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삼성의 총수 구하기에 “너무 쉽게 동원된” 김형연 변호사 ‘되려 당당’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3일 15시 즈음 김형연 변호사(법무법인 동인)가 꼬리를 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던 사실이 알려진지 하루만이다. 김 변호사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한 원포인트 영입으로 해석됐고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와중이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13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정말 새로운 유형의 전관예우가 될 수 있었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신감이 있어지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다른 걸 떠나서 본인의 선택은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변호사 본인이) 그걸 감내했다면 오히려 다행인데 지금 나오는 입장을 보면 왜 그런 비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식인 것 같다”며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안 했던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내가 의뢰인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일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가 있었다”며 “비록 사실에 전혀 맞지 않는 보도였지만 그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어서 오늘 변호인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판사로 근무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항의하며 법복을 벗은 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의 요직 민정수석실 소속 법무비서관으로 2년 가까이 재임하다 2019년 5월 법제처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2020년 11월 변호사 시장에 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아 감옥에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소위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사건의 총 책임자로 추가 기소가 이뤄진 만큼 또 하나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합류했던 것이지만 그 시점(2월26일)으로 봤을 때 사면을 노린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물론 12일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4월22일 이 부회장의 삼바 공판 첫 번째 기일에 출석했다. 삼바 사건만 담당한다는 모양새를 그렸을 수도 있지만 법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실무자라는 점에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김 변호사가 후임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에게 이 부회장의 민원을 청탁하기 위해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경향신문 법조팀은 청와대 경력이 있는 모 법조인을 인용해 “민정수석실 출신 인사가 이 부회장을 대리하면서 그의 사면 관련 의견을 공식적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경향신문 법조팀에 “의뢰받은 사건만 담당하고 사면 관련 업무는 하지 않는다. 사면 관련 업무를 한다면 뭐하러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겠느냐”면서도 “청와대 출신이라고 법원에서 통하는 시대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뇌물죄 사건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면권을 염두에 두는 것과는 별개로 삼바 사건으로 추가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으니 그걸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미만이라 삼바 확정 판결이 나오는 시점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다. 즉 김 변호사와 이 부회장 측은 사면권을 노린 게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부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뇌물죄 건으로 사면을 받아 감옥에서 나오면 삼바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 박정제 재판장)가 재구속 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 부담스러워진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청와대 출신 인물이 삼성 변호인이 된 것인가? 청와대 있을 때부터 삼성 변호를 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변호사의 합류 사실에) 경악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공적 마인드는 커녕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무엇이라고 했을까. 문재인 정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이 부회장을 10여차례 가까이 만나는 등 다른 재벌 총수와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는 김태동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 있을 때도) 이건희씨를 다른 재벌 총수들과 같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셀 수 없이 10여차례 이재용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의 질문에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나갈 필요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형평성과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면의 단서를 달았다. 여론 지형에서 보면 현재 경제계를 비롯 삼성 광고에 의존적인 상당수 언론들은 삼성의 반도체 민족주의 프레임을 퍼트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면돼야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얼마든지 국민 공감대를 명분으로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

 

 

삼성은 故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공공기관 인사들과 뇌물관계를 형성해왔던 ‘대관’의 전통이 있고 총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사실 삼성은 총수와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뭐든 한다는 흐름이 있었고 총수 구하기의 그 맥락에서 언론을 동원해서든 법무비서관 출신을 데려와서든 삼성에서는 늘 그래왔다”며 “거기에 동원된 사람이 누구냐가 사실 중요한 건데 너무 쉽게 동원이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임 변호사는 “삼성 입장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판단을 하는 거니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김형연 변호사 본인이 어쨌든 사법농단을 비판하면서 법원을 나온 건데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 뭐 이런 걸로 청와대도 가고 법제처도 갔던 사람인데”라며 “그 취지가 되게 좀 우스워져버렸고. 자신이 몸담았던 그 자리의 무게감을 본인 스스로 체화하지 못 했던 것 같다”고 재차 지탄했다.

 

문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 임 변호사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판단을 안 하시리라 믿고 안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