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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너무 자주 옮기는 프로이직러라면? “성인 ADHD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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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A씨는 30대 경력단절 여성으로 원래 일하고 있던 회사로 복직했다. 평소 밤늦게까지 잔업을 수행하며 업무에 성실하게 임했지만 팀장에겐 늘 욕을 먹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사수가 된 상사만 자신을 유달리 괴롭힌다고 생각했지만 사소한 실수들이 반복되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스러워졌다. 사실 그동안 밥먹듯이 이직해서 이번에 입사한 회사에서는 최대한 오래 버티고 싶었다. A씨는 상담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로 갔고 여러 항목의 검사를 받은 결과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는데 내가 성인 ADHD라니? A씨는 요즘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아 하루하루 근심이 늘어만 간다. 어린이들이 집중하지 못 하고 과잉 행동을 할 때 ADHD라고 들었지 정말 성인에게도 ADHD가 진단될 수 있는 걸까?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아동기에 주로 많이 나타난다. 주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만하고 과다 활동과 충동성을 보이게 된다. 일부는 이러한 행동들이 교정되지 못 하고 성인이 되어 여전히 남아 있게 되는데 성인의 경우 과잉행동은 줄어들지만 부주의함과 충동성이 주로 문제가 된다. 오은영 박사는 채널A <금쪽 상담소>에서 배우 나한일씨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나한일 선생님은 성인 ADHD라고 판단이 된다. 보통 어릴 때부터 시작이 되는데 참 번잡스럽게 왔다갔다 하고 의자에 앉아도 가만히 있지 못 하고 꿈틀꿈틀대는 건데 이게 어른이 되면 공사다망하게 어디 누구를 만나러 다닌다. 한 자리에 오래 못 앉아 있기 때문에 하루종일 회의를 빡빡하게 타이트하게 잡아놓는다. 회의도 오래 못 한다. 조금 하다가 이 회의 저 회의로 옮기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야 한다.


성인 ADHD 환자는 특히 직장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일이 많다. 수행해야 할 업무나 챙겨야 할 물품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는 등 사소한 실수를 연발하거나 심한 경우 한 가지 일에 집중 자체를 하지 못 하게 돼서 계속 일을 미루기만 하고 완료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또한 회의 시간에는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딴짓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 하고 손발을 계속 꼼지락거리는 등의 불안 행동을 보이며 동료들과 대화에서 맥락없이 끼어들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자주 던져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방송인 박소현씨도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서 성인 ADHD로 진단을 받았는데 본인 스스로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씨는 세 차례나 일을 함께 한 라디오 PD를 기억하지 못 하고 녹화 중에 멍을 때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 박사는 박씨에 대해 조용한 ADHD로 긴장이 풀렸을 때 정상적인 각성 상태조차 뚝 떨어트려서 기본적인 긴장감도 없어진다고 진단을 내렸다. 나씨는 고깃집, 웨딩홀, 영화사 등 관계없는 분야의 여러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시킨 바 있다. 나씨는 솔깃한 사업 분야를 알게 되면 투자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소희 전문의(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는 “취직은 잘 하는데 유지가 잘 안 돼서 계속 바꾼다든지. 또 인간관계에서 좀 실패가 많아서 꾸준히 좋은 인간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든지”라며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지나치게 지속성이 취약할 때 성인 ADHD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인 ADHD의 원인은 대부분 아동기에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ADHD가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는 단기간에 집중력을 올려주고 충동성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20년 넘게 축적되어온 행동 패턴이 한 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습관을 바꾸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만약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면 우선 바꾸고 싶은 문제 행동을 타겟팅하고 전날 밤 또는 아침에 계획표를 수립해서 자주 검토하고 조정하는 걸 습관화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맡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단기적인 결과와 장기적인 결과를 비교해봐야 한다. 또한 해야할 일들은 가능한 작은 덩어리로 쪼개서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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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정

우리들의 일상 속 트렌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거운 것 말고 가볍고 재밌는 기사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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