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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교수 “정부부처 3분의 1 홈피에 비전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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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발전연구소 국내 최초로 중앙부처 비전 여부 조사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부부처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국민 누구나 무엇을 목적으로 존재하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쉬워야 한다. 지금 당장 각 부처의 홈피로 들어가서 무슨 비전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비전과 미션을 제대로 안 써놨기 때문이다.

 

22년 동안 웹사이트를 평가해왔던 웹발전연구소는 27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내 최초로 정부부처 홈피에 비전을 명시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전수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18개 부처 중 무려 3분의 1 즉 6개 기관(기획재정부/교육부/외교부/통일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에 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2개 부처는 비전이 있다. 그러나 연구소는 12개 부처에도 “미션과 핵심 가치가 없어서 큰 문제이며 고쳐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18개 청 중에는 검찰청과 해양경찰청을 제외하고 전부 비전이 있었다. 법제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5개 처에는 모두 비전이 있었다.

 

예컨대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중심의 스마트 대한민국 구현”이라는 비전이 있는데 검찰청은 “국민중심 검찰, 신뢰받는 검찰, 공정한 검찰”이라고 하는 문구 밖에 없었다.

 

연구소는 “이것(검찰청의 문구)이 비전인지 슬로건인지 알 수가 없다”며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이 각 행정기관에 비전이 제대로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직무 태만이라고 판단된다. 각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웹발전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문형남 교수(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는 “국내외 경영전략 교과서를 보면 전부 비전·미션·핵심가치의 체계를 잘 정립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그런데 우리 중앙행정기관들은 대부분 비전만 있고 미션과 핵심가치가 있는 기관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부 기관은 비전조차 없다”고 환기했다.

 

 

연구소는 질병관리청을 모범적인 사례로 선정했다. 질병관리청 홈피에 접속해서 기관소개를 살펴보면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 핵심사업 등이 잘 나와 있다.

 

질병관리청의 비전은 “건강한 국민과 안전한 사회”이고 미션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국가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연구개발 중추기관”이다.

 

문 교수는 최근 여러 공공기관의 초청을 받아 ESG 경영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강연 전 반드시 “해당 기관의 비전·미션·핵심가치를 살펴보고 강의자료에 포함해서 강의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 교수는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비전, 미션, 핵심가치의 순서가 아닌 미션, 비전, 핵심가치의 순서로 표기를 하고 있다”며 “가는 곳마다 수정할 것을 권유했더니 일부 기관들은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감점을 주기 때문에 틀리게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풀어냈다.

 

문 교수는 “공공기관의 경영 전반을 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기재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비전과 미션의 순서를 틀리게 거꾸로 지도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실 미션과 비전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비전은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나 이념이다. 미션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단기적인 과제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더 큰 의미에서 미션은 존재의 목적과 이유를 의미하는 ‘사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비전과 함께 사용될 때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처럼 과제나 임무로 이해하면 된다.

 

문 교수는 29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비전과 미션은 큰 차이가 있다. 비전은 기관과 개인 모두 마찬가지인데 장기적인 목표를 나타내는 것이고 미션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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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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