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⑥] 성형하고 싶지만 남의 눈치가 보이는데 어떡하죠?

  • 등록 2022.12.07 07: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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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사연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나 할게.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게 당신의 고민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 싶을 수도 있는데 어쩌면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일단은 들어보도록 해. 

 

전에 내가 아는 미술 작가와 길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 그때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 자기가 보기에 한국은 아직 전근대적인 사회라고. 근대라는 것은 개인성과 합리성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그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야. 한국 사회는 개인이라는 것을 철저히 무시하고, 말살하는 사회일 뿐더러 집단적으로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너도 나도 집단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다고 나 역시 생각하니까. 실제로 내가 본 한국 사회도 그렇고. 

 

눈, 코, 입 다 성형한 여자인데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된 사람이라도 싫어할까요? 여자들도 좋게 보진 않으려나요? 사람들의 관점이 궁금하네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성형을 하고 싶어서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0월26일>

 

아직 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 그럴거야. 이 이야기로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없으니까. 자, 그전에 우리 한 번 생각해보자. 근대사회부터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합의가 있어야 해. 그 합의에 의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 사람의 행위가 공공의 안녕 및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할 때 정도에 한해서이고. 그게 근대사회 사회계약의 첫 번째야. 그리고 그에 기초한 게 근대 이후 태동한 각 국가들의 법과 제도이니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도 역시 그를 따르고 있지. 이제 좀 감이 오겠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러한 사실들을 가지고 생각해본다면 성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참으로 비합리적이다 못해 반지성적이야. 성형을 하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공공의 안녕 및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성형을 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 사람을 깎아내리려 하는 걸까? 연예인들을 보며 쟤는 어디를 고쳤네, 어디를 깎았네,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이 무너지고 있네 입방아를 찧느라 바쁘고, 대통령 부인도 다른 걸로 까면 될 걸 굳이 성형을 한 사실을 들먹이며 사람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여러 차례 변하냐고 안주거리로 삼느라 정신이 없지. 개인이 무엇을 하든 그것은 각 개인의 자유이며 개성이고 권리라는 자명한 사실도 무시하고, 그 개인의 행동은 앞서 말한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되지 아니한다는 근대 사회계약의 기초도 무시하는 이런 분위기를 나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어. 적어도 근대를 넘어선 현대에 살고 있다면 그러한 기본적인 사실들은 알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고 싶으면 해. 언제까지 근대 사회계약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들 따위의 눈치를 보며 살 거야? 남의 얼굴을 가지고 성괴니, 인조인간이니, 강남미인이니 술안주로 삼는 비합리적이다 못 해 반지성적인 이 사회 분위기에 언제까지 맞추며 살래? 인생 그렇게 안 길어.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 해도 인간이 천 년 만 년 살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 언젠가는 결국 죽을 텐데. 아니, 내일 당장 뭐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인데. 그런데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뭔지, 근대 사회계약의 기초가 뭔지도 모르는 집단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반지성적인 인간들 눈치나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를 내 시간이 아깝고, 내가 그동안 살아온 나날들이 아깝잖아. 고작 그런 사람들 따위에, 이런 한국 사회의 분위기 따위에 휘둘리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거 아니잖아.

 

성형이든 뭐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고 살아. 범죄를 저지르거나 공공의 안녕이나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지만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근대가 우리에게 내린 축복이 있다면 인간은 그러려고 태어난 존재라고 말해준 거니까 마음껏 누려야지. 안 그래? 그리고 당신의 성형한 얼굴을 가지고 술자리 안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마디만 해줘. 너 정말 꼴불견이고, 머리에서 텅텅 소리가 나는 골빈 새끼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냐고.

 

남의 얼굴 가지고 욕이나 하면서 자기 시간 낭비하는 게 전혀 합리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채 하며 근대 사회계약의 기초도 무시하는 당신 같은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다 안녕히 돌아가시라고. 너에게는 그냥 그렇게 살다 가는 게 어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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