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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도주하다 ‘소녀 2명’ 숨지게 만든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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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 1차 사고를 내고 도주하고 있었다. 애당초 70대 후반의 고령 운전자로서 운전을 하면 안 됐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았고 작은 사고들이 잦았던 탓에 도주를 감행했다. 도망가는 입장이다 보니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았고 시속 200㎞까지 다다랐다. 결국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신호대기 중인 다른 차량을 피하려다 교통섬으로 돌진했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중생과 여고생을 들이받았다. 둘 다 목숨을 잃었다.

 

 

충북 음성경찰서는 11일 여성 청소년 2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70대 할아버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인데 당초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병원 치료를 받는 등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었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하진 않았고 “사고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가 몰던 SM3 차량을 정밀 감식해본 결과 브레이크 페달이나 급발진 가능성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즉 차량 결함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A씨의 운전 과실로 인해 두 사람이 사망하게 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아마도 청주지법이 영장을 발부하게 될 것 같다.

 

앞서 A씨는 지난 5월18일 16시50분 음성군 감곡면의 모 사거리에서 SM3 차량을 타고 도주하다가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서 교통섬으로 진입하고 있던 14세 김양과 17세 정양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두 청소년은 하굣길에 별안간 날벼락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A씨의 차량은 시속 120㎞였으며 두 청소년을 강하게 충돌하고 전신주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방어에 나서고 있는데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만큼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6월22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우주소녀 소속 박수빈씨는 “심신미약이면 운전을 하면 안 되지”라고 일갈했다. 사실 A씨는 자동차 살인극을 벌이기 직전 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차량을 충돌했다. 그러나 바로 도망치면서 뺑소니 현행범 상태에서 대형 참사를 야기했다. 두 청소년을 들이받은 직후 최초 목격자는 “모두 의식이 없었고 숨쉬기도 되게 힘들어했다. 맥박을 잡아봤는데 다 피를 머금고 있었다. 숨만 쉴 수 있게 자세만 고정시켰다”고 증언했다.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A씨의 주변인들은 너무나도 몰상식했다. 사고 원인도 모른채 장례식장이 치러졌는데 그날 저녁 A씨의 아들과 친구가 방문했다. 친구는 “저희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급발진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 친구를 잘 아는데 정말 좋은 분이다. 법 없이도 살 분이고 이러실 분이 아니”라는 식으로 똥을 쌌다. 고정 패널 조나단씨는 “장례식장에서 할 소리가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고, 정양의 모친은 “이분들은 우리한테 미안하지 않구나. 결국 힘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구나”라고 토로했다.

 

김양의 부친은 당시 상황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내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정지가 와서 2시간 가량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가망이 없었다. 차가운 몸으로 누워 있었다. 처음엔 얼굴을 가려놔서 내 딸인지 몰랐는데 발을 보고 알았다. 내 딸이구나. 그냥 나도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혼 후에 혼자 키워온 딸이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딸이 죽어서 삶의 낙이 없다.

 

 

정양의 언니도 “처음에 병원으로 갔을 때 머리가 깨져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뇌사자는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는데 기증할 장기가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고 말했고, 정양의 모친은 “알아보기 힘든 만큼 얼굴이 다쳤다. 손을 보고 우리 아이라는 걸 알았다. 저 얼굴로 하늘나라 가는 것은 너무 미안해서 의사에게 부탁했다. 얼굴이라도 봉합해서 하늘나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이 너무 불쌍하게 갔다”면서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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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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