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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맞이 생각해보기 좋은 ‘5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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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평범한미디어 단톡방에 “추석 연휴 동안 나누면 좋을 대화 주제”를 컨셉으로 기사를 하나 써보려고 하는데 아이디어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제사 음식을 만드는 대다수 여성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명절 노동에 대한 것이 첫 번째 주제라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자 윤동욱 기자가 발 빠르게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1. 명절 노동

2. 잔소리

3. 교통체증

4. 가족들과의 정치 토크

5. 명절의 추억

 

 

우선 4번부터 짚어 보자. 최근 크루로 합류한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정치 토크쇼는 피해야 할 수도...”라고 반응을 보였는데 윤 기자는 “(정치 견해가 다르면) 바로 뭐 이 자식아?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맞장구쳤다. 한국 정치체제 자체가 적대적 양당제이기 때문에 통상 국민 여론 역시 양자택일이 강요되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가 정치 토크를 하며 타협하길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네이트판에 관련 검색을 해보면 아래와 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친가는 명절에 정치 얘기하면 난리 난다. 거의 부자의 난이 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리얼 극보수고, 큰엄마와 큰아빠는 리얼 극진보라 정치 얘기하면 조카 싸움이 난다.

 

네이버에서도 관련 에피소드를 검색해봤는데 한 50대 중년 여성 A씨가 “가족간의 대화에서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 바보”라며 긴 생각을 풀어놓은 글을 읽게 됐다. A씨는 부친과 남편이 각각 골수 국민의힘 지지자이자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그런 지지 성향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 과정에서 탑재하게 된 정치 성향이 곧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들에게 정치적 타협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면 지금 아버지의 성향이 이해가 된다. 불안한 생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다. 자식들은 자기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 바람에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했다. 아버지는 어렵게 고생해서 이제는 삶의 안정을 찾았다.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점점 더 보수주의자가 되어간다. (중략) 남편은 전형적인 진보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다. 현실의 문제를 보다 관념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퇴직하고, 사회인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다. 본래부터 정치사회구조와 개인 삶의 문제를 분석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한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서 거리 집회에도 참석했다. 남편은 50대의 전형적인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었다.

 

그래서 A씨는 “어떤 성향이든 정치적 성향이 내포된 이야기에 절대로 끼어들고 싶지 않다. 특히 가족간의 대화에서는 더욱 그렇다”면서 남편과 부친이 정치 이념을 강요하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설파했다. 이처럼 가족과 친척 중에 국민의힘 골수 지지자와 민주당 골수 지지자가 한 자리에 있는 게 파악됐다면 정치 대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TV에서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VOD로 틀어놓거나 뉴스 본방송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정치 대화를 피하지 않고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고 있는 윤 기자의 마음이 있는 건데 명절 때 친척들과 만나면 “정치와 연예계”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일상적으로 자주 만나지 않아 최근 근황 이슈가 이어지지 않는 친척들과 공통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쉬운 소재가 바로 정치와 연예이기 때문이다. 유럽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상대를 존중하며 정치 의견을 나누는 훈련을 받는다. 공동체의 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와 정치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강요와 세뇌가 아닌 존중과 인정의 자세가 필요하다. 강요하고 세뇌해봤자 반감만 산다. 특히 스스로 봤을 때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판단되면 정치 대화를 나눌 때 그냥 상대가 주장하는 내용을 인정해주고 경청하며 자꾸 다시 질문해주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면 생산적인 정치 토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2번이다. 어느 순간 ‘꼰대’와 ‘라떼’라는 멸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질문을 가장한 비난성 잔소리에 대해 더 이상 참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박 센터장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에 가격을 책정한 메뉴판도 있는데 올해 추석 당신의 잔소리 비용은 얼마인지 계산해보길 바란다”며 “실제로 추석 상차림 물가와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사실 최근 근황이 공유되지 않는 친척들과 디테일한 생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개인이 처한 ‘거대 이슈’에 대해 묻게 되는 패턴이 있다. 시험 성적, 대학 입시, 취업, 결혼, 임신, 내집 마련 등등인데 그런 거대 이슈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고 답변을 들으면 결국 ‘한국적 합리성’에 걸맞는 피드백을 하게 된다. 그게 바로 비난에 가까운 잔소리가 된다. 꼰대와 라떼인 것이다. 그러면 아예 입을 닫아야 하는 것이냐는 어른들의 하소연이 나오는데 맞다. 아무 말도 안 하면 된다. 현명한 어른이라면 알아서 챙길 일에 대해 캐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을 때 호응해주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갈줄 알아야 한다. 방송인 박명수씨는 차라리 ‘명절 잔소리 대처법’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고모가 나이 서른인데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야지라고 잔소리를 하면?) 애 낳으면 키워줄거야? 키워줄 거냐고! 고모 때와 우리 땐 많이 달라. 그렇게 도움 안 주실 거면 말만 하지 마세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월급도 적고 물가는 오르고. 기분이 좋아야 사랑을 할 거 아닙니까. 고모는 고모부랑 키스해요? 진짜 결혼을 원한다면 3억만 주세요. 안 되면 1억5000만 해달라고 해요. 그럼 안 빌려 줄 거 아니야.

 

그 다음은 명절 노동이다. 명절 노동은 한국적으로 봤을 때 며느리들에게 강요되는 극한의 명절 음식 만들기다. 일상적인 가사 노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들어야 할 음식량이 너무 많다. 허리도 못 펴고 3시간 넘게 전을 부쳐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이런 질서를 뒤엎고 본인이 나서서 직접 요리를 하고 상을 차리는 남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센터장은 “명절 노동을 급여로 환산하면 얼마일지? 휴일 수당을 적용해서 시급으로 계산해 보면 상당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진상 고객을 거부할 수도 없으니 자존심 회복을 위한 특별수당도 지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냥 명절 음식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들도 많으니 사서 제사를 지내든지 하자.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

 

3번은 조금씩 해결이 되고 있는 추세다. 15일 기준 서울에서 부산과 광주로 이동하는 소요 시간이 각각 4시간과 3시간 20분이라고 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추석은 금요일(13일) 저녁부터 카운트해서 수요일(18일)까지 거의 일주일이다. 즉 귀향 타이밍이 분산된다. 그래도 붐비는 고속도로를 피하기 위해 추석 앞뒤로 주말을 활용해 일찍 내려가거나 늦게 내려가는 경우도 많아서 점점 ‘귀성길 정체’라는 것이 옛말이 되고 있다. 역귀성 행렬도 그에 못지 않게 많아졌고, 아예 명절과 관계 없이 시간 될 때 고향에 방문하고 명절 연휴에는 해외 여행을 가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마지막 5번이다. 누구나 명절 때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름대로 기억이 생생한 풍경이 있을 것이다. 추억으로 남지 않았더라도 뭔가 아련할 수 있다. 나는 고향이 전남 담양이라 외가와 친가 모두 담양에 있었다. 친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단독 주택인데 반해 외가는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었고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모두 치매가 와서 사실상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가 친척은 명절마다 모이지 않게 됐는데 벌써 3년이 넘었다. 젖소 외양간과 마당이 있던 시골집이 가끔씩 그립지만 이젠 볼 수 없는 옛날 기억이 됐다. 사촌 형동생들과 둘러 앉아 플레이 스테이션 비디오 게임을 하기도 했다. 손님들과 하기 좋은 위닝 일레븐 축구 게임과 철권 등이 단골로 선택됐는데 지금은 비디오 게임 자체를 안 해본지 너무 오래됐다. 친가 친척 동생 중에는 유독 폭죽놀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같이 폭죽을 사서 어른들 몰래 하다가 크게 혼났던 기억도 있다. 윤 기자는 명절 때 같이 손잡고 강강술래를 했던 추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윤 기자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친척 형동생, 누나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고등학생 이상이 된 이후 데면데면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들 그랬을 것 같은데 점점 커가면서 대화가 줄고 서먹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글을 마칠 때가 됐다. 자료를 찾다 보니 추석이 한국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잘 분석해놓은 양질의 글을 발견했다. 사회학자 김중백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는 “추석은 사회의 구조, 산업의 형태, 공동체의 특징, 사람들의 행위 양식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관찰되는 추석의 본질은 베이비붐 세대까지는 널리 받아들여졌던 남성 기반의 가부장적 공동체 사회 구조와 농경 사회라는 낮은 생산성의 산업 구조가 합쳐진 사회적 의식이자 역사문화적 습속”이라고 정의했다. 말이 어렵긴 한데 김 교수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2020년대 들어) 추석을 즈음하여 발생하는 갈등은 대한민국 사회가 추석의 근간이 되었던 과거의 우리 모습과 매우 다르다는 데서 기인한다. 가령 현재 사회 구조의 뼈대는 저출산과 도시화 현상이다. 1983년 이미 대체 출산율 이하로 내려간 출산율은 대가족과 농경 사회 기반의 추석을 경험했던 세대에 비해 이후 세대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이며 추석 관련 의식과 습속의 변화를 더디게 만들었다. 92%에 달하는 도시 지역 인구 비율은 인구의 집중화로 이어져 추석 시기의 가족 모임에 예전보다 가치를 두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의 형태가 1차 산업에서 제조업을 거쳐 서비스업 중심 사회로 변하며 팔월 대보름의 시기는 그냥 초가을의 어느 하루가 되어버렸다. 물자는 넘치고 원하는 물건은 하루 만에 살 수 있는 현시점에서 추수의 의미를 찾고 한 해의 결실을 감사함에 의미를 두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김 교수는 추석을 리디자인하자고 제언했다.

 

추석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명절이며, 감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풍습이기에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우리만의 유산이다. 하지만 추석을 상징하는 행위와 습속의 뿌리가 되었던 사회, 문화, 역사적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추석의 의미는 지키더라도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며 새로운 사회 구성원에게 추석의 진정한 의미를 전할 수 있도록 추석의 리디자인(Re-Design)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추석을 큰 명절을 뜻하는 ‘한가위’로 이어가는 노력은 바로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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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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