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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의 비극③] '취업률=성과' 직업계 고등학교 교장들이 성과급 받을 때 학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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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많은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안전과 질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은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이면에 한국 사회의 ‘취업률 성과주의’가 있다. 일터에서 불쾌한 대우를 받거나 다치고 또 숨지고, 스스로 생명을 달리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와중에 일부 특성화고 교장들이 취업률에 따라 매년 성과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일자리의 질이 어떻게 되는지는 현장에 학생들을 내보낸 교장이든 교사든 아무도 모른단다.

 

이런 행태는 꾸준히 비판받아온 것이었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된 게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산재 사고는 지난  2016년에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의 사망 이후 2018년부터 1년간 현장실습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으로 단축된 뒤로는 감소 추세였다.

 

감소 추세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현장실습생 혹은 직원으로 채용된 뒤 중대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산재 사건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서 별도로 취합하지 않고 있어 나중에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확인될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더 깊이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책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지난해 1월 교육부는 단축했던 현장실습 기간을 다시 6개월로 늘렸다. 또한 ‘2022년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60%’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대구·인천·울산·전남·충북 교육청 등은 직업계고 교장의 성과급에 취업률을 반영해왔다. 지난 2019년 교장들이 받은 상여금은 연평균 500만원이고 교감은 440만원이다. 취업률 반영률은 충북 25%, 울산 20%, 전남 8% 순으로 집계됐다.

 

 

취업률 제고 노력을 인정해서 상여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취업률 안에는 고용의 '질'과 '안전'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충북 소재 한 직업계고 교사 A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취업률이 각 직업계고의 취업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로 이용되면서 취업률이 곧 학교의 경쟁력이 됐고 그러다보니 솔직히 학교에서 학생이 투입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인지 졸업 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는지 제대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시스템은 일자리의 질과는 상관없이 현장 실습 시간이 제대로 채워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돼 있고 또 단순 몇 가지 여부를 전산 시스템에서 확인하는 게 전부다. 고용노동부나 교육부에서 확인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경기 소재 직업계고 교사 B씨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B씨는 "일자리의 질에 대해 교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애들이 어떤 현장에 나가는지 우리로서는 잘 알 수 없고 또 그런 곳인 줄 모른 채 취업을 시켜야만 하기 때문에 안타깝긴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기업 정보와 학교별 취업률 집계로는 선배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게 진짜 현실"이라며 "이렇게 허술하게 집계된 취업률이 학교 알리미 등을 통해 공시되고 교육청에 보고되고 있으며 그렇게 높아진 학교의 취업률을 보고 또 다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이지경인데 교장들은 학교의 취업률 제고로 성과급을 받고 있다? 과연 이를 '투명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들이 성과급을 못 받게 하자는 게 이 기사의 골자는 아니다. 만약에 정말 양질의 일자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며 바른 길로 인도해줬다면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걸 '성과'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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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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