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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3명’ 추락사 한 곳에서 ‘소방관 3명’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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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부실 공사로 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곳에서 불이 났고 기어이 소방관 3명의 생명마저 빼앗아갔다.

 

약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20년 12월20일 7시반 즈음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1137에 위치한 팸스 냉동창고(물류센터)에서 노동자 3명이 추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2개 필지에 걸쳐 지하 1층 지상7층으로 건축되고 있던 6만평(19만8347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냉동창고였다. 주로 냉동식품을 취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노동자 5명은 5층 자동차 진입 램프에서 천장 상판을 덮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장을 받치고 있던 콘크리트 뼈대가 무너져내려 1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와 평택경찰서는 콘크리트 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부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던 만큼 “부실 시공”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소장이나 감리업체 관리자도 없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노동당국은 2021년 1월26일까지 1개월간 ‘공사 중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부실 시공은 비용 절감과 한몸이다.

 

 

이번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는 동파 방지를 위한 보온 문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곧 합동감식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1층 108호 냉동고 입구 근처 화장실 쪽에서 동파 방지를 위해 고체연료를 태워 수도관을 데우고 있었는데 이것이 발화의 배경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고체를 태워 데우고 있는 그 주변 전기 배선에는 충전을 위해 온갖 장비들이 빼곡이 연결돼 있었다. 노동자들은 108호와 거리가 좀 있는 102호 주변에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있었고 화재를 인지하고 바로 대피했다.

 

냉동창고 공사는 석 달 뒤인 4월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완공까지 45일 남은 시점이었는데 소위 ‘공기’(공사기간)를 조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야간 작업까지 강행한 배경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6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과 만났고 “겨울에는 야간에 공사하지 않는 것이 관행인데 현장 관계자들이 밤에 작업을 하다가 불이 났다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도 7일 새벽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고 “냉동창고 신축 공사 과정이 부적절하게 강행되면서 화재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는 이미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 한 달간 공사 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건축주와 시공사는 준공 예정일을 바꾸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한다”며 “안전상 겨울에는 야간에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데 공사 기간 중 한 달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화재 원인 파악과 함께 안전수칙 위반 여부에 따라 명확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싼값에 보온 기능을 구축할 수 있는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은 여기서도 빠지지 않았다. 값은 싸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해서 지겹도록 문제시됐던 자재다. 실제로 이번에도 2차 화재와 더불어 검은 유독가스로 시야를 가리게 만들어서 소방관들이 탈출하지 못 하도록 했다. 큰불을 잡고 창고 안으로 진입했던 송탄소방서 소속 소방관 5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시점은 6일 9시8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2차 화재가 났던 것인데 우레탄폼 안에 남은 열기가 바람과 만나 재발화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1층에서 불었던 바람이 우레탄 열기와 만나 재발화를 일으켰고 2층에 진입해있던 소방관들의 경로를 막아버렸을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열기 속에 연기만 나다가 순식간에 불이 붙는 소위 ‘플래시오버’ 현상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

 

 

최현호 기술위원장(한국화재감식학회)은 “완진 후에 우레탄폼 단열재 두께가 있으니까 내부에서 이제 숯불 타듯이 물을 뿌려도 속에는 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박재성 교수(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는 연합뉴스를 통해 “물류창고는 타기 쉬운 단열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시 특히 위험하다. 화재 안전 감시자를 배치해 화재 안전 감시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막판 공사에서는 단열재처럼 불에 잘 타는 물질이 설치되면서 용접 같은 화재 위험 공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정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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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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