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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신적지주’가 광주에 보낸 편지...“5·18 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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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 감사와 연대의 서신 공개
8888항쟁 등 미얀마민주화운동 주역 ‘민꼬나잉’ 씨
“5·18로부터 용기 얻어 투쟁 임하고 있어”
“미얀마 살상, 피의 항쟁의 연장, 세계적 위기상황”
“국제사회 지지·연대 큰 힘...새로운 시대 열 것”

[평범한미디어=김현 기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5·18민주화운동과 연결시키고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는 광주시민사회에 미얀마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는 지도자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2012년 한국을 방문해 5·18기념행사에 참여했던 기억을 언급하며 “한국의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압제에 저항하는 세계인들의 투쟁 선례들이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이를 추진력으로 저희는 승리의 그날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신적 지주로 존경받는 인물”

 

3월26일 5·18기념재단은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 ‘민 꼬 나잉’ 씨가 감사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며 서신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편지는 미얀마어로 손글씨로 쓰여졌습니다.

 

5·18기념재단 그에 대해 2009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이기도 한 민꼬나잉 씨는 미얀마 국민들로부터는 정신적 지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전미얀마학생연합을 조직, 1988년 ‘미얀마 8888항쟁’을 촉발시킨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65년형을 선고받는 등 미얀마 군부 탄압의 표적이 된 인물이라는 설명입니다.

 

군인들의 유혈진압으로 3천여 명의 시민이 살해당하며 꺾인 8888 민주항쟁 후 그는 체포돼 2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으나, 2004년 석방 뒤 2007년 거리시위를 통해 ‘샤프란 혁명’이라 불리는 ‘승복 혁명’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한겨레21의 2013년 보도에 따르면, 민꼬나잉 씨는 미얀마 시민사회에서 “군인 아니면 아웅산수찌뿐인 아주 척박한 버마 정치판에서, 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기사 링크)

 

민꼬나잉 씨는 서신을 통해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군대와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하던 비무장시민들을 잔인하게 진압해 25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3000여 명에 이르느 시민들이 체포됐다는 것입니다.

 

 

“5·18 큰 교훈...국제연대 큰 힘 돼”

 

그는 또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광주시민사회의 연대에 감사를 전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이를 추진력으로 저희는 승리의 그날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는 겁니다.

 

2012년 한국을 방문해 5·18기념행사에 참여한 경험도 언급합니다. 그는 이어 “외국 잡지를 통해 5·18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놀랐다. 그 다음에는 한국의 학생, 국민들의 용기와 투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그 용기와 투지를 칭찬하고 본받고자 그 소식을 서로 공유했다”고 했습니다.

 

 

 

민꼬나잉 “미얀마의 봄, 세계적 위기상황...목숨바쳐 승리할 것”

 

민꼬나잉 씨는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부의 무력진압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1962년, 1969년, 1974년, 1975년, 그리고 1988년에 있었던 혁명의 피의 기록들이 뚜렷이 남아 있다”며 이번 사태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으로 연결시킨 것입니다.

 

그는 “미얀마의 봄 혁명을 더 이상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없이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우리 미얀마 국민들은 우리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력갱생의 다짐으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모아 투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중인 미얀마의 봄은 미얀마뿐 아니라 세계적 위기상황”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이 혁명의 주체는 바로 미얀마 국민이다. 이 혁명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이를 추진력으로 저희는 승리의 그날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서한을 전세계 시민과 공유하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광주...추모집회도

 

한편 광주에선 ‘미얀마 저항의 날’을 맞아 추모집회가 열렸습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지지 광주연대’를 구성하고 연대행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3월27일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민꼬나잉 씨가 보낸 서신이 낭독됐고,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19세 소녀 치알신 씨에 대한 추모극, 위령제, 침묵행진 등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집회는 코로나 방역 수칙에 맞춰 99명으로 참석자를 제한한 채 진행됐습니다.

 

 

 

[민 꼬 나잉 서신 전문, 국문 번역]

 

5·18기념재단

친애하는 친구 동지 여러분,

 

여러분이 보내주신 격려와 연민의 서한 잘 받았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미얀마 국민들이 주도하고 있는 미얀마 봄 혁명을 들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군대와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하던 비무장 시민들을 어떻게 잔인하게 진압하고 있는지도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자비한 무력진압에 비폭력적 방법으로 대응해왔습니다. 그 결과, 2월초부터 3월 23일까지 250명이 넘는 영웅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은 사망자 또한 많습니다. 또한 2,500~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되었습니다.

 

이번 일은 미얀마에서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1962년 3월 2일의 군사 쿠데타 시기부터 집계한다면 혁명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사람 수는 훨씬 많습니다. 1962년, 1969년, 1974년, 1975년, 그리고 1988년에 있었던 혁명의 피의 기록들이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 5·18 항쟁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즉시 알지 못했습니다. 통신기술이 발달되지 않았기도 했지만 언론 검열이 엄격해서 더더욱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사관을 통해 입수된 Times이나 Newsweek 와 같은 외국 잡지를 통해 5·18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그 다음에는 한국의 학생, 국민들의 용기와 투지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용기와 투지를 칭찬하고 본받고자 그 소식을 서로 공유했습니다.

 

미얀마의 1988년 항쟁 때 한국의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압제에 저항하는 세계인들의 투쟁 선례들이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2012년 감옥에서 풀려난 저는 한국을 방문하여 그해 5·18기념행사에 참여했습니다. 5·18 당시 투쟁했던 한국 친구들이 주먹을 들어 투쟁가를 다시 부르고 깃발을 높이 드는 것을 보면서 과거 5·18 당시 현장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날 기념행사의 경험은 제게 5·18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의지와 투쟁의 역사에 공감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진행중인 미얀마의 봄 혁명을 더 이상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없이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과 지지를 통해 저는 여러분 또한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라는 말 그대로, 여러분의 지지가 저희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미얀마 국민들은 우리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력갱생의 다짐으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모아 투쟁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을 포함, 세계 시민들께서 보내주시는 격려와 연대와 지지, 그리고 도움의 손길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온라인으로 또는 직접 대사관 앞 또는 광장에 나와서 미얀마의 봄을 지지하고 군부 쿠데타 세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모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현재 진행중인 미얀마의 봄은 미얀마뿐 아니라 세계적 위기상황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이 혁명의 주체는 바로 미얀마 국민입니다. 이 혁명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이를 추진력으로 저희는 승리의 그날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부디 저의 이 서한을 전세계 시민들과 공유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1년 3월 23일

 

민 꼬 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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