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⑤] 친구가 운동 알려준다며 여친 몸 만졌다 “당신이 기분 나쁜 이유”

  • 등록 2022.11.30 17: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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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친구의 행동이 당신을 충분히 기분 나쁘게 할만한 일이었다는 건 나도 인정해.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떠나 누구라도 내 친구가 내 애인에게 갑작스러운 스킨십을 한다면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을테니 당신이 기분 나쁜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당신의 그 기분 나쁨에 공감할 수 없어. 왜냐? 당신의 기분 나쁨은 온전히 당신을 위한 기분 나쁨이지 여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그런 기분 나쁨이 아니기 때문이야.

 

안녕하세요. 25살 남자이고 제 친구가 헬창입니다. 근데 요즘 제가 몸이 뻐근해서 매트 위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기본 동작 같은 거 친구한테 배울려고 개인적으로 연습실 빌려서 했거든요. 근데 자꾸 여친이 자기도 구경오고 싶다길래 와서 그럼 보라고 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갑자기 제 여친한테 스킨십을 하면서 'ㅇㅇ씨도 해보세요 이건 이렇게 하는 거에요' 이러면서 허벅지랑 엉덩이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만지더라고요. 진짜 저도 헬창들이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친구니까 더 이해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봤는데도 사적인 공간에서 제 여친 몸을 그것도 갑자기 터치하는 건 보기 좋진 않더라고요. 제가 너무 오버하는걸까요. 차라리 스킨십하기 전에 저한테 먼저 여친분께도 잠시 알려줘도 괜찮냐고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다짜고짜 말도 없이 다가가서 제 여친을 만지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다른 분들은 이런 거에 관대하신가요? 이런 걸로 기분 나쁘면 다음부터는 같이 안 보는게 맞지만 그냥 너무 저 혼자 오버하는 건가 싶어서 짧게나마 물어보고 싶었네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1월15일>

 

 

물론 친구가 운동을 알려준다며 갑자기 스킨십을 하며 엉덩이며 허벅지를 만진 것이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체 접촉을 넘어 성추행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 모든 것을 목격한 당신이 연인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여친의 기분이고, 여친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야. 친구가 신체를 접촉하고 몸을 만진 것은 여친이지 당신이 아니니까 여친이 친구의 행동이 기분 나쁘지 않았고, 이번 일을 과도한 신체 접촉이나 성추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면 그런 거고. 여친이 친구의 행동이 기분이 나빴고, 이번 일을 과도한 신체 접촉이나 성추행으로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그런 거야. 

 

여기까지 이야기했지만 내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는 않을 거야. 분명히 내가 보기에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체 접촉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가 싶겠지. 그런데 그게 맞아. 친구가 만진 것은 당신의 신체부위가 아닌 여친의 신체부위라는 건 잘 알겠지? 그럼 그게 누구 거겠어? 당연히 여친 거잖아. 그렇지? 다시 말해 여친의 몸은 여친의 것이고 그 몸을 누가 만진다면 그것이 여친에게 있어 무슨 의미인지 도대체 여친의 몸에 어떠한 일이 가해진 것인지 여친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누가 어떤 의도로 그랬든 여친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우선적으로 여친이 판단할 문제야. 누누이 말한 대로 여친의 몸은 여친의 것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당신은 지금 그 모든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어. 나도 처음에는 이것은 당신이 기분 나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세 번 이 글을 읽다보니 한 가지 이상한 구절이 있더라. 

 

차라리 스킨십하기 전에 저한테 먼저 여친분께도 잠시 알려줘도 괜찮냐고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다짜고짜 말도 없이 다가가서 제 여친을 만지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바로 이 구절이었어. 이상하잖아. 왜 굳이 글에 이 구절을 넣은 걸까. 마치 친구가 여친을 만진 것 자체보다. 여친이 혹시나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했는데 남친의 친구라는 것 때문에 이야기를 못하고 있을까 그런 걱정보다 내 허락 없이 만져서 기분이 나빠요 하고 말하고 있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그렇게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보니 한 가지 답이 나오더라. 이 사람은 지금 여친의 기분이나 여친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혹시나 남친의 친구라는 것 때문에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앓고 있는가에 대해 신경쓰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친구가 내 것을 허락없이 만져서 싫은 거구나 하고. 

 

그래 우리 솔직히 인정하자. 당신은 지금 여친이 걱정되는 게 아니야. 친구가 여친을 만지고 그로 인해 여친이 불쾌감을 느꼈는데도 친구의 남친이라 그 친구에게도 당신에게도 이야기하지 못 하고 있을까봐 그것 때문에 화가 나고 기분이 나쁜 게 아니야. 그저 여친의 몸은 내 것인데 나만 만질 수 있는 건데 내 소유물을 허락없이 만져서 기분이 나쁜 것뿐이지. 물론 부정하고 싶겠지. 친구가 여친을 만졌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냐고 항변하고 싶겠지. 그렇지만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다시피 당신은 문장 하나로 당신이 이번 일을 내 것을 허락없이 만진 일로 보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어. 

 

알아. 당신이 억울하다는 거. 당신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 맞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억울해서 환장하다 못 해 팔짝 뛸 노릇이겠지. 자 그렇게 억울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억울해요 하고 누군가가 억울함을 알아주기만을 바라고 앉아있어야 할까? 그건 당연히 아니지? 억울하면 나 스스로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게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니까. 그러니 잘 듣고 내 말대로 해. 당신의 글로 미루어 볼 때 당신은 여친에게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나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했는데 남친의 친구라 참고 있었던 건지 전혀 물어보지 않았을 거야. 지금 당장 여자친구한테 가서 물어봐. 최대한 부드럽고 정중하게 내가 보기에는 친구가 너에게 큰 실례를 한 것 같고, 나는 네가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한데 내 친구라서 여태까지 참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된다. 혹시라도 그런 거라면 걱정 말고 말해달라. 이렇게 정중하게 물어봐.

 

그리고 여친이 원하는 대로 해. 여친이 정말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기분 나쁜 감정은 일단 넣어두고, 알겠다고, 혹시라도 나중에라도 그때 일로 불쾌한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이야기해달라고 하고, 여친이 그 일로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했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이번 일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물어보고 그대로 해. 당신이 정말 억울하다면 그리고 여친을 소유의 개념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 자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어디까지나 선택은 당신의 몫이야. 그렇게 할지 하지 않을지는 당신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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