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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도 무더위...광주 시내버스, 에어컨 왜 안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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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주말 25~26도 ‘4월 이른 초여름 더위’
광주시내버스 에어컨 없이 달려...시민 “짜증난다”
광주시, 에어컨·난방 가동 기준 전무
“종사자 재량 맡겨”...운전원들은 ‘연료절감’ 평가 눈치
현장서 혼란 계속, 매뉴얼 제작 요구도

[평범한미디어 김현 기자]

 

광주시민 이동훈 씨는 4월25일 시내버스를 탔다가 확 짜증이 났습니다. 초여름 더위를 연상시키는 높은 기온에 버스가 찜통처럼 ‘쪄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에어컨을 좀 틀어주시면 안될까요?”

 

조심스럽게 운전원에 물은 질문에 돌아온 답은 “죄송해요. 가스비를 아껴야 해서...못틀어요”.

 

이날 3차례 탄 시내버스가 모두 에어컨 없이 운행됐다는 이 씨는 평범한미디어에 제보하며 “짜증이 나요. 오늘같은 날씨에 에어컨 없이 창문 다 열고 운행하는데, 더위가 가시질 않아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습니다.

 

 

높아지는 봄기온...광주시는 “기준 없어”

 

기상청 날씨누리 관측 정보에 따르면, 25일 광주지역은 오후 2시 기준 최고 기온 25.7도, 24일에는 26.4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른 4월인데도 주말동안 한낮 기온이 ‘초여름 더위’ 수준으로 올라간 겁니다.

 

이른 더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광주기상청 3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 3월 평균기온은 9.9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되면서 벚꽃이 평년보다 15일 일찍 개화해 1939년 관측 이래 가장 이른 개화시기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한낮 한때만 기온이 치솟는 봄·가을 환절기 때면 운전원과 승객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주시는 시내버스 에어컨 가동에 대해 어떤 기준도 정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운전원에게 ‘전권’을 맡기고 있는 겁니다. “획일적으로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같은 문의에 “사람마다 다르다. 똑같은 기온이라도 어떤 사람은 덥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적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그래서 현재는 시기별, 온도별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 운전원 재량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료절감’ 평가 받아야 하는데...‘재량대로?’

 

특히 시는 최근 조합 측에 “승객의 요청이 있을 시 냉방기를 꼭 작동하라”는 골자의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운전원들은 승객들 상황이나 기온을 감안해 재량대로 에어컨 가동을 고민해야 하고 승객의 가동 요청이 있으면 에어컨을 꼭 가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운전원들 입장에서도 에어컨 가동을 꺼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운행비용이 훌쩍 뛰게 되는데, ‘연료절감’ 부분이 운전원 직무 평가 항목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에 “신경을 안쓸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 마희종 위원장은 “시 평가에서도, 회사 자체평가에서도 연료절감 부분이 들어간다. 현장노동자들이 신경쓰는 부분이 있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자가 온도에 대해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알지만,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덥다고 하면 당연히 틀어주는 것이 맞다. 노조도 알림문을 통해 다시 한번 현장노동자들에게 가동 관련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뉴얼 마련하면 갈등 줄일 수 있을 것

 

차내 온도 문제는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할 때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환절기 때 한낮 찜통 차량을 놓고 시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한여름 때가 낫다. 환절기 땐 버스타기가 싫다”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각자가 판단하는 적정기온이 다르고, 신경이 곤두서있을 수 있는 현장에 시민들과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에 기상예보를 통하거나 차내온도계를 이용하는 등 기온에 맞춰 정책적으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광주버스노조 박상복 전 위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어느 상황에 가동해라 기준이 있으면 운전원 입장에선 편하다”면서 “실제 운전원들은 요청이 있으면 무조건 에어컨을 가동하는데도 오해가 있다. 매뉴얼이 있으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희종 위원장도 “좋은 생각”이라며 “승무사원들이 현장에서 재량껏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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