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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은 왜 '아들'과 '노모'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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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15일 아침 7시 즈음 전남 담양군(창평면) 모 업체 공장 인근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담양경찰서 수사관들은 지나가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고 80대 할머니 A씨, 아들 B씨(48세), 손주 C군(13세) 등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B씨가 우울증이 극심한 노모와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것이 고단해 '가족 살인 후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C군이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는 점, C씨는 차량 밖 나무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차량 내부에서 번개탄 등 흔히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악용되는 물품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가족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B씨가 그렇게 했던 것이 유력하다.

 

 

경찰은 B씨가 친누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아들과 노모를 데리고 가겠다"는 내용을 확인했고 차량 내부에서도 "어머니를 모시고 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메모를 발견했다. B씨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으로 그 내막을 짚어보면 이렇게 된다.

 

B씨는 15일 새벽 시간대에 친누나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예고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고 이를 받아본 누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 등을 통해 B씨의 행적을 찾아나섰지만 사망 신고를 먼저 접수받게 됐다.

 

B씨의 문자 메시지는 유언과도 같았다. 

 

B씨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부양하는데 우울증까지 발생해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고 남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취지를 설명하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구구절절 풀어냈다.

 

 

B씨는 인천에 살고 있었는데 1년 전 친형의 사망으로 우울증을 앓게 된 노모를 돌봐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아들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극심했다. 그러나 B씨는 이미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아들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아 B씨 본인도 우울증을 앓게 됐는데 노모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인지하자 그야말로 패닉 상태로 접어들게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B씨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실행하기 하루 전(13일) 아들과 함께 광주광역시 북구에 살고 있는 노모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14일 노모와 아들을 데리고, 친형이 생전 담양에 터를 잡았던 업체 인근 주차장으로 갔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됐다는 것이 경찰의 가정이다.

 

경찰은 B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고 외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노모와 아들에 대한 사인도 확인했다. 그래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최인관 사무처장은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심리적 휴식과 물리적 휴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사업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현재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해당 자녀에 대해 발달장애인이었던 것으로 보고 논평을 냈으나 아직까진 그 어떤 언론에서도 C군에 대해 발달장애인이라고 쓰지는 않고 있다.

 

 

장애인 자녀와 노모에 대한 돌봄 노동이 지나치게 가족과 부양인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 살인 후 자살이란 범죄 행위를 안타까운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는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김은정 권리옹호부장(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2월14일 방송된 KBS <9시 뉴스> 인터뷰를 통해 "자녀의 생명권까지 좌지우지하고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 그리고 그 현상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라며 "가정 내에서 그런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냥 한 가정이 선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끝! 이렇게 하고 말더라"고 지적했다.

 

공동 인터뷰에 응한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서초구에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지금 한의사 사건은 굉장히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극빈층이 아니다. 뭐 중산층보다 오히려 좀 더 여유로운 계층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라며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에는 비속 살해인데 비속 살해라는 죄명이 없다. 몇 퍼센트 정도 발생하는지 사실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B씨는 비속과 존속 둘 다 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

 

 

이 교수는 "심각한 문제는 자살을 굉장히 미화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겨둔 내 가족은 내가 모두 끌어안고 간다는 식의 아주 잘못된 사고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주의가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본인이 어떻게 되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숨을 거둘까를 한 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동반 자살'이 아닌 가족 살인 후 자살로 명확하게 선을 긋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자녀를 죽였으면 아동학대, 노부모를 죽였으면 노인학대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김 부장은 "부모가 미성년자를 살해하는 이런 사건에 대해 아동학대로 보는 인식 그리고 그걸 지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걸 학대로 인식한다면 여기에 걸맞는 대응 방법을 보다 좀 분명히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9년 한 해에만 처참한 빈곤 등 경제적인 사유가 원인이 되어 견디지 못 하고 동반 자살 또는 가족 살인 후 자살 등을 저지른 비극적인 사례들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30건이 넘었다. 

 

①서울 강서구 화곡동 40대 부부와 고등학생 아들 및 초등학생 딸 4명(1월24일)

②경남 거제시 펜션 20대 청년 3명(2월22일)

③전남 여수시 리조트 50대 부부와 20대 딸 및 초등학생 아들 4명(2월25일)

④경기 남양주시 펜션 10대 3명(3월2일)

⑤충남 공주시 3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4명(3월6일)

⑥부산 금정구 36세 동갑내기 부부와 갓난 아들 3명(3월13일)

⑦경기 양주시 40대 남편이 아내와 어린 아들 살해 후 자해 소동(3월18일)

⑧경기 화성시 3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3월26일)

⑨경기 시흥시 3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5월5일)

⑩경기 김포시 40대 아버지와 어린 아들 2명 연탄가스로 사망 및 어린 딸 중퇴(5월7일)

⑪대구 동구 모텔에서 10대 여성과 20대 여성 동반 자살 시도로 10대 여성 사망(5월17일)

⑫충남 공주시 같은 여인숙에서 50대 남성과 70대 남성 각각 자살(5월20일)

⑬경기 의정부시 50대 남편이 아내와 딸 살인한 뒤 자살(5월20일)

⑭경기 시흥시 40대 부부와 초중학생 아들과 딸 4명(6월9일)

⑮울산 북구 5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 2명(7월10일)

⑯제주도 펜션 40대·30대·20대 여성 3명 및 또 다른 40대 여성 중퇴(7월14일)

⑰경기 의왕시 60~70대 부부와 40대 딸 4명(8월17일)

⑱대전 중구 30~40대 부부와 어린 아들과 딸 4명(9월4일)

⑲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20대 자매 2명(9월21일)

⑳충북 단양군 펜션 20~30대 남성 3명과 여성 1명(9월22일)

㉑인천 남동구 오피스텔 30대 남녀 2명(9월24일)

㉒제주 연동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4명(10월1일)

㉓경남 김해시 30대 남편이 아내와 어린 아들 및 딸 3명 살인하고 자살 시도(10월2일)

㉔경기 시흥시 40대 부부와 어린 아들 및 딸 4명(10월8일)

㉕경남 거제시 40세 동갑내기 부부와 어린 아들 3명 사망 및 아내 중태(10월15일)

㉖서울 성북구 70대 노모와 40대 딸 4명(11월3일)

㉗경기 양주시 50대 아버지와 어린 아들 2명(11월6일)

㉘경기 가평군 펜션 20~30대 남녀 5명 자살시도로 20~30대 남녀 2명 사망(11월19일)

㉙인천 계양구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과 딸 및 친구 4명(11월20일)

㉚충남 천안시 야산 40대 쌍둥이형제(12월4일)

㉛대구 북구 40대 부부와 중학생 아들 및 초등학생 딸 4명(12월24일)

㉜경기 김포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 그리고 어린 손자 3명(2020년 1월5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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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송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의 차현송 기자입니다. 언제나 약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임을 인지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한 자, 한 자 허투루 쓰지 않고 마침표 하나까지도 진심과 최선을 다해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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