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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겨울 어둠 속 '환경미화원의 안전'도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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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고 있다. 역시 예견된 인재였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환경미화원들은 시민이 집 밖을 나서는 출근시간 이전에 담당 구역의 쓰레기들을 모두 수거해야 하는데 코로나발 생활쓰레기 급증으로 인해 업무량이 너무 많아졌다.

 

야심한 새벽시간대 야광조끼만으로는 과속으로 달리기 쉬운 운전자의 시야에 잘 띄지 않는다. 이것은 환경미화원의 목숨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취약점인데 코로나발 업무량 폭증과 만나 더욱 심각해졌다.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환경미화원을 고용 및 투입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이 코로나 시국에 따라 일이 많아졌으니 인력을 늘린다? 그렇다. 그렇게 할 리가 없다. 급여도 덜 준다.

 

죽어나가는 것은 과로에 시달리는 환경미화원들이다.

 

 

지난 13일 20시 즈음 서울 중랑구 화랑대역 인근에서 62세 환경미화원 최모씨가 수거 차량에서 도로가로 떨어진 개별 쓰레기를 주우려다 지나가던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최씨는 2인1조로 근무 중이었으나 안전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최씨를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고 한다. 

 

15일 6시40분 즈음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는 40대 환경미화원 A씨가 70톤 기중기에 치어 숨졌다. 70톤 기중기는 크레인이 탑재되어 무거운 자재를 옮기는 특수차량인데 그날 A씨는 원래 본인이 담당하던 구역 외에도 연차 휴가를 나간 동료의 구역까지 혼자 처리하다 비극을 맞게 됐다. 출근시간이 시작되는 7시 이전까지 평소보다 배로 넓어진 구역을 급히 완수하다 보니 거대한 기중기 앞에서도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중기 기사는 현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및 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입건됐는데 야광 작업복에 헬멧까지 착용한 A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가해 운전자들은 "어두워 환경미화원을 보지 못 했다"고 밝혔다. 빛이 반사되는 야광조끼를 입고 있더라도 해가 짧은 겨울 저녁과 새벽 어스름에는 자동차 운전자의 시야에 환경미화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목숨보다 더 상위의 우선순위는 없다. 환경미화원들은 계절에 따른 근무시간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겨울철에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여라도 출근시간 교통 혼잡이 우려되더라도 환경미화원의 근무시간을 칠흑 같은 어둠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

 

더구나 코로나발 생활쓰레기가 급증한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이들의 업무량을 덜어줄 고민을 해야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소속 업체에 따라 심각한 임금 격차 문제를 겪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 소재 기초단체 소속 환경미화원 박모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최근 두 사람이 죽었는데 정말 예견된 인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광조끼, 야광 헬멧, 야광 리어카 등으로도 겨울철 어둠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 통상 근무시간은 6시부터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 속 두 번의 겨울을 나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은 감당하기 힘든 배달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훨씬 일찍 출근하고 있고 이는 예외적이지 않고 새로운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인력 투입, 장비 보강, 근무 시스템 정비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위태로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미화원 B씨는 "시구청 소속이면 그나마 좀 낫다. 근데 용역업체 소속이면 노동 강도가 더 높은데 예산 부족 핑계로 안전모나 방한복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며 "죽고 다치는 경우도 지자체 소속 말고 민간위탁업체 소속이 더 많다. 돈은 훨씬 적게 받고 심하게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근로조건 차별이 심각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일어난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사망사고 중 80% 이상, 전체 환경미화원의 54.7%가 민간위탁업체 소속이다. 아울러 관련 자료(2019년 지자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운영현황과 실태검토)에 따르면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평균 임금은 312만1000원 수준으로 직영(358만 8000원)의 87%, 공공위탁(412만 6000원)의 75.6% 수준에 불과하다.

 

급여도 차별적인데 안전 장비도 부실하다. 통상 지자체는 민간위탁업체에 복리후생비를 준다. 안전 장비 제공을 위해서다. 그러나 책정된 예산을 보면 안전모는 5000원, 방한복은 기껏해야 5만 원이라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환경부는 지난 2019년 폐기물관리법에 안전기준 조항을 신설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 및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예산 문제도 있고 전국에 있는 용역업체를 한꺼번에 전수조사를 하기가 어려워서 매년 할 수가 없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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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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