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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탈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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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에선 자동차 도로가 점령한 길거리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까? 정석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시민들이 그 길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결국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고 그리고 건강한 사람만이 아니라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또는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들 또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도 끝없이 다닐 수 있는 이게 바로 모든 이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 6월13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복력 도시를 위한 시민 포럼>에 참석해 자동차 중심 도시를 벗어나보자고 제언했다. 일명 ‘대자보 도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중심의 도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 대다수 선진국들은 “이동의 기본”을 대중교통으로 삼고 있다. 간단하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훨씬 더 “유리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대중교통을 완전히 무료로 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다. 유럽에선 대중교통을 갈아탔는데 일일이 돈을 다 내지 않고 정기권 한달치를 받으면 무한정 대중교통을 탈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식으로 대중교통을 더 유리하게 해주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쪽으로 오게 돼 있따. 바꿔 말하면 자가용을 타는 것이 마냥 편안하고 좋지 않게 오히려 자가용이 불편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부담해야 되고 이런 방법으로 선진국들은 대중교통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자동차 경로의존성이 지나치게 깊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여타 선진국들은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오기 전부터 차고지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자동차 기업들의 입김이 커서 그러지 못 했다.

 

자동차 회사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커서 그래서 차를 둘 데가 없으니까 뭘 주차장으로 바꿔버렸는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길들을 좁혀서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가는데 이 주차된 차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차들 때문에 아이들은 위험하게 통학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다. 내 아이가 교통사고로 다치면 부모들은 더더욱 차로 애들을 태워 가게 된다. 그러니까 학교로 가는 길이 더 위험해진다. 영국 많은 도시들은 지금 아이들 통학할 땐 학교 주변에 차가 못 들어오게 한다. 멀리서 내려서 온다.

 

정 교수는 지금도 한국 곳곳에선 도시 설계를 할 때 도로만 만들고 인도를 만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참 못된 짓”이라고 표현했다.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도시 설계를 고민해봐야 한다. 직주 조건이 고려되는 ‘15분 도시’다. 자동차 타고 15분 내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개념이 아니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안에 도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한 도시”가 핵심이다.

 

출퇴근도 15분 안에 가능해야 하고 쇼핑몰, 학교, 종교활동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직장하고 집이 머니까 그래서 도시를 자꾸 이렇게 확산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정 교수는 광주시의 초대를 받아 진행하는 강연장에서 “광주시가 이제 제발 신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직언했다. 오히려 “비어 있는 곳을 그냥 고쳐서 채웠으면 좋겠다”는 게 정 교수의 구상이다

 

전세계가 다 이렇게 처음 도시를 구축한다. 그래서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일본 사람들이 쓴 책이다. 왜 일본에 중소도시들은 다 죽어가고 있는데 프랑스의 앙제라는 중소도시는 여전히 활력이 넘칠까? 그 이유를 쓴 책인데 이 일본인들이 지적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대중교통이다. 시내 대중교통만이 아니라 도시와 인근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간 대중교통이 아주 좋다. 유럽 도시들은 국경을 초월해서 대중교통 체계가 너무 잘 돼 있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2021년 한 달짜리 연구위원으로 목포, 전주, 광주 등에서 머물렀는데 대중교통이 참 안 좋았다. 그래서 전남 지역 대중교통이 원활하게 연결되는 게 정말 필요하다.

 

이처럼 정 교수는 광역 메가시티가 아닌 소도시 대중교통 연결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 국토부 장관이 전국 대중교통 완전 무료를 선언했으면 좋겠다”며 전남 신안군과 경북 청송군의 버스 완전공영제 사례를 제시했다.

 

전국의 대중교통을 무한정 탈 수 있게 시작할 때는 작은 도시들처럼 청소년들은 한 달에 1만원, 어른들은 3만원으로 시작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확 늘어나면 한 3만원~5만원으로 한다든지.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그나마도 신안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한 아주 훌륭한 군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버스가 공용화 됐을 뿐만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웬만한 섬 여행이 다 가능하다. 게다가 일일권이 5000원인데 한 번 끊으면 하루에 몇 번이나 신안 공영버스를 탈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경북 청송군도 작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버스 완전 무료를 하고 있다. 여러분 청송군을 가면 관광객도 무료다.

 

 

정 교수는 이제 대중교통 자체를 수익의 비즈니스가 아니라 공공 복지의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어르신들 나이 들면 운전하기 힘들다. 면허증 반납하게 하고 운전을 안 하는 쪽으로 유도하려면 대중교통이 잘 돼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발달하면 상권도 살아난다. 그래서 대중교통 활성화가 매우 필요한 정책이고 그리고 운전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청소년과 청년들은 차가 없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어야 되는데 전국적으로 대중교통 공공화를 확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광주 내부에서도 자가용을 덜 타게 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대중교통 설계를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 송정역에서 광주역으로 이어지는 셔틀 열차가 대표적이다. 셔틀 열차는 광주시와 한국철도공사가 공동으로 운영해왔는데 168석 규모임에도 평균 탑승객이 20명 미만이었다. 그래서 이용률이 저조해 결국 중단됐다. 정 교수는 광주역에서 다른 광주 주요 장소들로 환승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작년에 중단된 셔틀 열차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에다가 역을 하나 만들자. 여기엔 맨날 야구 보러 사람들이 온다. 그래서 환승할 수 있게끔 해주자”며 “지금 (지하철) 2호선 공사를 하고 있는데 야구장과 터미널까지 연결해줘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들에 연결을 해주고 환승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정역과 광주역을 연결하는 셔틀 열차가 어쩌면 광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대중교통 역할을 할 수 있다. 셔틀 열차를 주변 단지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고속철도가 지나가면서 옛날 철도가 굉장히 지금 탄탄해졌다. 그런데 코레일은 수익성이 없다고 해서 자꾸 파손시키려고 한다. 지금은 이제 무궁화와 새마을 정도만 남아 있는데 이 옛날 철도를 지역간 대중교통으로 활용하자. 그리고 열차 내에서 심심풀이 땅콩과 오징어 있어요! 열차 내 상행위 다시 살렸으면 좋겠다. 기차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 좀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대중교통 공공화, 자동차 없는 도시 설계 등등 어쩌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정 교수는 “결과적으로는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시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이런 방향으로 도시를 바꾸기 위해선 지혜로워야 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다수 시민들이 지지해주는 길”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무엇보다 야금야금 전략이 중요하다. 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지지 여론을 쌓아가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라서 당장 불편하고 불리할 것 같으면 반대한다”며 “결국 그것이 나한테 더 유리해졌구나 이익이 됐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단계가 있는데 그렇게 가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밀어붙이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반대가 적고 성공 확률이 높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렇게 도시를 바꾸니까 매상이 올라가네? 그럼 어떤 상인이 반대하겠는가? 매상도 올라가고 상인들도 다 좋고. 그래서 첫 단추를 잘 해야 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도 이런 야금야금 전략에 따라 조금씩 도시 설계를 바꿔나갔다. 도시를 한 꺼번에 바꾸려고 하면 반대가 많다. 그래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고 반발이 적은 곳을 먼저 바꾸고 그렇게 바꾸니까 참 좋더라. 그걸 보고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이게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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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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