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7월 중순부터 8월이 제일 덥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 아침 8시부터 17시 이전까지 밖에 나가보면 너무 덥다. 찜통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 야외 노동을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자외선에 과잉 노출될 수밖에 없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젊은 청년도 쓰러져 눈을 뜨지 못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3일 16시20분 즈음 길거리에서 쓰러져있다가 발견된 20대 남성 A씨가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인천 동구의 모 버스정류장 인근 화단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쓰러져있었고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이날 인천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최고 기온 30.2도 이상이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4일 오전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사고 당일 전단지 알바를 했다고 진술했고, 병원측도 “뜨거운 볕에 너무 오래 노출돼 있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은 우선 열사병에 따른 사망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되 당일 A씨의 행적을 조사하고, 부검을 통한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는 등 A씨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름철 온열질환은 장시간 일광에 노출되어 체온조절 기능이 상실됨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을 말하는데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열사병 등이 있다. 흔히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 열사병과 일사병이다. 일사병이 곧 열탈진이다. 일사병은 땀을 너무 많이 배출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질 때 일어난다. 일사병에 걸리면 혈액순환까지 어려워져 두통, 현기증, 구토 등의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열사병은 일사병을 지나 더 심각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 주로 폭염 환경에서 노동 또는 운동 등 뭔가 정신 집중이 요구되는 신체활동을 장시간 했을 때 일어난다. 체내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몸이 너무 뜨거운 상태가 꽤 지속되어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열사병은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켜 의식불명이나 경련과 같은 증세를 유발한다. 치사율도 높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 속 폭염과 장마가 무지 길었는데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만 한 해 10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기상청은 기후위기에 따른 고온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고 올 여름도 평년 기온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올 여름 폭염발 사망 사고가 무려 12건이나 보고됐다.
김인중 서울세계로병원 원장은 언론 인터뷰(폭염주의! 일사병 열사병 대비하려면?)를 통해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면 이른 오전 또는 늦은 오후 야간에 활동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수시로 충분한 양의 물과 이온음료 등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부득이 고온 환경에 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2~3주 이상의 충분한 시간 동안 조금씩 고온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연히 65세 이상의 노인, 기저질환자 등은 온열질환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한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지만 이미 온열질환이 발생했다면 “신속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만약 온열질환자를 발견했다면 △바로 119 신고를 하고 △그늘진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뒤 △단추·허리띠·신발 등을 최대한 헐겁게 해야 하고 △물을 마시도록 해줘야 한다.
김 원장은 “39도 이상의 고온 및 의식 저하, 과호흡, 구토,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전신을 탈의하고 스펀지 등에 물을 적셔 몸에 도포하여 몸의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응급조치 후에는 신속하게 가까운 병원으로 진료를 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신체는 기본적으로 체온조절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상 신호를 감지했을 때 바로 자력 구제를 도모하게 된다. 문제는 야외 노동이나 스포츠 등 외부적인 집중 요소에 과몰입하는 상황이다. A씨처럼 땡볕 전단지 알바도 위험하겠지만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이나 배달 노동도 온열질환을 알아차리더라도 그냥 무시하고 업무에 집중하다 변을 당할 위험이 있다. 축구와 농구 등 대표 구기종목도 마찬가지이고 사이클, 등산, 조깅 등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죽음 부르는 열사병 “물 충분히 마셔라”)를 통해 “최근 들어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격렬한 실내운동을 하다 열사병과 근육파괴로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돼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시원한 실내운동에서도 땀을 배출하지 못 하면 중심 체온 상승으로 열사병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조한진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언론 인터뷰(죽음 부르는 열사병 “물 충분히 마셔라”)에서 “열사병은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체온의 방어기전보다 더 많은 열을 받게 되면 생긴다. 생리적 방어 기능을 잃으면 높은 체온으로 신체 조직이 파괴돼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설명했다.
일과 운동보다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몸 건강을 경시하고 무언가에 초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위험한 과몰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A씨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