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평택 냉동창고(팸스 물류센터) 2차 화재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결국 원청 업체가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겨울철 야간 공사를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정 가까운 시각 노동자들은 동파 방지를 위해 고체 연료를 태우고 있었는데 인근 전기 배전반에는 충전 코드가 가득 꽂혀 있었다. 여기서 화재가 시작됐다.
싼값에 보온 효과를 낼 수 있는 우레탄폼으로 잔뜩 둘러놓았던 건물 외벽이 소방관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1년 전 노동자 3명이 추락사를 한 것도 부실 시공 때문이었는데 모든 것은 비용 절감 즉 돈 문제에서 기인한다.
김승환 사무국장(전국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은 7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LH 현장이나 관급공사일 경우 겨울철에는 아예 공사를 안 했다”면서 “관급공사만 그렇고 민간 발주 공사는 겨울에도 하긴 한다. 건설 노동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민간 공사로 몰리는 건데 공기(공사기간) 문제가 있긴 있다. 그런 부분들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관급공사는 동절기에 아예 문을 닫아버리고 공사를 안 하니까 민간 공사장으로 가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국장은 “이번 사고 같은 경우처럼 겨울철 공사장 화재가 많다”며 “얘기 듣기로는 그 현장이 마감이 얼마 안 남았다(4월말 완공 예정)고 알고 있다. 마감 작업을 하느라 급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건설 노동자 3명이 추락사를 한 곳인데 (원청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죽고 살 수 있는 건가?) 당연히 그렇다. 왜 하필 사고가 나는 곳에서 사고가 반복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공기 단축 문제는 고질적이다. 빨리 완공해야 돈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냉동창고는 더더욱 그렇다. 빨리 지어서 제품을 많이 보관해야 물류유통상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결론적으로 건설 현장 같은 곳에서는 빨리빨리 문제가 심하다”면서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마찬가지고 이런 냉동창고들은 빨리 지어야 돈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지어야 물류유통 과정에서 자기네들이 물류 확보가 빨라지고 공사비에 들어가는 걸 뽑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점들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2차 화재를 불러일으킨) 우레탄폼은 금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썼다는 게 이해할 수가 없다. 공사 현장에서는 돈 아끼려고 사용하는 단열재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주 소재로 하는 샌드위치 패널 단열재는 유리섬유 단열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 자주 선택되곤 한다. 그러나 화재 취약성의 측면에서 최악이다. 불에 잘 타고 시커먼 유독가스를 엄청 뿜어내어 화재 참사를 불러일으킨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 건물 공사에서 우레탄폼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데 우리 국회도 2020년 7월 경기도 용인의 물류센터 화재 이후 뒤늦게 2021년 초에 관련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2021년 말부터 시행됐고 법 시행 이전에 착수된 공사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