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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파트로 가서 ‘어린 자녀’ 살해하고 ‘본인’도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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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동반 자살이 절대 아니다. 명백한 ‘자녀 살해’다. 엄마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아파트에서 같이 뛰어내렸다. 기존에 가족 살해 후 자살하는 패턴과 좀 다르지만 끔찍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14일 13시반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씨가 미취학 남녀 아동 둘을 데리고 투신했다. A씨는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았고 근처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는 용인시민이었다. A씨는 이날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고 꽤 높은 아파트 상층부 계단이 있는 곳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까진 A씨가 둘을 데리고 동시에 투신한 것인지, 아니면 자녀를 차례차례 아파트 아래로 던져버리고 본인이 따라 뛰어내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용인경찰서 수사관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자녀 살해를 감행하고 자살한 사건이기 때문에 전형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 궁핍한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로 미루어 봤을 때 △오랫동안 기초생활수급자 신세였거나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작은 규모의 장사를 영위하다가 갈수록 어려워졌거나 △갑자기 실직 또는 사업 실패를 당해 절망감에 빠지는 등 불행한 상황이 없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은 해당하지 않지만 흔히 정신장애인 자녀 또는 치매 노인 부모 등을 오랫동안 홀로 돌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살해 후 자살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 자녀와 노모에 대한 돌봄 노동이 해당 가족에게만 떠넘겨지는 정책과 구조의 문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는 뒷짐만 지고 이들의 비극이 파국으로 치닫을 때까지 방관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족 살해 후 자살이란 범죄 행위를 안타까운 동정심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잘못된 관성이며 경계를 해야 한다.

 

김은정 권리옹호부장(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의 생명권까지 좌지우지하고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 그리고 그 현상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라며 “가정 내에서 그런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냥 한 가정이 선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끝! 이렇게 하고 말더라”고 지적했다. 그렇게만 안타깝게 보고 끝낼 게 아니라 정책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런 범죄를 감행한 것에 대해서는 크나큰 잘못이라는 해석과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는 “거의 모든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들을 먼저 살해하고 마지막에 자신도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진다”며 “부모가 극단적 선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아이들의 생계와 미래가 걱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처지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부모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부모에게 남겨진 아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런 아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은 비록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정부·지자체·민간단체가 두루 참여한다. 따라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 살해하겠다는 발상은 가족주의적 망상일 뿐이다. 그 아이들은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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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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