 그런 사람을 만나도록 해. 지금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했지? 돌아버리겠다고 정신놓지 말고 하루 빨리 헤어지고 당신을 인간으로 봐줄 사람을 만나도록 해. 이건 당신 삶을 위한 거니까 절대 정신 놓지 말고 꼭 그렇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