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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사건 ‘김지희 판사’의 1심 선고 “많이 후퇴했고 아쉬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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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일 김지희 판사(인천지방법원 형사3단독)가 을왕리 사건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렸는데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국민적 문제의식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을왕리 사건은 윤창호법 제정 이후 가장 이슈화가 많이 된 음주운전 참사였다. 

 

김 판사는 음주운전 치사를 범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음주운전 단순 방조를 넘어 윤창호법의 공범으로 기소된 40대 남성 B씨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8년 말 윤창호법 제정 이후 음주운전 치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은 이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고 故 윤창호씨의 가해자 박모씨가 받은 징역 6년부터 최근에는 징역 8년까지 다다랐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NL)는 2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윤창호법상 음주운전 치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이 4년에서 8년이다. 법원에서 판단할 때는 가중 사유가 있더라도 4년에서 8년까지만 선고하고 있는데 요즘 보면 최대치인 8년도 선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사망케 하면 윤창호법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 형량이 너무 적게 나온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못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 변호사는 “형량이 좀 어떻게 보면 윤창호법이 생기고 양형 기준이 만들어지고 양형 기준에서도 적다라는 말이 나오고 최근 상징적인 판례는 8년씩 인정되는 것에서 봤을 때 (을왕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는) 많이 후퇴한 것이 분명하다”며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으면 거기에 걸맞는 판결이 나와야 하는데 많이 못 미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론 예전 윤창호법이 만들어지기 전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체제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 양형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은 맞다. 다만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던 국민적 의식 만큼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작년 9월9일 새벽 1시 즈음 A씨는 B씨 등 일행 3명과 함께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호텔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술에 만취한 채로 벤츠 차량을 몰다 사람을 사망케 했다. 당시 A씨는 고작 400미터 정도 운전을 했는데 그 와중에 중앙선을 침범해서 역주행했고 맞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 운전자 C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A씨는 제한 속도를 22km(시속 60km)나 초과했고 혈중알콜농도는 0.194%였다. 거의 0.2%인데 깡소주로 3병 가까이 들이부은 수준이다. 

 

음주운전 치사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사건마다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에 형량이 제각각일 수 있지만 A씨는 가중 처벌 요소가 많다. 더구나 A씨는 반성 모드로 일관하기 보다는 동승자 B씨가 “시켜서 운전대를 잡았다”는 변론 전략을 택했다. 을왕리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도 주로 B씨의 교사 혐의가 인정되느냐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김 판사는 A씨에 대해 징역 8년에 한참 미치지 못 하는 선고를 했다.

 

김 판사는 A씨에 대해 “당시 혈중알콜농도가 상당히 높았고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 했다. 제한 속도를 시속 20km나 초과해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피해자가 사망하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범행을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사실 대법원 양형위가 설정한 양형 기준은 그야말로 권고에 불과하다. 즉 판사는 음주운전 치사를 범한 피고인에 대해 윤창호법상 징역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를 할 수 있지만 양형 기준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故 쩡이린씨 친구들은 지난 1월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형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법원은) 양형 기준이 아닌 법조문대로 선고를 해달라. 양형 기준을 벗어나서 더 엄격하게 판단을 해달라”며 “(쩡씨를 죽게 만든 가해자는) 음주운전 재범이다. 횡단보도 초록불을 건너는 보행자를 죽게 만들었다. 충분히 양형 기준 밖에서 선고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서 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정 변호사는 동승자 B씨에 대한 김 판사의 결정도 많이 아쉽다고 했다. 

 

김 판사는 “A씨가 자신의 결의와 의사로 음주운전을 했다. B씨가 A씨의 운전 업무를 지도 감독하거나 특별한 관계에 의한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음주운전의 결과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 “B씨가 자신의 차량을 A씨에게 제공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사실은 자백했다. (이 혐의는) B씨의 진술과 보강 증거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B씨를 단순 방조 혐의가 아닌 윤창호법의 공범 내지 교사범으로 기소했다. 그에 따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판사의 논리에 대해 정 변호사는 “(B씨가) 차량을 제공해서 같이 타고 갔다”며 “윤창호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음주운전을 하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도움을 준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전에 대한 주의 의무는 운전자에게만 있지 운전하지 않은 자에게는 주의 의무가 없다고 했는데 예상할 수 없는 사고라면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며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는 누구라도 예견할 수 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으면 방조죄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B씨는) 차키를 쥐어줄 정도였다. 그렇다면 운전을 안 한 사람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공범 기소에 대해 “획기적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김 판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지 못 했다. 음주운전을 근절하자는 국민들의 경각심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해서 많이 아쉽다”고 비평했다.

 

사실 B씨는 △A씨와 함께 술자리에서 먼저 나와 엘리베이터로 가는 동안 A씨 보고 운전을 직접 하라는 말을 했고 △대리운전을 불렀으나 호텔까지 못 온다고 해서 처음 술을 구입했던 편의점 앞까지 직접 운전해서 갔고 △편의점에 도착한 뒤 A씨에게 운전대를 잡으라고 권하는 등 단순 방조 혐의로만 의율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다. 

 

이미 수많은 보도를 통해 B씨가 회사 법인 소유의 벤츠 차문을 열어주기 위해 리모콘 조작을 했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동안 B씨는 방조범을 넘어 윤창호법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담당 변호사와 함께 C씨의 유족 집을 찾아가는 등 합의를 종용했다. C씨의 오랜 지인 가게까지 찾아가 합의금 6억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끝내 유족들은 B씨 측으로부터 위로금을 받았다. 가정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던 아버지의 부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어려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유족 입장에서 B씨에 대한 무거운 처벌보다는 위로금을 수령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고 충분히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유족들 인터뷰를 봤는데 사건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다는 쪽인 것 같다”면서 “사실 음주운전 방조범이라면 합의의 주체도 아니고 할 수가 없다. 사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사가 판단했다. 그런데 (B씨는) 자신도 판결 나오기 전에 보험조로 준 것이고 그게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구형한 것에 비해 1심의 형량이 매우 약하게 나왔기 때문에 항소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검사가 (A씨에게) 10년을 구형했는데 5년이 나왔으면 유족들이 항소를 요청하면 대부분 해줄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이 항소 요청을 안 하면 검사가 할지 안 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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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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