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9세 남성 청년 故 김동호씨는 무더위에 지쳐갔다. 지치는 수준을 넘어 탈수와 온열 증세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카트 운반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월19일 19시 코스트코 하남점이었다. 이날 동호씨는 오전 11시부터 21시까지 쇼핑 카트를 정리정돈하는 임무를 수행해야했다. 그런데 6월 중순 경기도 하남의 바깥 온도는 33도에 달했으며 주차장의 벽면 전체가 뚫려 있어 직사광선이 그대로 동호씨를 내리쬐고 있었다. 코스트코의 인기가 대단한 만큼 동호씨는 시간당 카트 200여개를 옮겨야 했는데 8시간 동안 4만3000보 이상 26km를 걸었다. 마라톤 풀코스 5분의 3이 넘는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던 동호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주차장 한 켠에서 잠시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들에게 발견되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원으로 실려온지 2시간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식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근무를 시작한지 2주만에 청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살인적이었다. 건물 구조상 에어컨을 못 튼다면 여름철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에 대비해서 근무 교대와 휴식시간(3시간마다 고작 15분 휴식) 보장 등 계획을 마련해놨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는 옥외노동자에게 1시간마다 10~15분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개무시했다.
무엇보다 하남점 주차장은 실외공기순환장치도 부실했고, 1층 주차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도 5층에 있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5층까지 올라가면 거의 (휴식시간이) 끝나버리니까 그냥 휴게실로 안 가게 된다.
코스트코는 전직원에게 언론 접촉에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경영진의 사과 한 마디 없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행태는 “오만하기” 그지 없다.
마트산업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는 2일 오전 10시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코스트코 코리아 본사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 80여명이 모였는데 “29세 청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코스트코는 사과하고 정규 인력 충원 및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건희 지회장(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은 마이크를 잡고 “우리의 동료 동호씨는 35도의 폭염 속에서 성실히 일하다가 젊고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목숨을 잃었으나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민수 코스트코 대표 등 사측은 한 마디의 유감 표명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30세도 되지 않은 청년의 목숨이 끊겼는데 대체 코스트코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
동호씨의 친형 동준씨도 한 마디를 했다.
동생은 탈수와 온열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주차장 한쪽에서 외롭게 숨을 거뒀다.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는데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사망 근로자에게)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그딴 소리를 할 거면 조민수 대표는 장례식장에 왜 갔던 걸까? 코스트코는 사과는커녕 지속적으로 입막음과 은폐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준씨는 코스트코측이 “(직원들 동의없이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변호인을 입회하도록 해서 직원들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 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동호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남은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나가길 당부한다.
한편,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하남경찰서는 코스트코 하남점의 책임자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감있게 결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중재법의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아무래도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만큼 엄청난 방어력에 수사당국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