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쩡이린 파기환송심 “음주운전 엄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고려했다”

배너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달 반 전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범죄자 5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아래와 같이 예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위헌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같은 형량을 선고할 수도 있다.

 

 

정 변호사는 김씨에게 내려진 징역 8년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쩡씨의 친구들과 부모는 속이 탔다. 김씨측은 대만 현지 변호사와 국내 변호사를 모두 선임하는 등 “징역 8년”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고 어떻게든 형을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김씨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뒤로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투아웃제를 규정한 소위 윤창호법2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던 만큼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실제로 노태악 대법관은 작년 12월30일 헌재의 결정을 참고해서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그러나 29일 오전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4-3부 부장판사 차은경·양지정·전연숙)는 김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깎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형량을 다시 정하는 데 있어 음주운전이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매우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우선해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그리고 비판 여론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술에 취해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던 만큼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릴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쩡씨는 2020년 11월6일 23시40분쯤 서울 강남구의 횡단보도를 초록불 신호에 맞게 건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세 번째 음주운전(2012년과 2017년 이미 재범)을 자행하며 광폭 주행을 하고 있었다. 혈중알콜농도 0.79%로 거의 음주 취소(0.8%) 수치였고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 시속 50㎞를 무시하고 80.4㎞로 과속을 했다. 빨간불 정지 신호를 감지할 최소한의 인지 상태도 아니었다. 1심 공판 당시 쩡씨를 들이받은 김씨의 아우디 차량이 블랙박스 영상으로 공개됐는데 너무나 끔찍했다.

 

애초부터 노 대법관은 양형이 무겁다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게 아니라 헌재가 결정한 위헌 요소를 배제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 대목을 배제하더라도 김씨의 형량을 낮추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요즘 단순 음주운전 재판에서도 상급심이 하급심의 법리 판단에 추가 양형 요소를 인정하더라도 형량이 그대로 선고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전했다. 즉 양형 요소가 제거되거나 첨가되더라도 양형에 변동이 없을 수도 있다. 결국 판사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정 변호사는 29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지금 음주운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1)다.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선고하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음주운전 누범 요소가 아예 없더라도 8년 선고하는 데에) 관계가 없다. 법리적으로는 하나의 요소가 빠지더라도 양형은 적정하다. 그런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보니까 쩡이린씨 말고 다른 건들도 위헌 결정 났다고 재심 청구했는데 단순 음주운전이었음에도 재심에서 실형 1년6개월이 유지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위헌 결정된 윤창호법2를 미적용하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했다.

 

 

김씨측이 재상고를 할 가능성은 없을까.

 

정 변호사는 “어차피 10년 이상이 아니면 상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양형에 대해서는. 그리고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취지대로 판단을 했음에도 그렇게 나왔기 때문에 더욱더 재상고를 할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상고를 하더라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그동안 실익이 있든 없든 법정 공방을 지속함으로써 이득을 본 측면이 있다. <음주운전 피해 시민모임> 단톡방에서는 “(김씨가) 항소와 상고를 하며 2년 가까이 편하게 지내며 시간을 때웠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즉 김씨가 변호사 접견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감옥생활의 고단함을 달랬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수임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변호사는 김씨가 처벌을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발버둥친 것이 되려 독이 됐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변호 전략도 실패했다.

 

변호사가 너무 치열하게 하는 것이 형사 사건에서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열심히 안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괜히 피해자들 불러서 증인 신문했다가 망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반성만 하면 되고 말 아끼고 서면으로 판사만 볼 수 있도록 내는 게 제일 좋다.

 

김씨측의 변호 전략은 크게 아래와 같다.

 

①수억원의 예치금을 넣어놓는 등 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유족과의 합의 시도를 위해 대만 현지까지 가서 위협

②음주가 아닌 돌아간 렌즈에 사고 원인 전가

③2회 이상 음주운전부터 가중처벌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해당 조항에 대해 과거 음주운전 전력의 기속 기간을 무한정 인정하고 있어서 위헌이라는 주장

④유사한 음주운전 치사 사건들의 악의성이 더 큰 경우가 많은데 징역 8년에 못 미치는 선고들이 있었던 만큼 8년이란 형벌은 형평성에 심히 어긋남

⑤성실하고 잘 나가는 직장인으로서의 면모 부각

⑥고소득을 버는 피고인이 구속된 뒤로 아내, 자식, 부모 등 다섯 식구의 생계가 막막해졌음

 

 

정 변호사는 음주운전 재판이 사실상 언론 보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2018년 故 윤창호씨의 죽음 이후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거세졌지만 언론 조명이 이뤄진 주요 사건들 이외에는 무거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김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보도한 기사들은 29일 17시 네이버 기준 28개인데 이 정도로 기사가 출고되는 음주운전 사건은 매우 드물다.

 

정 변호사는 쩡씨 사건이 음주운전 문제에 미친 파급력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이제는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부분은 많이 시정될 것이다. 위헌 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사실 공소장이 변경 안 됐음에도 2심에서 형량이 더 무거워진 판결도 이미 나왔다. 음주운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인식 차이를 달리 하는 판사로 바뀌었을 뿐인데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벌이 아닌 엄중한 잣대로 봐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됐고 쩡이린씨 친구들이 엄청 기여를 했다. 한 마디로 인플레다. 한 번 물가를 올린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그 수준에 맞는 판결이 나올 것이다. 친구들이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한편, 쩡씨 부모는 28일 밤 친구들을 통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 일부를 공개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6개월 동안 소중한 딸을 잃은 것에 따른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살인자는 자신이 내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법을 농락했고 장기간의 법적 절차를 통해 우릴 고통스럽게 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