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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피해자 쩡이린의 부모 “검사 구형에 실망스럽고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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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음주운전 범죄자에 의해 목숨을 잃은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부모가 공판 검사의 낮은 구형에 강하게 반발했다. 쩡씨는 작년 11월6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초록불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쩡씨를 사망케 한 50대 남성 A씨는 이미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으나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임진철 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는 8일 개최된 2차 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하도록 했다.

 

 

12일 오후 ‘쩡이린의 친구 모임’은 쩡씨의 부모가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부모는 “검사의 구형에 너무나도 실망하고 가슴이 아팠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의 현명하고 자애로운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며 “부디 6년의 턱없이 부족한 형량을 넘어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형을 선고해서 우리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딸이 사랑한 한국 사회에서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선고를 내려서) 기여할 수 있게 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한 최주원 검사는 김씨의 가중 처벌 요인들을 읊었는데 이를테면 △음주운전 전력 2회 △혈중알콜농도 0.079% △발음 부정확 △비틀거리는 보행 △붉은 혈색 △술냄새 진동 △횡단보도 사고 △정지 신호임에도 직진 △규정속도 시속 30km 초과(80.4km)해서 운행 △쩡씨를 아우디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두부과다출혈로 현장 즉사하게 한 점 등이다.

 

그러나 최 검사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부모는 “젊고 무고한 생명이 사망한 사건이 검사의 눈에는 오로지 징역 6년을 구형할만큼의 사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법과 정의라는 이름 뒤에 피해자와 함께 눈물흘리는 마음보다는 정해진 형식만을 따지는 사무적 태도가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전에 두 번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고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음주운전 횟수는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고 결국 이번에는 음주운전으로 우리 딸을 살해했다. 그럼에도 고작 6년이 구형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거듭해서 임 검사와 최 검사를 비판했다.

 


사실 윤창호법이 제정된 2018년 이후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한 양형 수위는 상향됐다. 그전에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쳐도 실형 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윤창호법 이후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윤창호법의 계기가 된 음주운전 범죄자 20대 남성 박모씨는 2019년 2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는데 그 당시 기준으로는 무거운 처벌이었다. 예컨대 뮤지컬 연출가 황민씨는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 칼치기 운전을 자행하다 동승자 2명을 사망케 하고 2명을 다치게 했음에도 2018년 12월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한 구형과 선고는 차츰 차츰 무거워져왔다. 대낮에 막걸리 운전을 하다 6살 남자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 B씨는 두 달 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남자아이의 어머니는 법정을 나오며 기자들 앞에서 오열했고 “사람이 죽었어요. 8년이 뭐야. 애기가 아무 죄없는 애기가 죽었어요”라고 호소했다.

 

쩡씨 부모도 마찬가지다. 통상 검사의 구형이 더 높고 판사의 선고는 그에 비해 낮다. 징역 8년이 선고됐음에도 원래 구형됐던 10년에 미치지 못 했다며 오열을 하는 것이 유족의 마음인데 6년 구형 소식을 들은 쩡씨 부모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검사의 아쉽고 아쉬운 구형은 미래에도 음주운전을 쉽게 여기는 방만한 운전자들의 사고를 바꾸게 하지 못 할 것이고 한국 각지의 도로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쩡씨의 아버지는 지난 7일 별도의 편지를 써서 “살인자에게 최고의 형벌을 내려서 미래의 음주운전자들에게 새로운 도덕적 기준을 세울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A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음주 수치 비교적 낮음 △사고 당시 착용하고 있던 하드렌즈가 이탈해 당황한 상태에서 사고 발생 △피해자가 외국인이라 코로나로 인해 대만 현지에 있는 유족에게 사죄하고 합의하기 어려움 등 참작 요소들을 어필하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KL)는 12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판사들이 선고할 때 검사의 구형을 무시하지는 못 할 것이다. 6년 구형했으면 4년 정도 선고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에는 다소 많이 미흡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보면 판사가 검사의 구형에 얽매이지 않고 최근에 내려진 음주운전에 대한 판결들과 국민 법감정을 고려해서 법에 정해진 형에 맞게끔 선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쩡씨 케이스에서 피고인 김씨가 무겁게 처벌될 가중 요소들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이지만 통상 판사들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해놓은 양형 범위를 벗어나서 판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 변호사는 이번 사례에서 양형 범위를 적용하더라도 최대 징역 12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일단 위험운전치사에 신호위반은 중대한 위법성이 있고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며 “특별 양형 인자가 2개 이상이면 2분의 1까지 가중해서 선고할 수 있다. 이번 사례 같은 경우 가중 사유들이 꽤 된다. 위법성이 중하고, 동종누범 이 2가지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2분의 1을 가중하면 양형 기준에 따르더라도 최대 12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들에 선고된 형량 만큼 8년 정도 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선고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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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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