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지난 시간에 이어 대만 여행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대만 여행의 주의사항을 하나 알려주고 시작할게. 당신들도 알다시피 대만은 무척 더운 나라야.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 20도니까 여름 날씨가 어떨지는 뭐 짐작이 가고도 남겠지. 맞아. 엄청 더워. 아니 글쎄 분명 실제 기온이 33도 정도인데 체감 온도가 47도라니 이거 말 다한 거 아냐? 또 섬나라라 엄청 습해. 그 습기가 한국 여름과는 게임이 안 돼요. 아휴.
그래서 혹시 주의사항이 여름에는 대만 가지 말라는 거냐고? 노놉! 그럴 리가. 원래 모든 여행지마다 계절에 따른 고유의 색이 있고 그것은 대만도 마찬가진데 내가 여름에 대만을 가지 말라고 그러겠어? 응. 가도 돼. 단 유언장 미리 써놓고 공증 받아두고 가. 여유가 더 있다면 유언장 내용 집행해줄 변호사도 미리 선임해놓고. 나야 무사히 살아 돌아왔지만 당신들은 어떨지 모르잖아? 사람 일이라는 게 대문 밖을 나서면 저승인 법이니 혹시 알아? 내가 살아 돌아온 거 보고 나 따라한다고 여름에 대만 갔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돌아가실지.
아무튼 각설하고 크루즈 여행은 3박4일이었어. 도착 전날 멀미로 고생한 거 빼고는 별일 없이 기륭항에 도착해서 아침에 짐을 챙겨 맡기고 배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고, 하선 설명회 및 환송회를 마치고 하선 후에 출국 절차를 마치면 끝. 물론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래도 크루즈로 입국하는 거라 입국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지는 않아 다행이었지. 그래서 기륭항에 도착해서 본 대만의 첫인상은 어땠느냐고? 음... 아주 마음에 들었어. 그런 거 있잖아. 단박에 “아, 나 여기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진짜 그랬다니까. 그렇게 대만의 첫인상을 접하고 거리로 나서니 당연히 엄청난 더위가 훅하고 온몸에 끼쳐왔지. 같이 간 친구가 역시 덥다고 말할 정도로 말야. 그 더위를 뚫는 것부터 시작이라 우선 은행에서 돈부터 뽑기로 했지.
아 그런데 이거 정말 총체적 난국인 거야. 알다시피 대만도 중화문화권이야. 중국 본토와 달리 번체자를 쓰지만 말은 똑같이 표준 중국어인 만다린어를 써. 나는 한자도 못 읽고, 만다린어도 모르는데 은행 ATM기에서 한자만 나오니 얼마나 멘붕이었겠어. 보다 못 한 현지인 아저씨가 뭐라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전혀 못 알아듣겠고. 결국 친구가 “야 비켜봐”라며 대신 해줬지. 하 여기서부터 일진이 꼬일 걸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 그전에 왜 돈을 뽑았냐고? 대만은 일본처럼 카드를 잘 안 써.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은 편의점과 다국적기업 체인 몇 군데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현금이야. 그러니까 대만 갈 거면 무조건 트래블월렛카드에 돈 여유롭게 충전해서 필요할 때마다 은행이나 편의점 ATM기에서 뽑아서 써. 알겠지?
숙소가 있는 지우펀은 기륭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어. 그런데 대만 시내버스는 더워. 더운 나라인데도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서 버스 안도 한국과 달리 꽤 덥더라. 한국의 버스에만 익숙해서 타자마자 “아 시원해”라고 느끼게 될줄 알았던 나로서는 문화 충격이었지. 그렇게 40분을 달려 도착한 지우펀은 정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화문화권 특유의 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전통 건물들이 보였어. 온천마을로 유명한 곳이고, 한국 사람들이 ‘예스 진지’라고 부를 정도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낮에는 사람이 무척 많고, 저녁에는 사람이 다 빠지는 곳 답게 사람도 무척 많았어. 숙소에 짐을 맡기고 지우펀의 한 식당에서 루로우면을 먹는 것으로 대만 음식 먹기를 시작했어. 와 정말 맛있더라. 국물이 딱 내 입맛인 게 이거 매일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겠다 싶었지. 물론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어려운 내가 사장님이 영어로 말했음에도 못 알아들어서 친구를 멘붕시키고 친구는 그것 때문에 식당에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었지만 말야.
나랑 친구가 가기로 한 곳은 풍등으로 유명한 핑시, 관광지로 유영한 스펀,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인데 시간도 없고 힘들어서 스펀은 가지 않기로 하고 우선 버스를 타고 류이팡으로 향했어. 핑시, 스펀, 허우통 등은 류이팡에서 단선 철도로 이어지는 옛 광산마을들이니까. 우선은 종점인 핑시부터 가보기로 했는데 아뿔싸. 내가 기륭에서 산 대만의 티머니 이지카드가 망가져버렸지 뭐야. 당연히 이지카드가 안 되니 열차를 탈 수도 없고 결국 친구가 자기 카드로 승차권을 끊어줬는데 승차권을 낸다는 게 그만 카드 영수증을 갖다 내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지 뭐야. 나 진짜 왜 그랬냐.
아무튼 도착한 핑시는 사방이 산이라 그런지 한국과는 다른 나무들을 볼 수 있었어. 곳곳에 있는 야자수가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대만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지. 한국의 산과는 다른 핑시의 산. 그리고 이미 폐광이 된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풍등을 날리는 관광객들. 그 모든 풍경들 하나 하나가 그립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건 왜였을까. 아무튼 철길과 골목을 따라 핑시의 풍경을 꼼꼼하게 마음 속에 담고 보니 다음 열차가 올 시간이 돼서 엄청 뛰었지만 열차를 놓쳤어. 결국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지. 그동안 다시 핑시의 골목을 걸으며 내가 친구에게 한 말은 “야옹 밀크티 사줄까?”였어. 미안하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여기까지 데려와준 게 고맙기도 한데 표현이 안 되니까 그냥 밀크티나 사주기로 한 거지만. 아 여기서 잠깐. 다들 버블 밀크티는 알지? 그거 원조가 대만이잖아. 대만에서는 쩐주나이차라고 부르고. 둘이 밀크티 가게에 가서 “쩐주나이차 투. 쒠탕”이라고 주문했는데 친구는 얼음을 빼고 나는 얼음을 적당히 넣었어. 쒠탕이 당도 100%인데도 한국만큼 달지가 않더라. 한국에서는 당도 50%만 되어도 꽤 달고. 한 75%쯤 되면 뭐가 이렇게 달아 싶어서 못 먹을 지경인데 여기서는 별로 안 달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지.
열차를 타고 도착한 허우통은 ‘고양이 마을’이라는 말 그대로 고양이 천국이었어. 마을 차원에서 고양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지어주고, 건강검진에 예방접종, 중성화까지 해가며 관리하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고양이 모양 조형물부터 역사 안에까지 들어와 떡하니 자리 차지하고 제집 안방마냥 드러누운 고양이까지. 여기저기 고양이를 사진에 담느라 바빴지. 역을 나오자마자 나무로 만든 고양이 숨숨집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가게에는 고양이 기념품이며 고양이들에게 줄 츄르를 팔고 있더라. 고양이들이 많이 나와주기를 바라며 츄르를 사서 들고 걷는데 아 냥이들아. 왜 츄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거니?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낮잠 자고 자기 할 일 하느라 바쁜데다가 “이거 먹을래?” 츄르를 줘도 그냥 쌩까고 지나가더라. 사람을 겁내지 않는 건 좋은데 인간이 공물을 준비해온 성의를 생각해 맛이라도 좀 보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핑시와 허우통을 둘러보고 류이팡을 통해 다시 지우펀으로 돌아왔어. 나는 류이팡도 마음에 들더라. 사람도 별로 없고 뭔가 한국 시골 철도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다음에 온다면 그때는 류이팡에서 며칠 머물러볼까 싶었을 정도로. 지우펀으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이라 확실히 사람이 별로 없더라. 알잖아.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이 극내향인의 시간인 거. 낮보다는 선선해진 지우펀 거리를 둘러보다 완자탕을 먹는데 내가 맑은 국물에 향신료를 팍팍 쳐서 먹으니까 친구는 혀를 내두르더라. 그리고 우유 치즈스틱을 사먹는데 이것도 맛있네? 역시 대만은 먹으러 간다더니 그 말이 맞지 뭐야. 숙소에서 술 한 잔 하기로 하고 편의점에 갔는데 호료요이며 롭스 감자칩이 종류가 정말 많더라. 파파야 밀크, 수박 우유 등 우유 종류도 다양하고. 밀크티, 녹차, 블랙티 등도 많아서 눈이 뱅뱅. 친구가 부탁한 향신료 간장에 절인 계란을 사고 대만 맥주에 블랙티를 사는데 카드를 잘 안 쓰는 곳이어서 그런지 편의점 직원이 카드를 받자마자 당황하더라. 결국 사장님이 직접 결제하는데 표정이 “얘 외국인인가?” 그런 느낌인데 그래도 그새 익힌 “쉐 쉐”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나왔어. 계란 숫자를 잘 못 세는 직원에게 “산!” 하고 이야기하니 약간의 자신감은 붙었지.
자 대만 도착 첫날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 그래서 그 향신료 간장에 절인 계란은 맛이 어땠냐고? 나는 너무 맛있어서 감탄사를 연발했고 막상 그걸 사오라고 한 친구는 한 개 먹고 못 먹겠다고 했지. 확실히 대만은 향신료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면 식도락의 천국은 맞는 듯. 그럼 나는 대만에서의 둘째날 타이베이 여행기로 돌아올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