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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장애로드②] '토익' 한 번 응시하는 게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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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장애 증명서나 서류 내는 것부터 일반인보다 부담이 커요."


청각장애인 대학생 김모씨는 2년째 교내 장학금과 졸업 요건을 위해 토익 시험을 치르고 있다.


영어능력검증시험 중 하나인 토익은 취업 및 승진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활용되고 있다.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은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라 편의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 유형과 정도를 증명하는 방식이 매우 번거롭다고 한다. 장애증명서는 물론 의사소견서 등 다양한 서류를 매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토익 시험관리규정 4조에 따르면 장애인은 편의 지원 신청시 장애인증명서 사본, 의사진단서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의사진단선의 경우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해당 시험의 접수 마감일 기준 2년 이내 발급받은 것만 유효하다. 

 

"발급이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장애 급수가 높지 않은 김씨 역시 본인은 그래도 '덜 힘든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에 걸쳐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은 그때마다 의사진단서 발급을 위해 동네병원도 아닌 예약도 어렵고 진료 대기시간이 긴 데다 비싼 상급종합병원 등을 찾아 진료를 받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동과 의사소통 문제다.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도 없는, 휠체어가 아니면 집 안에서도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이모씨는 하반신 마비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다. 취업을 위해 토익을 공부하고 있는데 시험을 얼마나 잘 볼 것이냐의 여부를 떠나 병원과 시험장까지의 이동이 더욱 눈 앞을 깜깜하게 한다고 한다. 

 

이씨는 "장애인 택시가 있긴 하지만 그 택시까지 가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어머니가 안아서 데려다줘야만 하기 때문"이라며 "한 번에 원하는 점수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돼서 3년째 텀을 두고 매년 한 번씩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그냥 한 번만 제출하고 편의 제공을 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김씨나 이씨와 같이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토익에 응시한 장애인은 지난 2013년 448명에서 2017년 10월 723명으로 늘었다.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가 활발해짐에 따라 토익 응시자 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이 토익 편의 지원을 받기 위해 매번 증빙서류들을 제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사실상 최초 제출 딱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다. 세법상의 장애인과 달리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은 동법 시행규칙 2조에 의해 장애가 일정 기간 이상 고착화돼 호전가능성이 희박할 때 등록가능하다. 즉 장애가 영구적인 것이다. 그러니 의사진단서와 장애인증명서를 최초 1회만 제출해도 편의 제공을 계속 해줘도 충분하다.

 

jtbc <뉴스룸> 오픈마이크에 출연한 적 있는 시각장애인 한혜경씨는 1월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의사진단서를 떼기 위해 3만68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남들 4만6000원 토익을 나는 8만2800원에 보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이미 까다롭게 심사해서 발급한 복지카드를 놔두고 (YBM 토익위원회는 의사진단서까지 요구해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네 싶었다. (병원에) 호전 가능성 없다는 내용을 부탁드렸더니 그게 팩트니까 잘 담아주셨는데 2년 후 토익 점수 만료되고 또 필요해지면 나는 8만2800원을 내고 봐야하겠지?"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총연맹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절차가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며 "한국토익위원회 정기시험팀에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이 토익을 응시할 때 장애인증명서와 의사진단서를 최초 1회만 제출해도 지속적으로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 심화 등으로 추가 편의 제공 지원을 희망하게 되면 장애인증명서와 의사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시험관리규정 개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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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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