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간절함이 닿는 곳에' 그들이 있다.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인다. 목 한 번 축일 수 있을까? 그럴 때가 있더라도 막상 가까이 가보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들. 누구에게나 간절함은 있지만 다른 사람보다 불편하고 아픈 삶을 살아가다보면 바람조차 상실감을 준다. 분명 간절함은 보편적 정서는 아니다. 사람마다 그 결이 다르다. 그러나 차별이란 족쇄가 채워져 있다면 그것들이 잉태한 간절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리지 않은 곳 없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시리즈로 소개해본다.
최근 아파트 광고를 보면 '명품도시'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어필하기 위한 다음 문장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뒤따라 나오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 씁쓸함을 만드는 건 어쩌면 금전적 차이에서 따라오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장애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어떨까. 씁쓸함을 넘어 고립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좋은 도시는 커녕 생활고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니까.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난 3일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던 각각의 엄마 2명이 발달장애를 앓는 7세 아들과 20대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이날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자택에서 장애를 갖고 있던 아들 B군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오후 7시쯤 A씨의 오빠로부터 “A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A씨 자택을 방문해 숨진 B군과 함께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자해를 한 상태였으나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같은 날 경기 시흥시에선 말기 암 투병 중인 50대 여성 C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C씨는 자택에서 지적장애 3급인 20대 딸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이튿날 오전 8시쯤 딸의 뒤를 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 하고 “내가 딸을 죽였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집 안에선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라는 C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C씨는 과거 남편과 이혼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딸과 단둘이 살아오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거동이 불편해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와 딸의 장애인수당 그리고 딸이 가끔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애아 가정이 놓인 사회적 현실을 비판한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친족 살인은 용서받지 못 할 범죄이지만 사회가 그들을 지원조차 받지 못 하는 사각지대에 몰아넣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소재 A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아동 돌봄은 일반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어느 이유에서도 자녀 살해는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제대로 된 지원 제도조차 없는 현실은 이같은 비극의 악순환을 끊임없이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 아동, 특히나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 가정의 월 평균 수입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 하는 부모가 27.7%에 달했다. 범위를 넓혀 400만원 미만으로 보면 69.2%까지 치솟는 상황이다.
버는 돈도 적은데 나가는 돈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2022대선장애인연대에서 활동했던 이석훈씨는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은 소위 장애값이 최소 월 100만원 가량 이상이 소요된다"며 "그나마 부모가 돌봄노동이 가능하고 경제활동 역시 가능하면 그나마 나은데 이혼 가정이나 미혼모 가정의 경우에는 꿈도 꾸기 어렵다"고 환기했다.
장애 아동의 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태부족이다.
이씨는 "경제적인 지원을 보장한다고 하나 그 금액을 제대로 받는 경우도 없고 돌봄 서비스는 연령 등 제한이 있어 실질적으로 사회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며 "비현실적인 정책을 파기하고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의 장애인 지원체계의 부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