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㉞] 성병 걸려서 “혀 깨물고 죽고 싶다”는 여성에게

  • 등록 2023.06.21 19:10:18
크게보기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죽을 일도 쌔고 쌨다. 정말 죽는 게 소원이면 이딴 글 올릴 시간에 콱 혀를 깨물거나 치마라도 뒤집어쓰고 개천에 뛰어들 일이지 글은 왜 올리고 있다냐?” 흠... 뭔지 알겠어? 이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야. 이거 알아? 진짜로 죽고 싶은 사람은 죽겠다고 한 마디도 안 해. 그냥 조용히 죽어버리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죽고 싶다고 글을 올리든 말로 하든 그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죽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어떻게든 그 사람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텐데 그럼 자살에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거잖아. 그런데 어떤 바보가 진심으로 죽고 싶은데 죽겠다는 소리를 할까. 이건 내가 자살 기도로 병원에 간 게 두 번이나 돼서 잘 알아. 현재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것도 두 번째 자살 기도 이후부터 먹고 있는 거니 말이야.

 

진짜 너무 답답하고 부모님 심지어 친구들한테까지 말하지 못 해 정신병 걸릴 거 같아요. 최근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질염에 걸린 것 같아 산부인과를 찾았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성 경험이 있냐? 자궁경부암 검사는 받아봤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지막 성 경험은 한 달 전 헤어진 전남자친구와 한 것이고, 성관계 파트너는 전남자친구와 전전남자친구 이렇게 2명이 다예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성관계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세균검사와 HPV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온 김에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비정상적으로 질 분비물이 많으면 단순 질염 보다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고 해서. 겁이 나서 HPV 검사랑 STD 검사(세균 검사) 이렇게 두 종류를 했어요. STD 검사에서는 클라미디아가, HPV는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세 종류나 양성이 나왔네요. 진짜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혀 깨물고 죽고 싶었어요.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혹시나 몰라서 해본 검사로 이런 결과가 나올지 예상도 못 했어요. 클라미디아는 2주 동안 항생제 먹으면 완치가 된다고는 하지만 HPV 바이러스는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약으로 치료도 못 한다고 하네요. 저는 진짜 어쩌면 좋죠? 일주일 동안 밤에 혼자 조용히 울기만 하네요. 진짜 누구한테서 이런 병을 얻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저한테 이런 병을 준 사람이 너무 밉고 계속 밤에 고통만 받고 있어요. 이러다 정신병에 걸리는 거 아닐까요? HPV 바이러스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정말 없어지지 않는 걸까요? 저는 이제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면서 언제 어떻게 암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이 바이러스들을 가지고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되는 걸까요? 진짜 죽어버리고 싶고 부모님과 제 자신한테 너무 미안하네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18년 7월28일>

 

 

무엇보다 고작 HPV 바이러스(인체유두종바이러스) 감염된 일로 혀 깨물고 죽겠다고? 그렇게 따지자면 이 세상에 살아있을 여자가 얼마나 있을 것 같아? 그거 몰랐지? 요즘 HPV 감염은 매우 흔한 일이야. 알고 있다시피 그 바이러스가 성 경험이 있으면 있을수록 감염 확률이 올라가는 바이러스인데 요즘은 첫 성 경험 연령이 평균적으로 낮아지다 보니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지.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도 만 20세 이상 여성들을 상대로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거고. 그런데 당신 논리대로 따지자면 그렇게 검진받아서 자궁경부 비정형세포나 이형성증이나 자궁경부암이 발견된 여성들은 다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는 건데. 정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거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공감하는 척이라도 해줄텐데 내가 고민 상담이고 뭐고 간에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도저히 공감이라는 걸 못 해먹겠어서 욕 밖에 안 나오니 이해 좀 해라. 어? 뭐? 네 감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원한다면 애초에 글을 올릴 게 아니라 오은영 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게 맞을테니 번지수 잘못 찾은 네 탓이나 하면서 내 나머지 얘기나 듣고 있으렴.

 

우선 지금 중요한 건 누가 너한테 HPV 바이러스를 옮겼느냐가 아니야. 전전남친이든 전남친이든 그 사람이 너한테 성병을 옮겼다는 확증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리고 법적 절차에 따른 시간적, 물리적, 경제적, 정서적 손해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면 상해죄로 고소를 하는 것도 권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 너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니잖아. 이런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해봐야 오히려 너만 역으로 당할 것은 자명한 일. 그러니 누구 탓으로 돌리는 건 집어치우고 네 병을 일찍 알게 된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기나 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 그런데 사실이야. 너 이거 감사해야 할 일 맞아. 어떤 병이든 빨리 발견해서 적절한 때에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한 번도 안 아팠던 사람보다 오히려 건강하게 살 수 있어. 더구나 요즘은 의학 기술이 좋아서 초기에 발견해서 진료하면 저 사람 언제 아팠나 싶을 정도라니까.

 

지금 당장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렸나 싶겠지만 이거 전화위복 맞아. 만약에 정말로 자궁경부 이형성증이 꽤 진행된 상태거나 자궁경부암인 상태에서 발견됐다면 너도 치료받느라 고생이고, 돈도 엄청 깨졌을 거야. 당연히 현재 대학생인 네가 그 돈을 댈 수 없으니 너희 부모님이 그 돈을 대느라 등골이 빠졌을테고. 그런데 지금부터 꾸준히 관찰하면서 관리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데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이야. 또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궁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자궁 건강을 해치는 흡연 등의 습관은 피할테니 무척 잘된 일인 거지.

 

여기까지 들으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 그런데 내 경험상 어쩔 수 없는 일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 대책을 생각하는 게 낫더라. 이미 벌어진 일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데 그거 가지고 계속 가슴만 쳐봤자 뭐해. 해결책이 뚝딱 하고 나와? 아니잖아. 오히려 더 안 좋아지지. 자 그런 의미에서 해결책이라면 해결책일 것도 하나 알려줄게. 너 이렇게 된 이상 보험은 꼭 들어. 암보험이랑 실비는 요즘 세상에 필수로 들어야 해. 요즘 3명 중 1명이 암인데 만약에 진짜로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했을 때 보험도 없으면 어떻게 치료할래? 그러니까 자궁경부암 등등에도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 생활비와 같은 것들이 지원되는지 약관 꼼꼼히 따져보고 좋은 걸로 가입해. 당장 보험료가 아까워도 네 상태는 의학적으로는 언제 자궁경부암 생겨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니까. 무조건 암보험은 좋은 걸로 들고 있어야 해. 그리고 실비도 필수인 게 요즘 병원 가잖아. 비급여 진료할 때 의사가 먼저 실비 있는지 물어봐. 비급여 진료는 실비보험으로 청구하면 그 돈이 나오니까 부딤 없이 받을 수 있거든. 더구나 산부인과는 아직까지 비급여 진료가 많아. 자궁경부암 검진만 해도 국가 검진 대상인 연도에 한 번 받는 게 아니면 비급여인데 말 다했지 뭐. 너도 앞으로 산부인과 주기적으로 갈테니 실비를 들고 좀 써먹으라고.

 

뭐 내가 보험설계사가 아니니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지만 나도 보험은 가입돼 있어. 아무리 저승길이 멀다고 해도 대문 밖에 저승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는 게 사람 인생이야. 그래도 저승길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 수 있게 되었다면 어떻게든 피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관리하고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말고 또 자궁쪽 종양을 더 자라게 할 수도 있으니 홍삼이나 석류즙 등도 함부로 먹지 말고. 미리 미리 보험 들어서 혹시나 암으로 발전했을 때를 대비하고. 알겠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니까 여기까지 할게. 그럼 또 혀 깨물고 죽는다니 어쩐다니 육갑 떨지 말고 관리 잘 하길 바라며 안녕.

한연화 pyeongbummedia@gmail.com
Copyright @평범한미디어 Corp. All rights reserved.



5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주소: 광주광역시 북구 반룡로 5번길 59 로얄오피스텔 205호 | 등록번호: 광주 아00365 | 등록연월일: 2021년 3월24일 | 사업자 등록번호: 704-06-02077 | 발행인: 박효영 | 편집인&총무국장: 윤동욱 | 대표 번호: 070-8098-9673 | 대표 메일: pyeongbummedia@gmail.com | 공식 계좌: IBK 기업은행 189 139 353 01015(평범한미디어 박효영) Copyright @평범한미디어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