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직장내 괴롭힘도 산재라는데 "반년 넘게 승인 기다리는 중"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은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극심한 괴롭힘을 겪는다. 허구가 아니다. 현실이 반영된 시나리오다. 어딜 가나 상사 빌런은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도 생겼지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직장내 괴롭힘은 줄지 않고 여전한 것 같다.

경기도 소재 모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제보자 김모씨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그는 상사로부터 과다한 업무를 배정받고 홀로 인사 이동에서 배제되는 등 혹독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큰 기대를 품고 원하는 직장에 힘들게 들어갔지만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괴롭힘에 결국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김씨는 결국 심각한 우울증을 진단받고 이와 관련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김씨에 따르면 괴롭힘은 지난 2019년 새로운 국장 A씨와 과장 B씨가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씨는 팀장, 시설주임, 과장과 함께 운영지원팀에서 법인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고 이듬해 봄 A씨가 단행한 조직 개편으로 기존의 과장 C씨가 타 지역으로 전근을 감에 따라 그 업무까지 도맡게 됐다. 업무 가중에 따른 고충을 두 차례 호소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어디서 못 한다는 말을 하느냐"라는 A씨의 핀잔이었다.

같은 해 가을, 지속적으로 C씨의 업무를 떠맡게 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고 버티고 버티던 김씨는 결국 3개월 후 업무 분장 조정을 건의했으나 A씨는 "이전 국장이 한 것이기 때문에 내 잘못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이러한 반응은 해당 시설 관계자의 전언으로 김씨가 알게 됐다. 

이후 11월 시설 주임조차 병가 휴직에 들어가면서 대체근무자를 채용했지만 얼마 못 버티고 그만 두는 바람에 다섯 차례나 새 근무자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엔 그 업무까지 김씨 몫이 됐다. 곧 인사 이동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관할 지자체에서 이전 직원 순환근무 지시 공문이 하달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지만 인사 이동에서 유일하게 유임됐다.

 

 

끝내 김씨는 지난 겨울 퇴사했다.

 

퇴사 직전까지 3~4명분의 업무를 강요당했던 김씨는 "사용하지 못 한 연차가 있을 경우 돈으로 보전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사측에선 그럴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감사시 근로시간을 조작하거나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하는 등 심각한 괴롭힘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내가 정말 원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이렇게 치가 떨리게 싫어질 줄은 몰랐다"며 "업무에 따른 정신질환도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했는데 아직도 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상처라는 이유로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강은미 의원실(정의당)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재 승인까지 필요한 소요 시간은 5월 기준 209.4일(약 7개월)에 달한다.

정신질환 피해자가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현 심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임상심리검사지 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이 인정하는 임상심리검사는 대형 병원급에서 진행된 것에 한정돼 있어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 절차대로 신청을 하더라도 승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노동법률전문 이순자 변호사는 평범한미디어에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 해당되지 않을까봐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울증, 적응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등은 산재로 인정되는 정신질환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산재 신청을 해야 한다"며 "또한 모욕과 명예훼손 등의 요건만 충족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사안이 애매하다고 해도 분석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혼자 하기 어려운 경우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019년 초 직장내 괴롭힘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으로 추가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정부 차원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기준, 지도 및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
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