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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없는 도시’ 만들면 사람들의 마음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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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자동차 없는 도시를 설계해보자고 제언하는 포럼 자리였던 만큼 세계 곳곳의 사례들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프랑스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전세계 행정가들의 노력은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석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가장 먼저 3선 도쿄 도지사 출신 故 미노베 료키치의 도시 설계 사례를 거론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 방정식을) 아주 근본적으로 바꾼 사람이 미노베 료키치 전 도쿄 도지사인데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말까지 내리 3선을 했다. 원래 도쿄 도지사는 오랫동안 자민당 보수 정당 소속이었는데 미노베 도지사는 대학 교수 출신이고 사회당과 공산당 연합 후보로 당선이 됐다. 이분이 도쿄 도지사가 됐을 때 일본 대부분의 대도시 단체장들이 소위 사회당 또는 혁신계였고 일본은 혁신 지하철 시대를 맞이 한다. 그때 대부분의 정책이 바뀌는데 개발 위주에서 재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복지를 강조하고, 문화를 강조하고, 자가용에서 대중교통으로. 미노베 지사가 만든 게 바로 도로 방정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필요한 만큼 차도를 만들고 나머지를 보도로 만들었는데 보도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를 차도로 만들었다. 이게 지금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인데 60년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는 대단히 앞선 생각이다.

 

 

정 교수는 지난 6월13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복력 도시를 위한 시민 포럼>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도시 설계 사례들을 소개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자하철은 매우 촘촘하게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매년 새로운 노선을 추가하고 있다. 거의 맨날 지하철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교수는 “최근에 서울과 동탄을 잇는 GTX는 땅 속 깊이 건설하는 지하철이기 때문에 비용이 1km에 2000억이 들어간다. 10km에 2조가 든다”며 “일반 지하철은 1km에 1500억 든다. 수도권 지하철은 지금 적자인데 수도권에 인구가 2000만명이 살고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타는 데도 적자라는 얘기는 나머지 도시 부산, 광주, 대전 지하철은 절대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얘기”라고 환기했다. 그나마 돈이 덜 드는 게 트램이다. 트램은 1km당 500억이 든다. 그러나 정 교수는 트램보다 간선급행버스체계 BRT(Bus Rapid Transit)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BRT는 버스의 통행을 일반 차량들과 분리해서 신속성과 수용성을 극대화시킨 대중교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쿠리치바가 모범 사례다.

 

브라질 쿠리치바가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만든 BRT는 1km에 30억이면 된다. 그래서 지금 전세계 대부분의 도시들은 지하철은 새로 안 만들고 그리고 트램보다도 BRT가 돈이 덜 드니까 대부분 BRT로 가고 있다. 광주에서도 BRT를 적극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요즘 가끔 길거리에서 ‘차 없는 거리’를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주요 도시들에선 가끔씩 이벤트삼아 한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에선 매주 한다.

 

사랑하는 애인과 거리에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핸섬한 남자에게 눈길을 주는 재미. 그러니까 이 길거리라고 하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서 차도 마시고 또 맥주 마시고 때로는 누군가가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변 도로는 주중에는 차가 다니지만 주말이 되면 차를 막아버린다. 그러니까 우리로 말하자면 서울 주요 강변도로 올림픽대로와 같은 차량들만 다니는 도로인데 이 도로가 주말에는 차가 다니지 않으니까 다들 마라톤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그런다. 한국도 가끔 차 없는 거리를 한다. 근데 너무나 어쩌다 한 번씩 한다. 잊어버릴만 하면 한다. 파리는 매주 한다.

 

자동차 중심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우리가 도로 설계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로드 디자인! 차가 빨리 가는 도로만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시민들이 그 길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결국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 “시민들의 운동량”이 늘어난다. 콜롬비아 보고타와 뉴욕 타임스퀘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차가 안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아이들이 나와서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바자회가 열리고 아주 다양한 활동들을 한다. 시민들의 운동량이 늘어난다. 이런 것들이 점점 늘면서 지금 보고타시에서는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를 110km 구간에서, 시내 대부분 도로에서 하고 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라고 하는 맨하탄의 가장 중심지에 원래는 이렇게 도로가 동서 방향 남북 방향으로 있었는데 여기에다가 자동차 도로를 폐쇄시키고 광장을 만든 게 바로 뉴욕시장(故 데이비드 딩킨스)인데 이런 일을 할 때 시민들 대부분 찬성했을까? 반대했을까? 반대가 더 많았다. 그런데 광장이 만들어지고 나니까. 겨울에 폭설이 내려서 눈이 수북이 쌓이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즐겁게 장난을 치고 놀았다. 도시를 바꾸면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바뀐다.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 베르트랑 델라노에 전 파리시장은 2002년 여름 세느강변 일부 고속도로를 한 달간 폐쇄시켰다. 그랬더니 그해 여름 파리에 사는 대부분의 휴가를 가지 못 했던 파리시민들이 세느강변에 나와 휴가를 즐겼다. 한 달 동안 이용객이 20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결국 파리시는 2010년 그 고속도로를 영구 폐쇄시키기로 결정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내가 이 현장을 가봤다. 여기 도로를 폐쇄하니까 외부에 있는 도로가 엄청 막히기도 한다. 그곳에서 30년 넘게 산 한 파리시민에게 물어봤다. 아니 멀쩡한 도로를 폐쇄해서 이렇게 출퇴근을 하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는데 파리시민들은 가만히 있는가? 그랬더니 그 시민이 이렇게 말했다. 파리시민들은 머리로 생각해서 이게 옳은 일인데 그 일로 인해서 나한테 어떤 불편을 초래했을 때 대놓고 불평불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거는 파리시민의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듣고 역시 파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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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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