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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대만 여행기③] 타이베이 도장깨기 “떠나기 아쉬워 마음에 더 담아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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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지난 시간에 이어 대만 여행기 세 번째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만여행의 주의사항 하나를 더 이야기해주도록 할게. 여름에 갈 거면 유언장 작성해놓고 공증 받아두고 가라는 것 말고 또 있냐고? 웅! 당연히 있지. 한국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 뭔지 알아? 모르겠다고? 응? 정말 몰라? 그 있잖아. ‘대만은 물가가 싸다’는 거. 그런데 말야 대만 물가 절대 싸지 않다? 아니 생각을 해봐. 애초에 임금 수준이 한국과 비슷하고 집값도 비싼데 물가가 쌀 리가 없잖아. 교통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나머지는 전혀 싸지 않으니 대만 갈 거면 그것 명심하고 가라고. 그렇다고 한국처럼 관광지라고 바가지 씌우거나 그런 건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 관광지로 유명한 지우펀의 물가가 숙박료 빼고는 타이베이와 비슷한 수준이니 말 다한 거지 뭐. 아무튼 대만 갈 거면 일본 간다고 생각하고 여행 자금 준비해서 가. 그래야 잠도 좀 좋은 데서 자고 먹고 싶은 것도 이것저것 다 사먹고 가고 싶은 데도 여기저기 다니고 기념품이나 선물도 턱턱 사오지. 안 그래?

 

 

각설하고 대만 도착 둘째 날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숙소 체크아웃은 11시였지만 우리는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서기로 하고 짐을 챙겨 아침을 먹으러 갔어. 낮 12시부터는 매우 덥잖아? 그때 타이베이에 도착해서 찜통 속에서 통째로 삶아지며 숙소를 찾아 헤매느니 조금 일찍 가서 여유롭게 있자고 합의를 본 거지. 아침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토스트와 샐러드 그리고 커피에 두부탕 같은 거였어. 두부탕 맛이 어제 먹은 루로우면과 똑같아서 샐러드는 거의 안 먹고 두부탕만 먹었지 뭐야. 그렇게 아침을 먹고 밖을 나서니 아침부터 웃통 벗고 길거리에 앉아서 부채질하는 할아버지들이 하나 둘씩 보이더라. 그새 지우펀의 그 모든 풍경에 정이 들어서 “안녕히 계세요, 지우펀 할아버지들. 저희는 이제 타이베이로 떠납니다”라고 마음 속으로 인사를 하고 타이베이로 가는 광역버스에 오르는데 타이베이로 떠나기가 싫더라. 나 아무래도 지우펀이 꽤 마음에 들었나봐. 하핫.

 

광역버스와 지하철로 갈아타며 도착한 곳은 숙소가 있는 시먼딩이었어. ‘타이베이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분위기가 정말 서울 명동과 흡사해서 깜짝 놀랐지 뭐야. 아니 나는 분명히 타이베이를 왔는데 왜 명동에 온 기분이 드는 거죠? 곳곳에 보이는 옷가게며 화장품가게 모두 명동 느낌이라 와 여기 뭐야 했다니까. 그렇게 시먼딩 거리를 걸어 숙소에 짐을 맡기고 본격적으로 타이베이를 즐기기 시작! 도착이 11시 정도였기 때문에 뭘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고, 날씨도 덥고 하니 망고빙수를 먹기로 했어. 한국에서도 망고빙수는 팔지만 원래 대만이 원조니 한 번 원조의 맛을 느껴봐야 하지 않겠어? 더운 나라라 그런지 도처에 널린 빙수가게 중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가게를 골라 망고빙수를 먹는데 와.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더라니까. 게다가 한국에 비하면 가격도 훨씬 싸니까 한국에서는 비싼 망고빙수가 여기서는 가성비템이었구나 싶어서 놀랍기도 했지. 이제 빙수로 입을 식혔으니 중정기념관을 가기로 하고 시먼역으로 향했지.

 

 

그런데 대만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과 달리 휠체어 접근성이 매우 좋더라. 엘리베이터도 딱 눈에 띄는 데 있고, 엘리베이터와 승강장도 가까운데다가 전동차 내부도 전동휠체어 몇 대는 거뜬히 들어가겠다 싶을 정도로 좌석이 따닥따닥 붙어 있지가 않았어.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에서 본 그대로라 역시 타이베이구나 했지. 게다가 가장 좋은 점은 뭔지 알아? 바로 지하철 승강장이 시원하다는 거야. 한국의 지하철 승강장은 더운 경우가 많은데 너무 시원해서 한동안 앉아있다 지하철을 탈 정도였다니까.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중정기념관은 대만의 국부라 추앙받는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한 곳이야. 물론 장제스와 국민당이 대만에서 용서받지 못 할 짓을 저지른 건 맞아. 국민당은 1949년 이전부터 대만에서 살았던 본성인(내성인)들을 차별했고, 전매제도를 통해 그들의 생계를 위협했어. 그리고 장제스와 국민당은 끝내 본성인들의 항쟁이었던 2.28을 진압군을 동원해 유혈 진압했지. 그건 맞아. 학살극이었어. 게다가 40~50년의 세월을 언급조차 하지 못 하게 했으니 그 비통함과 원통함의 무게가 어떠했겠어. 아직도 통곡을 멈출 수 없고, 눈물을 거둘 수 없지 않겠어. 하지만 장제스의 업적이 있다면 그건 나름대로 존중할 수 있으려나 하는 그 마음으로 중정기념관을 갈 수밖에. 그래도 웅장한 건물들과 4층에 있는 장제스 동상 앞에서 매일 오후 1시에 열린다는 위병교대식을 보고 나니 역사의 아픔도 잠시 이걸 보려고 타이베이까지 왔구나 싶어서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이건 그 교대식 현장에 가서 직접 봐야 그때의 웅장함이 전해지는데 다음에 같이 가자 말할 수도 없고 아쉽다. 아쉬워.

 

 

30분 넘게 진행된 위병교대식을 보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 바람도 제법 강한 게 이거 혹시 열대 지방의 스콜이라는 건가 싶더라. 친구는 옆에서 “타이베이 오후에 비 한 번 온다다니 진짜였네”라고 천하태평이더라. 그 비를 뚫고 용산사에 가야 하니 내 가방에서 3단 우산을 꺼내 쓰고 친구한테도 우산을 같이 쓰자고 했지.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뭐였는지 알아? “왜. 비오니까 오히려 시원하니 좋구만. 그리고 대만에서 이 정도 비는 비도 아니다.” 으으. 네 말대로 비오니까 오히려 시원한 건 맞는데 그래도 우산은 좀 쓰면 안 될까, 야옹? 아무튼 우산은 나 혼자 쓰기로 하고 중정기념관역으로 돌아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용산사로 향했지.

 

우리가 간 용산사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야. 1738년에 푸젠성 출신 이주민들이 세운 사찰이지. 청나라 시절에 건립되어 한 번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57년에 다시 세워졌다고 하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더라. 절도 꽤 크고. 그만큼 입장로며 퇴장로 다 정해져 있고, 관람객들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따로 있더라니까. 게다가 절에서 기념품까지 팔 정도니 말 다했지 뭐. 사람도 많아서 절 마당에 중국식으로 제사상을 차려놓고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들부터 불공을 드리려는지 불상 앞마다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라 “여기까지 온 거 부처님 전에 향이나 올릴까” 싶었지만 끝내 향은 올리지 못 하고 나왔어. 아 나도 중화문화권에서 향 피우는 법은 잘 아는데 너무 아쉬워. 그래도 연못에 동전을 던지는 것으로 나름의 공양을 마치고 양쪽 손바닥을 마주쳐 손뼉을 한 번 친 다음 그대로 합장해서 머리 위로 올리고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나왔지.

 

 

시먼딩으로 돌아온 뒤에는 서서 먹는 곱창국수로 유명한 아종면선이라는 가게에 갔어. 젓가락을 쓰지 않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국수인데 친구나 나나 둘 다 맛있게 먹었지.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고수도 들어가 있어서 대만족! 곱창국수를 먹은 뒤에는 샤오롱바오와 완자탕을 먹으러 갔어. 소스는 간장소스와 칠리소스가 있는데 그냥 간장소스만 찍어먹기로 하고, 국물이 들어있는 뜨거운 만두를 숟가락으로 받쳐서 젓가락으로 꾹 눌러 국물을 뺀 다음 만두를 먼저 먹고 국물을 먹는 방식으로 샤오롱바오 한 판을 비우고 완자탕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 TV를 트는데 와. 대박. tvn이 나오네? 대만에서 한국 케이블 방송이 나오다니. 와아. 게다가 220볼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도 있어서 미리 준비해간 멀티어댑터가 필요 없을 정도였고. 이럴 줄 알았으면 어댑터 괜히 샀나.

 

저녁이 될 때까지 숙소에서 쉬다가 타이베이의 게이바 거리에 가보기로 했어. 분명히 게이바 거리라고 했는데 노천카페 거리 같은 느낌이 났어. 게다가 여자가 가도 눈치 주는 게 전혀 없고 무엇보다 안주를 꼭 시켜야 한다는 게 없으니 맥주에 칵테일만 신나게 마시다 나올 수 있었지. 사실 나는 칵테일을 파는 카페 같이 안주를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곳을 좋아해. 나는 돈이 없어서 밖에서 술 마시는 게 부담될 때가 많거든. 한국에는 왜 안주를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되는 술집이 얼마 없는 걸까? 그냥 술만 시켜도 되는 술집이 많다면 아무 때고 가서 부담없이 한 잔 하다 나올 수 있을텐데 말야. 아무튼 타이베이 게이바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타이베이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다시 가볼 생각이야. 가볍게 맥주나 마티니 한 잔 하며 담배 꺼내 물면 딱이니 말야. 아 오해는 마. 나 담배 진즉에 끊었어. 그래도 이따금 피우고 싶을 때가 있어서 참느라 죽을 맛이지만. 와아 애인이 들으면 또 잔소리하겠네. “내가 너 빨리 죽기 싫으면 담배 완전히 끊으랬지?”라고.

 

 

게이바 거리 다음으로 간 곳은 닝샤 야시장이라는 곳이었지. 대만은 더운 나라라 사람들이 주로 저녁 무렵부터 밖에 돌아다니다보니 야시장이 발달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스린 야시장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닝샤 야시장에 가기로 했어. 야시장까지 갈 때는 밤이라 우버를 불러서 갔어. 야시장에 도착하니 국수 종류부터 동과차, 버블티, 꼬치, 튀김 등 온갖 먹거리들이 발길을 잡는데 츄릅. 하나 하나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들 위주로 먹기로 했지. 그래서 뭘 먹었냐. 일단 친구가 산 선지꼬치를 하나 먹는데 그건 내 입맛에는 별로였어. 향신료가 안 뿌려져 있어서 밍숭맹숭하달까.

 

다음으로 내가 산 것은 닭봉구이 같은 거였는데 만다린어를 못 하니 별 수 있나. 닭봉과 닭꼬치, 닭껍질튀김인 지파이를 파는 나이 든 여사장님께 “마마(엄마)!” 하고 말을 걸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마 이거” 했지. 사장님이 얘 만다린말 하나도 모르는 외국인인데 마마란 말만 아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가격표를 가리키고 영어로 “Spicy?”라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바로 “응!” 하고 대답했지. 나는 “와. 이거 맛있다”라고 하면서 잘만 먹는데 친구는 하나 집어먹더니 “야 나 못 먹겠다. 너 다 먹어라”고 하는 바람에 한 봉지를 나 혼자 다 먹은 건 안 비밀. 다음에 먹은 건 친구가 산 통오징어튀김 같은 건데 친구가 “No spicy!” 하고 얘기해서 향신료를 빼고 마요네즈를 뿌렸는데도 대만 특유의 맛이 강해서인지 역시 나는 맛있게 먹고 친구는 거의 못 먹었지. 그렇게 오징어도 내가 다 먹었네. 쩝.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먼딩으로 돌아올 때는 우버가 잡히지 않아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탔어. 친구의 출근 일정 때문에 바로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타이베이를 나 혼자 잠깐이나마 즐기기로 하고 시먼딩에 있는 돈키호테에 다녀오기로 했어. 일본 잡화점 브랜드인 돈키호테는 타이베이에 딱 두 군데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시먼딩 지점이야. 창고와도 같은 매장 안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으으. 물건이 정말 많더라. 눈이 뱅뱅 돌 지경 그 자체였지. 그래도 그 와중에 선물할 초콜릿이며 간식거리며 목에 붙이는 핫팩은 건졌지. 물론 애인한테 준 돈키호테에서 사온 간식은 애인네 동생들이 다 먹어버렸지만. 다음에 대만 다녀올 일 생기면 그때는 꼭 대만 위스키랑 과일 맥주 사다줄테니 너만 마시라고.

 

 

그렇게 돈키호테까지 다녀오고 다음날 아침이 대만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었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또우장집인 용허또우장에서 아침을 포장하러 갔어. 또우장은 콩국 같은 건데 맛이 무척 달달해. 거기에 기름에 튀긴 길쭉한 빵인 요우티아오를 곁들여 먹는 거지. 또우장에 요우티아오, 거기에 오믈렛도 종류별로 두 개 포장하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어. 대만 사람들처럼 또우장을 빨대로 조금 빨아 마시다 요우티아오를 찢어 넣어서 함께 떠먹고, 오믈렛도 베어 먹는데 역시 대만 사람들은 아침 식사에 진심인 사람들이 맞더라. 아침부터 이렇게 맛있는 걸 먹다니 말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항철도를 타고 쑹산공항으로 가는데 자꾸만 바깥 풍경이 눈에 밟혔어. 한동안은 다시 오지 못 할 거니까 더 마음에 담아둬야지 싶었고.

 

자 내 대만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야. 아쉽지만 이제 고민상담소에서 다시 보자고. 아 언젠가는 애인과 함께 가본 여행기로 또 다른 여행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네. 애인도 대만에 가고 싶어 하는데 나와는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여름에는 타이난을, 겨울에는 지우펀을 가고 싶다고 하거든. 그럼 이제 또 다른 여행기를 기약하며 다시 고민상담소에서 만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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