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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조 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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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23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비양당 제3지대 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트럼프 정부가 규정했던 미국에 대한 5대 안보 위협 요소가 있다. 바로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테러리즘이다. 이중 중국과 러시아 견제가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지역(한국)에서 미군이 복무 중인데 부자 나라인 한국은 돈을 적게 낸다. 왜 지켜줘야 하나?”고 밝혔다. 또 다시 방위비 분담금 이슈에 군불을 지핀 것이다.

 

 

2023년 기준 한국 정부가 지불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는 1조 29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20년 한미 정부가 타결한 11차 협정(SMA)에 따른 것이다. 오는 11월5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꺼내들며 분담금을 최대치로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최소 5조 이상이다.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5조까진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인상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주요 목적 중에 하나는 단순히 한반도 유사시 작전 수행을 위한 것 외에도 대중국 및 대러시아 견제의 속내가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이란 나라는 어떻게든 많이 받아내려고 할 것인데 한국 정부가 방위비 협상을 잘해야 한다. 2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윤석열 정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 당사자로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첫째, 방위비 협상 테이블은 정례화의 틀을 넘어 시시때때로 계속적으로 열어놔야 하며, 방위비 협상 기조를 정권 불문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타국에 비해 한국 정치는 매우 역동적이고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외교 전략이 정반대로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다. 분담금 협상에 있어서도 장기 보직이 보장되지 않고 기조가 확 바뀌곤 하는데 방위비 협상을 전담하는 조직의 항상성을 강화해서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전략자산 의존도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전략자산이란 게 적국의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체계를 뜻하는데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략폭격기(B-52/B-1B)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본토와 괌에 이런 전략자산들이 세팅돼 있다. 기본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의 용처는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가지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정부 기간(2017년~2021년) 내내 전략자산 전개를 명분으로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3가지 외에 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서, 전략자산을 한반도 근처에 배치시킬테니 돈을 더 내라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마침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막을 내리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저물기 시작했던 만큼,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따른 전략자산 전개의 명분이 스물스물 고개를 들었다.

 

전략자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우리의 카드가 살아있을수록 미국의 호구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뒤로는 먼저 나서서 전략자산을 배치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미국 정부에 대놓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자주 전개해달라고 한국 정부가 공언을 해버린 셈이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고, NCG(한미 핵협의그룹)까지 출범해서 SSBN(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남북 관계는 최악이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는 대북 대응용으로, 바이든 정부는 대러시아 및 대중국 견제용으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시키고 싶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선택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으로 5조를 내더라도 안보적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고 야당과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분담금 호구의 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우리 전략자산 많이 필요해요!”라는 패를 고정시켜놓을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내년부터 트럼프 정부 시즌2가 출범하게 되면 우리는 5조 그 이상을 뜯길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사와 퍼포먼스에 대해서 단순히 미치광이 취급만 할 일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노골성과 천박함이 전제돼 있더라도 철저히 미국의 이익만 추구하겠다는 계산이 녹아들어 있다. 모든 것은 자국의 이익을 전제로 이뤄진다. 그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 윤석열 정부가 다시 입장을 정리해보고, 지금부터 분담금 협상력을 키울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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