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⑭] 코로나 세 번 걸려서 담배 끊고 싶긴 한데... “폐암 걸리고 끊을래?”

  • 등록 2023.02.01 02: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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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답변에 앞서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줄게. 우리 할아버지가 원래 굉장한 골초셨거든.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피워서 정확히 일흔 다섯 정도까지 담배를 피우셨으니 거의 한 평생을 담배를 피웠다 봐도 될 정도로 헤비 스모커셨어. 당연히 옆에서 담배 좀 끊으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도 끊을 생각이라고는 한 치도 없으셨고 말야. 그런데 그런 우리 할아버지가 금연에 성공하셨던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폐암이었어. 아니, 생각을 해봐. 폐암에 걸렸다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겠어. 계속 피우다가는 더 살 수 있는 것도 더 못 살겠구나 싶어서 어떻게 담배를 피우겠냐고.

 

코로나에 세 번째 걸림. 둘 다 무증상. 근데 이번에 걸린 건 후각과 미각이 사라짐. 폐도 아픔. 하지만 구름과자는 포기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암으로 될 수 있다는 글을 봄. 깊은 충격에 빠짐. 지금이라도 금연해야 하는가?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3년 1월10일> 

 

 

고민을 상담해준다더니 이 인간이 상담은 안 하고 왜 자기 할아버지 이야기만 늘어놓나 싶을 거야. 누가 지 할아버지 얘기 궁금하댔나 싶을 거고.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 얘기가 당신과 아주 상관이 없는 건 아니야. 당신,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렸다고 했잖아. 우리 할아버지라고 해서 폐암에 걸리기 전에 감기 등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호흡기 질환에 걸린 적이 없었을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알겠지만 절대 아냐. 당신이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린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게 감기에 꽤 자주 걸리셨던 걸로 나는 기억해.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려서 콧물과 기침을 달고 사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니까. 물론, 우리 할아버지도 당신처럼 감기에 자주 걸리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 하셨어. 그러다 폐암까지 걸리게 된 거고, 폐암에 걸리니까 담배를 한 방에 끊은 거지.

 

당신도 알고 있을 거야. 담배를 피운다는 것 자체가 폐암 발병 확률을 높이고, 호흡기 질환에 자주 시달리는 결정적인 원인 중의 하나라는 걸. 아니, 결정적인 원인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당연히 끊기 쉽지 않겠지. 원래 습관이라는 게 한 번 인이 박이면 끊어내기가 죽기보다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또 지금 당장은 큰 병에 걸린 건 아니니까 아직은 나이도 젊고 건강하니까 끊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신의 사연을 보며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 코로나는 감기나 독감과는 차원이 다른 증상과 부작용을 수반하는데 그런 호흡기 질환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걸리고도 담배를 못 끊는다는 게 신기해서야. 아니, 보통은 그렇게 아픈 걸 세 번이나 겪으면 끊지 말라 해도 끊고 싶지 않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 쉽게 끊을 수 있으면 그게 담배겠어. 쉽게 끊을 수 있으면 중독성 물질인 니코틴이겠냐고. 본래, 중독성 물질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 그걸 쉽게 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내 친구 중에도 술을 진짜 못 끊는 인간이 하나 있는데 글쎄, 간성혼수로 두 번이나 실려가고도 술을 못 끊는다니까. 어찌 보면 매우 인간적인 거긴 한데 아직까지 간이 멀쩡한 게 희한할 정도니 말 다한 거지 뭐. 아마 그 인간은 죽을 때가지 술 못 끊을 거야.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나는 당신한테 담배 끊으라 마라 잔소리 안 해. 당신도 이미 계속 담배 피우다가는 폐암 걸릴 수 있다는 거 잘 알고 있고,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린 것도 담배가 원인일 거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내가 굳이 잔소리를 해서 뭐하겠어. 내 입만 아프고, 내 머리만 아프고, 답변을 써내려가는 내 손가락만 아프지. 뭐, 나중에 정말 폐암이라도 걸리면 그때는 끊겠지. 그때도 담배 피우면 정말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될텐데 그게 싫으면 안 피울 거 아냐. 아, 아니려나? 폐암에 걸려도 죽을 때까지 담배 피우려나. 쩝. 그거야 내가 뭐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아니니까 오늘 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 담배를 끊을지 말지는 당신 선택이지만 앞으로 오래 살고 싶으면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랄게. 요즘 백세시대인데 백세가 아니라 칠십, 팔십도 못 채우고 죽으면 억울하잖아. 안 그래? 

한연화 pyeongbu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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