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47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정말 가족 시트콤이 따로 없네. 당신 친구 집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웃기고, 이 사람들이 단체로 시트콤이라도 찍나 싶겠지만 내 보기에는 무척 화목한 가정 같은데 아니야? 그렇잖아. 애초에 시어머니랑 며느리 만큼이나 장인어른이랑 사위도 사이가 좋기가 쉽지 않은 관계인데 사이가 좋고. 무엇보다 처남이랑 매형도 올케랑 시누이 만큼이나 사이가 좋기 쉽지 않은데 좋은 걸 보면 이거 괜찮은 일 아니야? 당신도 친구 가족이 웃겨서라기보다는 이렇게 화목한 가족도 있을 수 있구나 싶어서 글을 올린 걸 테고 말야.
그래. 낚시라는 게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취미를 꼽으라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녀석이지. 낚시에 한 번 빠지면 왜 그 손맛을 못 잊는다잖아. 게다가 낚싯대 드리우고 유유자적하면서 고기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끝까지 해보자. 낚시라는 게 기본적으로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데 월척은 못 낚아도 피래미 새끼 한두 마리는 낚겠지 하는 일종의 승부욕 내지는 호승심도 있으니 크으. 진짜 낚시야말로 하늘과 인간의 줄다리기 같은 거라 한 번 그 맛을 들이면 자나 깨나 그 맛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그 때문에 밤이나 낮이나 할 거 없이 집안 꼴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내팽개치고 낚시가방 들고 강으로 저수지로 바다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거 마누라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지. 그뿐이야? 낚시장비가 좀 비싸야 말이지. 입문용이야 싼 걸 산다 쳐도 결국 모든 건 장비빨인 법이거든.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와. 누가 그런 개소리를 한 건지. 아무튼 점점 비싼 장비, 다양한 장비를 사게 되다가 결국은 배까지 사게 되는 게 낚시거든. 말 그대로 집안 들어먹는 취미인 거지. 이거 마누라 입장에서는 “아오, 이 미친 인간아! 이럴 돈 있으면 집안 살림에나 좀 보태라!”인 거고.
친구 아버지가 이미 배를 사셨다니 아마 친구 어머니는 해탈하셨을 거야. 배를 사면 갈 때까지 간 거니까 말이야. 대신 친구 누나가 환장할 노릇이겠지. 낚시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엄마를 보고 자랐는데 남동생이 아빠를 그대로 보고 배워서 낚시를 좋아하더니 이제 남편이 낚시 좋아해서 자기 속을 썩이고 있는 거 아냐. 아마 지금쯤 저놈의 낚시장비를 다 갖다 버리든지 팔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친구 매형에게 조심 좀 하라고 전해줘. 낚시인이 아니면 낚시도구를 중고로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다보니 일전에 남편 천체망원경 10만원인가 20만원인가에 팔아먹고 그 돈으로 비싼 커피 사서 마신 아내의 사례처럼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아무튼 낚시가 여자들이 싫어하는 취미인 이유는 나도 잘 알고 있고 그만큼 친구 어머니나 친구 누나의 입장도 이해는 가. 하지만 취미 하나 서로 이해해주지 못 할 거면 애초에 같이 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취미에 몰입하는 게 너무 지나쳐서 건강을 해치거나 가정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지 않는 한 말릴 게 없다고 보는 쪽이야, 나는. 솔직히 도박하거나 마약해서 패가망신하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낚시? 얼마나 건전해. 그렇다고 남한테 피해를 주는 취미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니 내가 아는 어떤 미친 양반이 있는데 그 양반 취미가 뭔 줄이나 말아? 심술이야 심술! 이거 거짓말 아니고 진짜야. 남 엿 되는 거 좋아하고 남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고. 와! 말 그대로 놀부가 “아이고, 형님! 소인놈 문안이오!” 하고 큰절을 올릴 위인이라니까.
이렇게 자기 취미생활 즐기자고 생판 모르는 남한테까지 피해를 주는 양반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친구랑 친구 아버지, 친구 매형은 아주 건전하신 거지. 하아 그래서 그 심술이 취미인 양반은 부인이 있냐고? 어. 있어. 아무리 짚신도 짝이 있다지만 어디 볼 게 없어서 그런 양반과 연애하고 결혼을 한 건지 참 내가 생각해도 눈이 삐었나 싶지만 말야. 그런 양반하고 사는 여편네도 있으니 그나마 낚시가 취미인 건전한 남편과 사는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친구 누나에게 전해줘. 그러고 보니 내가 할 말은 사실상 이게 끝이네. 나도 요즘 그 심술보 양반한테 당하고 사는 게 많아서 푸념 좀 늘어놓으려고 일부러 당신을 보자 한 거니 그런 줄 알고. 아오, 그 미친 양반 팰 수도 없고. 어쨌든 이 사케 한 병은 특별히 리본으로 예쁘게 묶었으니 선물로 가져가서 친구네 줘. 낚시 가서 따끈하게 데워먹으라고 말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