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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횡재 비명횡사’ 막으려면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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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15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비양당 제3지대 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재작년(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정치양극화 수준의 국제비교)은 국민 전체 차원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지만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음을 조사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정치적 이념 양극화는 양당 정치로 수렴되는데 미국, 영국, 한국이 대표적이다. 기타 국가들은 1인 또는 1당체제일지라도 외형적으로는 다당제의 형태를 띄고 있다. 러시아만 보더라도 그렇다. 국가두마(국회) 정원 443석 중 통합러시아당이 339석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연방공산당 42석, 러시아자유민주당 39석, 공정러시아 23석 등으로 외형적으로는 다당제임이 틀림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구성을 보면 여당연합에 들어가는 자민당 117석, 공명당 27석 도합 144석이다. 야당은 입헌민주당 38석, 유신회 20석, 공산당 11석, 민주당 10석 등 10여개 원내 정당이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여당과 제1야당만 존재하는 한국적 양당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확립돼 있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은 실질적인 다당제가 자리잡았다.

 

단순히 다당제가 좋고 양당제는 나쁘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정치 구조는 고유한 역사를 거쳐서 수정 및 보완되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단일한 기준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도 정치 혐오가 만연한 한국에서 양당체제를 고유한 역사적 산물로 보고 아무런 변주 없이 그대로 이어가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립된 승자독식 양당체제와 강력한 대통령제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할지언정 그 신뢰도는 꾸준히 하락해왔다.

 

최근에는 정치 개혁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도 거대 양당이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행태를 보였다. 그럼에도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있다. 양당 중 한 곳을 지지하는 유권자층 일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30% 가량은 고정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조차 없는 스윙보터 또는 무당층으로 남아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전통이다. 정치 무관심층 역시 10% 내외다.

 

이렇게 한국 정치는 분명 문제가 많고 심각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당권을 쥔 당 지도부의 부침’과 ‘파편화된 정당 시스템’의 측면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 정치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현대사 속에서 역동적으로 정립됐다. 민주화 직후 국민적 열망에 따라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주도로 군사정부에서 민주정부로 빠르게 전환될 수밖에 없었는데, 3김이 정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있던 이유는 당권과 대권이 일치했던 총재 정당 시스템 때문이었다. 그런데 총재 정당 시스템은 당내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단점이 있어서 3김 시대 이후 자취를 감췄고 서서히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자리잡았다. 정당 민주주의의 차원에서는 순기능이 있겠지만, 당권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졌다는 역기능도 뒤따랐는데 당권이 바뀔 때마다 정당의 인적 구성이 완전히 물갈이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총재 시절보다 숙련된 정치인들이 육성되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렸다. 정당이 사람을 키우지 못 하게 되면, 당내 문화는 계파별 ‘줄서기 눈치 게임’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공천 사태를 두고 ‘친명횡재 비명횡사’라고 하는데 사실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정당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줄세우기가 만연한 한국 정당의 풍토에서 좋은 정치인을 육성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필자는 비례대표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현재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일시적으로 당권을 잡은 당권파에 의해 좌우되는데 대부분 취약한 당권 기반을 공고하게 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전체 300석 중 비례대표 의석이 47석 밖에 없는 만큼 당권자 측근을 앉히기에도 수월하다. 만약 47석의 2배 이상 비례 의석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선거는 경쟁이다. 늘어난 비례 의석을 차지하려는 정당간의 각축전이 치열해지면 당내에서도 결국 좋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공천 시스템을 갖춰놓을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선거 직전 이벤트로 결정하는 비례 공천 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정치인을 발굴할 수 없다. 당권자에게 충성하는 정치 신인들은 정파를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해 당권 교체에 따른 재선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면 정당의 정치인 발굴 시스템이 정비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정치가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 경험이 전무하고 공적 마인드로 살아본 적이 없는, 각 분야 유명인들이 선거 직전 인재 영입되는 익숙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비례대표 입성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일찍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서 평소에 정당 활동을 열심히 수행하고, 정책 설계 능력을 키워서 장기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공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양당이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한국 정치로는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에서 내리막길을 면할 수가 없다. 극단적인 이념 갈등과 저주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족치는 네거티브 정치를 되풀이하면 잠깐 효과를 볼 수도 있으나 결국 공멸로 가는 길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에만 골몰하는 ‘반사이익 발목 정치’는 생산적인 타협과 일이 되게 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정치로 가기 위해서는 좋은 정치인을 키우고 좋은 후보자를 공천해야 한다. 지역구는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개혁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만큼,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1%라도 높은 비례대표 의석 확대로 양당의 공천 시스템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정당이 좋은 정치인을 육성하지 못 하는 것만큼 암울한 게 없다. 한국 정치의 미래가 암울하지 않길 바라고, 한줄기 빛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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