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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사회가 왔다 “유튜브 결말 포함 요약본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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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빨리빨리는 한국과 한국인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다. 무조건 빨라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24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은 “분초 사회”는 단순히 빨리빨리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간 단위를 쪼개서 활용하려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고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담고 있다.

 

 

이수진 연구위원(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은 지난 22일 15시 광주 서구 광주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멘토링 강연에 참석해서 “우리가 분초 사회라고 생각했던 건 사람들의 인지적, 시간적 운용 단위가 1시간이 아니라 분초로 쪼개지고 있다”며 “조선시대는 시간적 운용 단위가 2시간이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라이프스타일이 너그러웠다. 근데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1시간이 아니라 분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줌 회의를 하면 3시14분에 만나자. 이게 정말 어렵지 않고 그리고 실제 이렇게 많이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간적 단위가 무조건 빨라졌다라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운용 단위가 분초로 쪼개져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건 굉장히 큰 패러다임의 변화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2024년 버전에서 10가지 키워드(DRAGON EYES)가 소개됐다. 이중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이 바로 분초 사회다. 그만큼 분초 사회라는 한국적인 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①분초 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②호모 프롬프트(Rise of ‘Homo Promptus)

③육각형 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④버라이어티 가격 전략(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⑤도파밍(On Dopamine Farming)

⑥요즘 남편 없던 아빠(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⑦스핀오프 프로젝트(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⑧디토 소비(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⑨리퀴드폴리탄(ElastiCity. Liquidpolitan)

⑩돌봄 경제(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이날 이 위원은 10가지를 전부 짚었는데 평범한미디어는 이중 몇 가지만 다뤄보려고 한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그동안 ‘집’에 대한 빅데이터를 꾸준히 돌려왔는데 최근 들어 “접근성”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위원은 “직주 조건이라고 하는데 통학과 통근을 최단시간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분초 사회의 특성으로 시간을 의미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과 맥이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빨리빨리가 아니라는 지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빨리빨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손 집어놓고 있는 민족은 사실 대한민국 밖에 없다. 그 정도로 우리는 빨리빨리를 굉장히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데 분초 사회는 손해보고 싶지 않은 시간 낭비에 대한 부분이다.

 

이를테면 요즘 한국인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고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는데 1.25배속 혹은 1.5배속 혹은 2배속으로 보는데 근데 이거 한 번 맛들이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2가지 패러다임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해보자면 첫 번째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실패를 하기 싫어한다. 경험적인 영역에 있어서 실패를 너무 싫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그냥 스포하지마! 이게 중요했는데 이젠 드라마나 영화 볼 때 <더 글로리> 요약본으로 본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컨텐츠 요약본을 볼 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결말 포함’이다. 이 위원은 “결말 포함이 있어야 된다”며 “결말 포함이 없으면 화가 난다. 내가 30분, 1시간 넘게 이 컨텐츠를 위해서 그 소중한 시간을 썼는데 결론이 없으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경험의 영역에서 정보값이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최대한 실패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재미없는 것을 봤다거나 결말이 포함되지 않는 요약본을 보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시간적 운용 단위가 굉장히 쪼개지면서 실패하기가 싫어졌다. 내가 어떤 걸 시도하기 전에 굉장히 두려움이 커져 있고 그리고 그것을 시도했을 때 시간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실패를 경험하면 정말 화가 나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임에도 자막을 넣어서 본다. 2배속으로 보면 말이 뭉개지는데 한글 자막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 위시리스트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일마다 뻔한 커피나 치킨 기프티콘 보다 받고 싶은 선물을 미리 알려서 쓸데 없는 낭비를 줄이려는 현상과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Z세대로 내려갈수록 거의 30% 이상은 이미 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사실 약간 신뢰 아닐까 싶다. 내가 선물 받고 싶은 걸 남들한테 나 이거 사줘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프라이즈 파티가 아닌 TPO가 명확히 정해진 에어비엔비 가서 파티하는 걸 좋아한다. 이 위원은 “입고 올 의상 코드까지 다 정한 다음 사진 멋지게 찍어야 하기 때문에 서프라이즈 파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갈수록 조금 더 보편화되는 트렌드로 좀 생각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결론적으로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시하는 풍조가 갈수록 강화될 것이다. 과거에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을 소유하고 착장하고 있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에서 인증샷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서 자랑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가야 할 곳들도 많고 먹어봐야 할 것들도 많다. 남들이 다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넷플릭스 컨텐츠들도 챙겨봐야 한다. 시간을 쓸 일이 무지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분초도 아껴서 효율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 위원은 요즘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도둑맞은 집중력>을 거론하며 “8초 인류라는 말 들어보셨나? 우리는 8초 밖에 집중을 못 한다”고 피력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지금 베스트셀러로 계속 꾸준히 올라와 있는 좀 유명한 책인데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단 3분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분초 사회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빨리빨리도 좋지만 우리가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부분이 크다.

 

 

분초 사회의 관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 것이 도파밍 현상이다.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쇼츠 영상 중에 테이프공 찢기가 있다. 형형색색의 특수 테이프들을 공처럼 붙여 만들고 칼로 배를 쑥쑥 가르면 다른 색깔이 계속 나오는 아무 의미없는 놀이행위다. 치석 제거, 피지 제거, 귀지 제거, 여드름 제거 등의 영상들을 보며 후련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이런 것들을 왜 보고 있지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보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해석을 해보면 인간은 강박증이 없더라도 패턴이 있거나 아니면 약간 반복하는 상황을 보면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뭔가 그럴싸한 시도를 통해서 도파민을 얻어내는 것보다 그냥 정말 수동적으로 쉽게 스마트폰 쇼츠 도파밍 영상을 보며 바로 충족되는 컨텐츠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컨텐츠들을 기획하거나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되는 업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굉장히 큰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은 손해도 기피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디토 소비’의 경향성이 감지되고 있다. 상품 정보와 상업적인 광고들이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뭘 구매해야 할지 선택하기 난감하다. 잘못 선택하면 낭패다. 그럴 때 나의 취향과 철학에 맞는 대상이 구매하는 것을 따라서 구매한다. 메가 인플루언서들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고, 나만의 작지만 신뢰있는 소비 멘토 같은 느낌이다. 구독자가 그리 많지 않은 유튜버, 엄마나 아빠, 친구, 삼촌 등이 될 수도 있다. 이 위원은 “올리브영에서 알바 10년 한 친구라면 공인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걔가 말한 것은 신뢰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결국 네가 추천하고 이야기하는 건 나는 진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따라해볼게. 이런 성향이 정말 높아지고 있다. 이게 더더욱 심화될 것 같아서 디토 소비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예를 들면 이효리씨는 셀럽인데 다들 선망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디토 소비는 그렇지 않다. 내가 볼 때 이 친구는 이 영역에 있어서는 찐으로 전문가야!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근데 그 전문가는 진짜 공인된 전문가는 아니고 내가 그냥 판단했을 때 신뢰가 가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까 역설적으로 입소문이 되게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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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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