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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장애로드③] 장애인은 헬스장도 못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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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위험해서 안 된다고 세 군데서 거절당했습니다. 저도 세금 내고 사는 국민입니다. 장애인은 운동도 못 하나요?”

 

대전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 A씨는 초등학교 때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킥보드를 타고 놀다 사고가 나 왼쪽 눈이 완전히 실명됐다.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원근감 등의 문제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서 종종 불편을 겪는다.

 

 

지난 2월 새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모처럼 운동을 해보려고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장애를 이유로 가입을 거절당했다. 10곳 중 1곳은 받아줄 것 같았지만 A씨는 끝내 헬스장 등록에 실패했다.

 

그는 “헬스장 등록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는지 몰랐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헬스장 출입이나 렌트카 대여를 거부당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막상 내가 당하니 기사로 접하는 것보다 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를 거절한 모 헬스장의 관계자는 “장애인을 차별해서가 아니라 안전상의 이유가 있어 가입시켜주기가 쉽지 않다. 비장애인도 다치는 일이 허다한데 만약 기구를 사용하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정말 안전 문제 때문일까? 장애인도 안전하게 헬스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해봤음에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그랬다면 이해하겠는데 애초에 장애인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상황 자체를 상정해보지 않은 것 같다.

 

A씨 뿐만이 아니다. 하반신 마비 등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B씨는 지난 2015년 여러 헬스장에서 등록 거부를 당했다. 결국 B씨는 운동을 하기 위해 거주지 갈마동(대전 서구)에서 둔산동에 있는 '서구건강체련관'까지 휠체어를 타고 왕래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들에게 넘사벽은 헬스장만이 아니다.

 

대전 중구에 사는 C씨는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생명보험회사에서 보험가입 거절 통지를 받은 쓰린 경험이 있다. 2007년에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25조에 따르면 “체육활동을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 체육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시설의 관리자는 체육활동의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

 

또한 17조에 따르면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 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C씨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당했다.

 

장애를 가진 게 죄도 아니고 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나라에서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이렇게 낮은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는데도 실제로 이렇게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다반사다. 인식 제고와 확실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헬스장 관계자의 해명도 어쩌면 일리가 있는 말일 수 있다. 어찌됐건 비장애인보다 운동의 필요성이 더 높은 장애인들에게도 운동할 곳이 필요하다. 일반 헬스장이 안 된다면 공공체육시설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공공체육시설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896개 공공체육시설 중 10.6%(95곳)는 장애인의 체육활동이 불가능했는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운동'은 살아가기 위한 필수활동들 중에 하나다. 그만큼 '재활'의 의미가 지대하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체육활동이 명시돼 있는 것이다. 법이 있어도 현실이 이럴진데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이 누리지 못 하는 헌법적 기본권들은 수두룩할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뜨거운감자가 된 지금, 장애인의 운동할 권리도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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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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